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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상철
  • 승인 2021.10.10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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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게임'이 전 세계를 휩쓸고 있다. 한국 드라마 최초 미국 넷플릭스 시청 순위 1위를 시작으로 오징어게임이 공개된 83개 국가에서 모두 정상을 차지하며 뜨거운 반향을 일으켰다.

오징어게임은 빚에 쫓기는 자들이 목숨을 건 의문의 서바이벌 게임에 초대돼 456억원 상금을 두고 최후의 승자가 되기 위해 목숨을 거는 이야기다. 극한 경쟁에 몰린 현대인들 상황을 어린 시절 추억의 놀이와 결부시켜 잔혹하고 충격적인 죽음의 게임으로 탄생시켰다. 그 결과는 초대박이었다.

오징어게임이 흥행했음을 방증하는 건 넷플릭스 주가가 말해준다. 지난 9월초 582.07달러였던 넷플릭스 주가는 오징에게임이 세계 각국에서 인기를 끌자 10월 6일, 종가 기준 최고가(639.1달러)를 기록했다. 그렇다면 ‘오징어 게임’ 연출자와 출연 배우, 제작진은 초대박 흥행에 따른 인센티브나 금전적 수익을 얼마나 더 받게 됐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아무 것도 없다. 연출자와 주·조연 배우의 국제적 인지도가 올라가 다음 출연작의 몸값이 달라지고 광고 섭외가 밀려오기는 하겠지만 애당초 받은 개런티 외 추가로 돈을 더 받지 못한다. 흥행에 따른 모든 이득은 제작비를 댄 넷플릭스가 가져가기 때문이다. 반면 제작사로서는 안정적인 제작비용을 마련할 수 있었고, 흥행에 실패해도 큰 부담이 없다는 장점이 있다.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기업 넷플릭스 제작 및 수익 구조를 살펴보자. 넷플릭스는 사전에 제작비를 투자하고, 투자를 받은 제작사가 콘텐츠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넷플릭스가 모든 제반 비용을 투입하는 대신 모든 수익을 독점한다. 이번 오징어게임 제작비 200억 원도 넷플릭스가 투자했다. 전체 9회인 점을 감안하면 회당 약 25억 원 수준이다. 

황동혁 감독은 최근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오징어 게임 각본을 2008년에 썼지만 투자를 받기 어려웠다”며 “넷플릭스가 아니면 불가능했다. 넷플릭스는 처음 아이디어를 듣고부터 계속 밀어줬고, 만드는 내내 지금까지 이렇게 편안하게 작품을 해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추가 수익이 없어도 전 세계에서 쏟아지는 뜨거운 반응, 그것만으로도 창작자로써 너무 감사하다”고 설명했다.

수익 배분에 대한 불균형은 있지만 제작사 입장에서는 넷플릭스의 투자 방식은 매력적이다. 여기에 해외 83개국 진출이라는 효과도 동시에 얻을 수 있다. 넷플릭스 입장에선 콘텐츠가 흥행에 실패하면 물론 손해를 본다. 하지만 이를 감수하고 투자한다. 일종의 ‘고위험 고수익’인 셈이다.

일각에선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챙긴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넥플릭스가 지금까지 거대 자본을 투입하고도 실패한 작품도 많다. 고작 성공작 몇 개 나왔다 해서 그들이 감내한 리스크는 무시해도 될까. 황 감독 말마따나 국내 제작사 아무도 관심 가져주지 않던 각본이 무려 13년 만에 넷플릭스에 의해 세상에 공개된 공은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

단, OTT 같은 플랫폼 산업의 경우 한 업체가 완전한 독점을 갖게 되면 국내 IP 산업은 전체가 넷플릭스에 끌려 다닐 수 있다. 각 나라마다 OTT업 체가 늘곤 있지만 83개국에 콘텐츠를 제공하는 건 넷플릭스가 유일하다. 순간의 이익보다는 이러한 근본 해결 방안을 정부와 업계는 고민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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