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담배골목이 떠들썩한 담장마켓이 되다
어두운 담배골목이 떠들썩한 담장마켓이 되다
  • 이규영
  • 승인 2021.09.14 10: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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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형 로컬크리에이터] 충북형 로컬크리에이터를 찾아서 ① 세상상회
‘커뮤니티’가 만든 충주 성내동 젊음의 골목길

작곡가 차이콥스키가 남긴 가장 밝고 쾌적한 곡 ‘현을 위한 세레나데’. 그는 후원자인 폰 메크 부인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 세레나데는 내면적 충동에 따라 작곡했고, 자유로운 사고에서 비롯됐으며, 진정한 예술적 가치를 지닌 작품”이라고 묘사했다.
내면의 열정, 틀에 박힌 사회생활에서 벗어나 자유에서 진정한 자신의 가치를 찾는 사람들은 이곳에도 있다. 충북형 로컬크리에이터는 그들의 진짜 가치를 찾아 도심을 벗어난 낙후상권에 발을 내딛고 미래를 설계한다. 세종경제뉴스는 연재물을 통해 이들이 개척한 삶의 발자국을 따라간다.

골목길 안쪽에 있는 세상상회.
골목길 안쪽에 있는 세상상회.

차 한 대 들어갈 수 없는 좁은 골목길. 커피콩 볶는 냄새가 살금살금 다가온다. 길을 따라가 보면 이런 곳에도 카페가 있나 싶은 장소에 ‘세상상회’가 있다.

이른 오전, 이상창 대표는 익숙한 손길로 오픈 준비에 여념이 없다. 특히나 이날은 직접 볶은 원두를 유통하는 날이라 더욱 바빴다. 충주까지 내려와 카페를 차린 지는 벌써 3년차. 서울에서 지역 활성화 및 도시재생 컨설턴트로 능력을 인정받던 그가 이곳에 뿌리를 내린 것도 어떻게 보면 낙후도심 재생의 꿈을 실현하라는 운명일 수도 있겠다.

그런데 사실 이 대표가 내려온 이유는 여유가 필요해서다. 돈이 다 무슨 소용인가, 직장을 정리하고 쉼을 위한 보금자리를 찾던 중 치열한 상권 경쟁이 없는 충주를 선택한 것이다. 충주는 지역을 대표하는 차별화된 도시 이미지, 다양한 로컬 콘텐츠는 부재한 ‘심심하고 조용한’ 도시였다. 심지어 낙후도시라 땅 값, 건물 값도 저렴한 ‘기회의 땅’이었다.

이상창 세상상회 대표가 원두를 가공하고 있다.
이상창 세상상회 대표가 원두를 가공하고 있다.

그가 충주에 발을 딛고 ‘세상상회’라고 이름을 지을 때만 해도 이곳 성내동은 오랜 기간 슬럼화가 진행돼 일명 ‘담배골목’이라고 불렸다. ‘범죄는 이런 골목에서 일어나지’ 하는 이미지였다. 그렇기에 이름에 ‘상회’가 들어갔다. 고즈넉한 뒷골목에 있을 가게라면 상회라는 이름이 들어가야 하지 않겠냐는 생각이었다. 마침 이곳은 충주시 최초 도시재생 구역이기도 했다.

옥상에는 세상상회 ‘네트워크 라운지’를 만들었다. 이 대표는 이곳을 ‘직업병의 연장’이라고 말한다. 문턱이 낮은 카페라는 공간을 이용해 복합문화 공간으로 활용하고자 했다. 수시로 토크콘서트, 공연, 네트워킹 행사를 진행하는 ‘만남의 장’이다.

이 네트워크 라운지는 사실 세상상회의 정체성이다. 로컬크리에이터인 이 대표는 충주의 로컬을 살린, 지역의 자원이다. 특색 있는 사업 아이템 제시와 교류를 통한 ‘협업’을 추구하는 충북형 로컬크레이터의 특성상 카페와 결합된 네트워크 라운지는 지역의 자원들을 한데 모을 수 있는 장소다. 

“서울에서는 네트워킹 문화행사가 되게 활발한데, 충주사람들은 잘 모르죠. 그래서 젊은 친구들 모아다가 ‘우리 동네에 이런 활동이 있다, 다 같이 참여하자, 흔한 공연이나 플리마켓이 아니라 즐기면서 하자’ 기획하는 거예요.”

담장마켓 행사에 인파가 몰렸다.
담장마켓 행사에 인파가 몰렸다.

 

그렇게 기획한 문화행사가 담장마켓이었다. 14회 정도 진행한 그들의 행사는 전국에서 모인 판매자만 50여 팀이 넘었다. 참여자도 2000명을 상회했다. 어떻게 그 많은 사람들을 이끌어 모을 수 있었을까. 정답은 다시 ‘네트워킹’이다. 이슈몰이가 중요했던 문화행사. 보탬플러스협동조합 등으로 뭉친 충주 로컬크리에이터들은 그들이 가진 SNS 인프라, 아는 사람을 총동원했다. 꼬리에 꼬리를 문 홍보의 파급력은 강력했다.

문화행사 말고도 외지인이 이곳에 정착하고자 할 때, 아르바이트생이 새로운 사업체를 가지고 싶다고 할 때, 온갖 프로젝트 서류고, 아이템 정보를 모두 넘겨준다. 대외비는 일절 없다. 잘 되라고 그냥 넘겨준다. 그렇게 현재 이 골목에 새 바람을 불어넣은 가게는 6곳. 모두 로컬크리에이터다. 모두 함께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 이 대표는 ‘오지랖’이라고 했다.

세상상회 네트워크 라운지에서 열렸던 공연 모습.
세상상회 네트워크 라운지에서 열렸던 공연 모습.

세상상회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오래된 여인숙 건물. 그곳에 다시 새로운 창업자가 들어온다. 세상상회 알바요정 4호기다. 이 대표에게 물려받은 노하우, 로컬크리에이터들에게서 얻은 부동산, 건설, 인테리어 정보 모두가 4호기의 자산이 됐다. 그는 앞으로 이 여인숙 건물을 커뮤니티 카페 겸 게스트하우스로 탈바꿈 해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 대표는 이외에도 충주우체국 건물 옥상 300평 대지에서 충주 중앙탑면에서 주류아이템으로 전국의 유쾌한 사이더(사과로 만든 와인)를 만드는 로컬크리에이터 댄싱사이더와 협업해 충북 로컬 편집숍을 준비한다. 판은 점점 커질 계획이다. 그들이 즐기고 시도하는 한 충북형 로컬크리에이터 생태계도 꾸준히 발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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