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에서 본 플랫폼 기업의 폐해
대형마트에서 본 플랫폼 기업의 폐해
  • 오옥균 기자
  • 승인 2021.09.23 17: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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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옥균 세종경제뉴스 편집국장

2009년 청주시는 대형마트 입점을 반대하는 중심지였다. 당시 소상인들은 생업인 시장과 상점을 닫고 철시(撤市)투쟁에 나서며 전국적인 관심을 불러모았다. 대형마트 하나가 입점하면 수백 수천의 소형점포가 존폐의 위기에 몰릴 것이라는 우려때문이었다.

12년이 지난 지금 청주에는 대형마트는 물론 백화점과 대형쇼핑몰이 큰 수로 입점해 있다. 우려했던 대로 자영업자는 벼랑 끝으로 내몰렸고, 전통상권은 무너졌다. 편리함을 찾는 소비자의 요구와 지방정부의 안일한 대처가 유통생태계의 변화를 가져온 것이다.

최근 카카오에 대한 정부 제재는 독점이 유통 질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다시금 돌아보게 한다.

카카오는 전 국민이 사용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카카오톡(가입자 4500만명)을 기반으로 빠르게 성장했다. 제조업 중심의 전통적인 시장구조에서 볼 수 없었던 소비자나 생산자가 아닌 유통업체가 주도하는 시장이 됐고, 대형 유통업체(플랫폼)가 툭정 시장을 독점하기에 이르렀다.

새로운 성장동력의 발견이나 새로운 일자리에 대한 호의적 기대감도 잠시, 카카오의 성장은 기존 시장의 잠식과 동의어가 됐다. 시총 5위 기업이 택시와 대리운전, 미용실 예약 등을 주요 사업으로 삼으면서 여론은 등을 돌렸고, 정부는 규제를 준비하고 있다.

대형마트가 플랫폼기업으로 이름만 바뀌었을 뿐이지, 12년 전 대형마트에 대한 우려와 지금의 플랫폼기업 논란은 다르지 않다.

당시 정부는 대형마트에 상생안 제시를 요구했고, 2회 휴무 등 영업시간 제한이 결과물로 나왔다. 12년이 지난 지금 이런 상생안은 큰 효과가 없다는 것이 증명됐다. 편리한 쇼핑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은 마트 영업일에 맞춰 장을 봤고, 상당수는 온라인쇼핑몰로 옮겨갔다. 전통시장이나 동네 슈퍼마켓의 형편은 더 나빠졌다.

정부조사와 국정감사를 앞둔 카카오가 최근 상생안을 제시했다. 골목상권 논란 사업을 철수하고, 파트너 지원 확대를 위한 기금을 3000억원 조성하겠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반발하는 시장과 정부의 압박을 잠재우기 위한 약간의 양보에 지나지 않는다. 독점에 이른 택시의 경우 별도의 요금을 받는 스마트호출만을 폐지하기로 했다. 배달 중계 서비스를 중단한다고 했지만 대리운전 등은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앞서 말했듯 편리한 서비스를 원하는 소비자의 요구는 줄어들지 않는다. 불편함을 감수하고 골목상권·소상인의 서비스를 이용하라고 요구할 수도 없다. 결국 이런 정도의 상생안으로 유야무야 넘어가면 대형마트의 전철을 밟을 수밖에 없다. 카카오는 시작일 뿐이다. 모든 상거래에 플랫폼기업이 자리잡고 있다. 이들은 급성장을 이어가고 있고, 이들의 영역이 커지는 만큼 소상인이 설 자리는 좁아진다.

특히 국내 플랫폼기업들은 매출액의 90% 이상을 내수시장에 두고 있다는 점에서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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