"장사하지 말라는 소리" 불황 속 자영업자, 최저임금 인상에 울상
"장사하지 말라는 소리" 불황 속 자영업자, 최저임금 인상에 울상
  • 박상철 기자
  • 승인 2021.07.21 13: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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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전보다 9.7% 올라…운영난 가중
궁여지책 무인 단말기·서빙 로봇까지 도입
20일 오후 6시 충북 청주 오창읍의 한 식당에서 서빙 로봇이 아르바이트생을 대신해 음식을 나르고 있다. 2021.07.21. / 사진=뉴시스
20일 오후 6시 충북 청주 오창읍의 한 식당에서 서빙 로봇이 아르바이트생을 대신해 음식을 나르고 있다. 2021.07.21. / 사진=뉴시스

 

"코로나 불경기에 인건비를 올리다니요, 자영업자 다 죽으란 소리죠…"

코로나19 불황으로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들이 최저임금 인상에 울상을 짓고 있다.

인건비 인상이 운영비 감축과 무인기계 도입을 부추기면서 고용 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충북 청주시 율량동에서 간식배달 음식점을 하고 있는 연모(41)씨는 최근 2명이던 아르바이트생을 1명으로 줄였다. 키오스크(무인 단말기)와 직원 2명으로 버텨오던 상황이 더 악화된 탓이다.

지난해 코로나19 불황 속에도 8000만원을 들여 프랜차이즈를 오픈했으나 200만원이 넘는 월세와 재료값, 인건비 등으로 수개월간 적자를 면치 못했다. 최근엔 가게 정리까지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연씨는 "아르바이트생에겐 미안하지만 가게 운영상 어쩔 수 없다"며 "현재 임금으로도 직원 쓰기가 힘든데 내년에 또 인상을 한다니 기가 찬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충북 청주지역 음식 판매점들이 인건비 줄이기를 위해 무인 키오스크를 도입하고 있다. 정부는 내년 최저임금을 올해(8720원)보다 5.1% 오른 9160원으로 결정했다. 2021.07.21. / 사진=뉴시스
충북 청주지역 음식 판매점들이 인건비 줄이기를 위해 무인 키오스크를 도입하고 있다. 정부는 내년 최저임금을 올해(8720원)보다 5.1% 오른 9160원으로 결정했다. 2021.07.21. / 사진=뉴시스

청주 우암동 한 백반집 사장 서모(62)씨도 같은 사정이다.

주방일을 힘들어하는 아내를 위해 직원을 다시 구하려 했으나 임금 인상 소식에 고용을 또다시 망설이고 있다.

서씨는 지난해 직원 2명을 해고한 뒤 배우자와 단 둘이 가게를 운영 중이다. 코로나19 불황 속에 인건비라도 줄이겠단 생각에서다.

서씨는 "장사는 안 되고 사람은 못 쓰고, 살라는 건지 죽으라는 건지 모르겄다"며 분개했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청주 오창읍 한 갈비집과 흥덕구 보리밥 식당엔 아르바이트생을 대신할 서빙 로봇까지 등장했다.

갈비집 관계자는 "인건비 줄이기와 업무 효율을 위해 사용하기 시작했다"며 "아르바이트생 2명 몫을 해내는 데다 손님들도 신기해 하고 있어 일석이조 효과를 누린다"고 했다.

이어 "인건비 부담이 계속 늘어난다면 사람 대신 로봇을 쓰는 업체가 증가할 것"이라며 "궁여지책으로 로봇까지 도입하는 상황에서 인건비 인상은 지나치다"고 꼬집었다.

지난 13일 최저임금위원회가 결정한 내년 시급은 올해 8720원보다 5.1% 오른 9160원이다. 월급으로 환산하면 191만4440원에 이른다.

코로나19가 터지기 전인 2019년에 비해선 월 16만9290원(9.7%)이 올랐다. 1인 이상 근로자를 쓰는 사업장이 이 임금을 지급하지 않으면 3년 이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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