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 Art] 50여년 전통 문양 연구 임영주 선생 괴산군청천면에서 ‘옻칠화’에 빠졌다
[Culture & Art] 50여년 전통 문양 연구 임영주 선생 괴산군청천면에서 ‘옻칠화’에 빠졌다
  • 양승갑
  • 승인 2021.08.27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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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양사’ 등 학술서 20여권 저술한 한국 최고 문양 전문가
전통 미술관 건립위해 내려왔다 ‘아름다운 자연’에 빠져 정착
‘아름다운 금강산’ ‘달항아리’ 등 옻칠 색채 신비로움에 “탄성”
50여년 전통 문양 연구 임영주 선생
임영주 문양 전문가

50여년간 전통문양 연구와 옻칠화(漆畵)에 몰두해온 한국 미술계의 원로 연원(然園) 임영주 선생(79)이 충북괴산군 청천면에 새로운 둥지를 틀고 작품 활동에 여념이 없다.

임영주 선생은 그동안 ‘한국문양사’ ‘한국의 고판화’ 등 굵직한 학술서를 비롯해 20여권의 관련 저서를 집필하였으며, 지난 2019년에는 한사문화재단이 소장 중인 민화 중에서 엄선한 원화 120여점을 화목별로 구분돼 수록한 ‘민화 속 삶 이야기’를 출간했다. 이 책은 민화를 처음 접하는 사람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화목별 주요 상징에 대한 해설이 포함돼 있다.

임영주 선생이 문양연구를 처음 시작한 1970년대 초는 미술사학이나 고고학과 같은 학문연구가 미진해 학자들이 선행 연구 부족으로 인해 활동범위를 좁히며 전문성을 확보하는데 힘쓰던 시기였다. 그가 문양 연구를 택한 것은 아버지의 영향이 컸다. 그의 부친 임천 선생은 문양에 조예가 깊은 유명 고고미술가로, 도쿄미술학교(현 도쿄예술대학)에서 동양화를 전공하고, 국립박물관 학예사로 일하며 불국사, 경복궁, 보신각 등 국보급 건축물 보수뿐만 아니라 관음사, 화엄사 등 각종 유명 사찰 단청 보수공사에서 채색 화원으로 활동했다.

부친의 가르침과 재능을 물려받은 덕분일까. 홍익대학교 공예과 졸업 후 호텔 파티 디자이너로 일하던 그는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사로 자리를 옮겨 수많은 문양 자료를 연구했다. 덕분에 1973년에는 ‘공간’ 특집호에 한국의 도자문양-고려, 이조 편을 냈고, 83년에는 전통문양을 집대성한 ‘한국문양사’를 출간해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후 그는 문화재관리국(현 문화재청) 전문위원으로 발령받아 무령왕릉 고분전시관 등에서 전시 관리위원으로 활동했고, 롯데월드 민속관, 남산 한옥촌에서 전시 기획자로도 활동했으며, 경복궁과 창덕궁 단청 보수작업에 참여했다. 홍익대학교, 동국대학교에서 문양사를 강의하며 후학 양성에도 힘썼다.

전통 문양에 대해 그는 “문양은 문자와 같아요. 문자가 없던 시절에 문양을 글자 대신 이용한 거죠. 일종의 상형문자와 같습니다. 문양에는 당시 사람들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문양 연구는 역사적 연대와 당시 사람들의 생활상은 물론, 당시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마음을 품었는지 등을 알 수 있는 ‘정신 연구 학문’입니다. 연구할수록 더 깊이 빠져들어 여기가지 왔습니다. 그동안 일하며 접한 문양이 몇 만점은 될 겁니다”라고 밝혔다. 

임영주 선생은 홍익대학교 에서 목칠공예를 전공하고,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사, 문화재관리국 문화재전문위원, 한국전통공예미술관 관장, 한-명품미술관 관장을 역임했다.

 

옻칠화 대표적인 주제 ‘금강산’

임영주 선생은 대학시절부터 그림을 그렸다. 지난 2012년 ‘고희기념전’에 이어 7년 만인 2019년 연 ‘희수기념 옻칠채화전’에서는 민화와 성화의 주요 도상을 작가만의 시선으로 재해석한 60여점의 옻칠 채화를 선보였다. 초기 그의 작품은 문양 연구를 통해 나전칠기 기법을 응용한 공예적 표현이 나타났으나 최근에는 삼베에 옻칠을 바르거나 토분과 옻칠을 섞는 등 칠화의 표현으로 옻 채색만의 미감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 주를 이뤘다.

그의 옻칠화 대표적인 주제는 금강산이다. 그는 개성에서 태어나 3세 때 아버지를 따라  서울에 왔다. 국립박물관 학예사로 일하는 아버지와 함께 경복궁에서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보내며 미술에 대한 감성이 형성됐다. 그가 옻칠채화로 그려내는 금강산은 그 색채의 신비로움에 보는 이의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십장생 달항아리, 모란 등도 마찬가지다.

그는 “태어나서 한번 밖에 가보지 못한 금강산이지만 고향 개성에 대한 그리움으로 남아 미술 작품을 통해 재현하고 있다”고 말했다. 

옻칠화는 7000년의 역사를 가진 옻칠 공예에서 파생된 새로운 화종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옻칠 예술성을 접목하여 새로운 회화 분야로 도전하는 형식적인 장르이기도 하다. 

옻칠화의 중요한 매개체가 되는 옻은 옻나무 수액으로 자연에서 얻어지는 천연적인 도료인 동시에 옻칠 화가들에게는 물감이 된다. 화가들은 옻 원액에 색을 내는 돌가루를 섞어 사용한다. 옻칠화는 세월이 흘러도 변함이 없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재료가 고가인데다 대중적인 인기가 적어 작업을 하는 화가들이 많지 않다.

 

세종시에 갤러리·작업실 마련 

임영주 선생은 우연한 기회에 충북 괴산에 자리를 잡았다. 처음에 그는 한국전통공예미술관 관장, 한-명품미술관 관장의 경험을 살려 청주에 전통문화 미술관 건립을 협의하기 위해 내려왔다. 그러나 미술관 건립이 어려워지며 괴산군청천면에 건립된 버섯 랜드에서 민화 교실등을 열어 교육 사업을 계획하며 청천면에 정착했다. 아름다운 자연 경관이 원로 화가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해 개관이 늦어지고 교육사업도 차질을 빚게 됐다. 임영주 선생은 최근에는 세종시에 갤러리와 작업실을 마련 중이다. 그곳이 완성되면 어린이를 위한 미술 교실도 열 계획이다.

“한국의 전통 문양에 심취해 50여 년간 연구자로서 살아왔지만 그림은 나의 또 다른 삶입니다. 우리 문화에 대한 긍지와 애틋한 마음을 그림에 모두 담아내려 합니다. 옻칠이 세월이 흘러야 제 색깔이 나오는 것처럼 제 옻칠화도 이제야 어느정도 완성도가 높아지는 것 같습니다. 내년에 여는 팔순 기념전을 위해 작업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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