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칼럼] 해고 무효 확인소송과 신의칙(실효의 원칙)에 대하여
[법률칼럼] 해고 무효 확인소송과 신의칙(실효의 원칙)에 대하여
  • 이성구 변호사
  • 승인 2021.08.27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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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법 제2조에는 ‘권리의 행사와 의무의 이행은 신의에 좇아 성실히 하여야 한다.’, ‘권리는 남용하지 못한다’는 규정이 있습니다. 권리를 가지고 있는 자가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있었음에도 상당한 기간이 지나도록 권리를 행사하지 아니하여 그 의무를 이행할 상대방이 권리행사가 되지 않을 것으로 상당한 신뢰를 가지게 되었는데 새삼스럽게 그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위 민법 제2조의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되는 경우에는 ‘실효의 원칙’에 따라 그 권리 행사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특히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의 고용관계를 둘러싼 노사 분쟁은 노사 어느 쪽에서도 신속히 해결되기를 바라고, 부당해고인 경우에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82조 제2항에 ‘구제의 신청은 부당노동행위가 있은 날(계속하는 행위는 그 종료일)부터 3월 이내에 이를 행하여야 한다.’는 규정 취지를 고려할 때 법원에 해고 무효 확인의 소 등을 제기하는 경우에는 위와 같은 실효의 원칙이 더욱 적극적으로 적용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대법원의 해석입니다. 
 위 실효의 원칙은 권리자가 상당한 기간 권리를 행사하지 않았어야 하고, 의무자인 상대방이 권리가 행사되지 않으리라고 신뢰할 만한 정당한 사유가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과연 권리자가 얼마나 오랫동안 권리를 행사하지 않았어야 하는지, 어떠한 사유가 있을 때 의무자가 권리가 행사되지 않으리라고 신뢰할 수 있었는지는 일률적으로 판단할 수 없고, 구체적인 경우에 따라 그 권리불행사의 기간의 장단과 권리자 측과 상대방 측 쌍방의 사정 및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습니다. 
  가장 다툼이 되는 부분은 퇴직금 수령입니다. 판례는 기본적으로 해고된 근로자가 퇴직금 등을 수령하면서 아무런 이의의 유보나 조건을 제기하지 않았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해고의 효력을 인정하였다고 할 것이고, 따라서 그로부터 오랜 기간이 지난 후에 그 해고의 효력을 다투는 소를 제기하는 것은 신의칙이나 금반언의 원칙에 위배되어 허용될 수 없다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그러나 다만 명시적인 이의 없이 퇴직금을 수령한 경우라고 하더라도 일률적으로 해고의 효력을 인정하였다고 볼 수 없고 해고의 효력을 인정하지 아니하고 이를 다투고 있었다고 볼 수 있는 객관적인 사정이 있다거나 그 외에 상당한 이유가 있는 상황에서 이를 수령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근로자가 사용자로부터 유리한 조건으로 퇴직금 등을 받고 노동조합 공제회로부터도 전별금을 수령한 후 기숙사에서 퇴사하였다면 징계해고의 효력을 묵시적으로 승인하였다고 볼 것이므로 이후에 해고의 효력을 다투는 것은 신의성실 및 금반언의 원칙에 반한다고 본 사례가 있습니다. 
 또한 해고가 있은 후 사용자가 해고시킨 근로자 대신에 다른 근로자를 채용하는 등 새로운 인사 체제를 구축하였고, 근로자는 퇴직금을 수령하고 특별조치법에 의한 보상금까지 수령한 후 거의 9년이 되어 해고 무효 확인의 소를 제기한 경우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거나 실효의 원칙에 따라 그 권리의 행사가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시한 사례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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