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꿎은 서민만 잡은 농협發 주담대 중단
애꿎은 서민만 잡은 농협發 주담대 중단
  • 오옥균 기자
  • 승인 2021.08.27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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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4일부터 농협은행이 주택담보대출을 전격 중단했다. 표면적인 이유는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증가율을 5~6%대로 관리하겠다는 방침을 정했고, 시중은행에 총량관리를 지시했다는 것이다. 농협은행의 즉각적 결정에 일부 다른 은행들도 대출기준을 강화하거나 일부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중단했다. 

이번 가계대출 규제는 부동산 대책 가운데 하나다. 집값을 잡을 방법의 하나로 대출 규제를 꺼내 들은 것이다. 수요가 감소하면 집값이 안정될 것이라는 계산이 깔려있다. 이는 한편으로는 맞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틀리다. 수요의 총량은 줄겠지만 수요의 질은 더욱 나빠질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돈 없는 서민만 강제로 수요에서 이탈하게 될 것이다.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주택가격상승의 주범은 투기세력이고, 시세차익을 크게 볼 수 있는 수도권에 집중해 있었다. 정부가 수도권 집값 상승 억제 정책을 펴면서 이들이 비수도권으로 눈을 돌렸고, 현재는 청주를 비롯한 비수도권 주택시장에도 광풍이 불고 있다. 최근 청주지역에서 분양한 한 공동주택은 분양권 당첨자가 발표되자마자 1억원 이상의 프리미엄이 붙기도 했다. 매매가격이 상승하며 내 집 마련은 더욱 어려워졌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차주 신용도별 대출증가율'을 보면 같은 기간 신용도나 높은 고신용자의 대출은 크게 는 반면 저신용자의 대출은 10% 이상 줄었다. 특히 지난해 4분기에 이런 현상이 두드러졌다. 당시 상황은 고신용자에 대한 대출 규제가 본격화되기 직전이다. 지난해 11월 금융당국은 연소득 8000만원 이상의 고소득자들에게 1억원 초과 신용대출에 대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40% 규제 적용 방침을 밝혔는데, 이는 오히려 신용대출 증가로 이어졌다. 받을만한 사람은 이미 다 받았다는 이야기다. 반면 저신용자들은 심사강화로 대출을 받지 못하고 이는 저축은행이나 카드론 수요로 이어졌다.

주담보 중단도 같은 맥락이다. 풍선효과를 우려하는 이유다. 실수요자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을 사고자 한다. 월 지출액이 큰 월세나 매매가에 육박하는 전세보다, 내 집을 갖는 것이 장기적으로 이익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시중은행이 주택담보대출을 중단하면 이들이 두드릴 수 있는 문은 더욱 제한될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특히 지역 금융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농협의 결정은 지역 수요자들에게 아프게 다가온다. 농협은 주 거래지역이 비수도권이다. 정확히 말하면 농촌지역이고, 도농복합지역이다. 시중은행 중 가장 많은 점포 수를 거느린 농협의 지역 비율은 70%에 육박한다. 농협의 주택담보대출건도 당연히 지역에 집중해 있다. 수도권 집값 상승에 따른 가계부채 증가와 어찌 보면 가장 연관성이 적은 시중은행이 농협이다. 그런데도 농협이 가장 먼저 포문을 열었고, 주담대 대출을 전면 중단하면서 그 피해는 고스란히 비수도권지역 내 주택 실수요자들에게 넘어가는 모양새다. 최소한 실수요자와 투기세력을 구분하고, 선의의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선제조치가 필요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농협은 중단이 아닌 11월까지 일시적 중지이라고 말한다. 또 이미 지난 7월말 기준 가계대출 증가율이 7.11%를 넘어서 연간 목표치를 초과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주담대 중단은 금융당국의 강제조치가 아니라 은행에 자율에 맡긴 조치라는 점에서 농협에 대한 실망의 여파는 적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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