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을 새긴 오브제… 역사가 있는 ‘단 하나뿐인 가구’
공간을 새긴 오브제… 역사가 있는 ‘단 하나뿐인 가구’
  • 이규영
  • 승인 2022.01.04 09: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충북형 로컬크리에이터를 찾아서 ④ 아뜰리에201
리본프로젝트부터 자투리전까지… 이야기를 담다

작곡가 차이콥스키가 남긴 가장 밝고 쾌활한 곡 ‘현을 위한 세레나데’. 그는 후원자인 폰 메크 부인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 세레나데는 내면적 충동에 따라 작곡했고, 자유로운 사고에서 비롯됐으며, 진정한 예술적 가치를 지닌 작품”이라고 묘사했다.

내면의 열정, 틀에 박힌 사회생활에서 벗어나 자유에서 진정한 자신의 가치를 찾는 사람들은 이곳에도 있다. 충북형 로컬크리에이터는 그들의 진짜 가치를 찾아 도심을 벗어난 낙후상권에 발을 내딛고 미래를 설계한다. 세종경제뉴스는 연재물을 통해 이들이 개척한 삶의 발자국을 따라간다.

배해경 아뜰리에201 대표
배해경 아뜰리에201 대표

한적하고 조용한 구도심 청주 수동에서 오랜 기간 환자를 돌보던 병원이 번화가인 주성동으로 이전했다. 오래돼 부서진 가구, 집기는 새로 장만하려는지 모두 버려두고 떠났다.

남겨진 물건들은 이대로 가치를 잃고 폐기되는 걸까. 아니다. 버려진 가구를 눈여겨본 한 사람이 있었다. 그는 가구를 싣고 공방으로 가져가 뚝딱뚝딱 수선을 시작했다.

그렇게 아뜰리에201의 배해경 대표는 ‘리본프로젝트’를 통해 다시 쓸 수 없기에 버려진 탁자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었다.

 

자투리전에 전시된 '우암동로 10' 작품과 그간의 작품 기록을 담은 사진이 벽에 진열돼 있다.
자투리전에 전시된 '우암동로 10' 작품과 그간의 작품 기록을 담은 사진이 벽에 진열돼 있다.

 

공간을 기록하다… 리본 프로젝트‧자투리전

“아뜰리에201을 정의한다면 기획에서 디자인 제작, 설치까지 모든 걸 한 번에 할 수 있는 팀이라고 할 수 있어요. 로컬 크리에이터로서는 이야기가 있는 공간과 오브제(사물)가 있는 곳. 다시 말하자면 사람과 공간에 관한 이야기가 스며들어 있는 작품을 기획하는 것입니다.”

배해경 대표가 재창조한 탁자는 구도심인 수동과 신도심인 주성동을 담아냈다. 당시 탁자는 상판이 망가지고 중간 서랍 또한 없어진 상태. 그는 없어진 부분을 거침없이 떼어내고 빨간 아크릴을 덧붙였다. 양옆과 손잡이에는 문양을 팠다. LED 작업과 함께 스피커도 삽입했다. 작업 대부분은 손으로 진행했지만 새로 삽입한 아크릴은 기계로 작업했다. 

그렇게 수동 오래됨과 주성동의 디지털적인 모습을 담아낸, 단 하나밖에 없는 ‘역사가 있는 가구’가 탄생했다.

 

배해경 아뜰리에201 대표가 자투리전 체험활동 시범을 보이고 있다.
배해경 아뜰리에201 대표가 자투리전 체험활동 시범을 보이고 있다.

이와함께 아뜰리에201은 매해 ‘자투리전’을 진행한다. 작업 후에 남는 자투리를 모아 새로운 창작물로 재생산하는 작업이다.

“버리기에는 아깝고 다시 쓰기에는 부족한, 그런 부분들을 모아 ‘우리가 느낀 청주’를 기록하는 아트작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또 전시 참여자가 자투리를 이용해 직접 작품을 만드는 행사도 진행하죠.”

지난 17일 아뜰리에201 공방에서 3번째 자투리전이 열렸다. ‘아트가구’ 소개와 체험을 통해 예술을 직접 만나고, 제품들은 현장판매도 진행됐다. 특히 조각으로 남은 자투리는 참여자가 직접 참여해 작품을 만들어보는 체험행사도 열려 호응을 자아냈다. 배 대표는 그들이 진행하는 전시회를 통해 자사 브랜드 만들고자 하는 바람을 담았다.

배해경 아뜰리에201 대표
배해경 아뜰리에201 대표

 

‘사람’으로 만들어지는 아뜰리에201

배 대표는 정문찬 디자이너와 프랑스에서 10여 년의 삶을 살았다. 오랜 기간 지내온 만큼 그들의 예술가로서의 입지는 탄탄했다. 그가 한국으로 돌아간다고 했을 때 ‘미리 작품을 만들어두고 가면 안 되겠냐’, ‘한국에서 여기까지 배송해 줄 수 있느냐’는 요청을 수없이 받았다.

그랬던 그가 연고도 없는 청주에서 터를 잡고 살아갈 수 있었던 이유는 단연 ‘사람’이었다. 그들과 어우러지고 협업하는 자들과의 상생을 통해 성장하는 것이다.

“우리 직업에서 철들면 끝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매번 새로운 작업을 하고 앞으로 어떤 재미있는 일이 있을까 생각합니다. 리본프로젝트로 오래된 가구에 이야기를 담아 재생산하는 것도, 자투리전을 통해 다양한 사람을 만나는 것도. 앞으로도 함께 성장해나가고 싶어요.”

 

아뜰리에201에서 제작한 도서보관대. / 아뜰리에201
아뜰리에201에서 제작한 도서보관대. / 아뜰리에201

 

Commentary

사람들이 살아가는 삶의 흔적은 글로, 또 사진으로 기록될 수 있지만 우리가 사용한 가구에 손이 타고 그렇게 추억을 공유하며 낡아가면서 기억되기도 한다.

아뜰리에201의 아카이빙은 그 낡음을 읽어내고 담아내는 작업이다. 멋진 자재로 새 가구를 만들 수 있지만 그들은 버려진 가구의 가치를 새롭게 탄생(re-born)시킨다.

그동안의 스토리를 고스란히 간직한 채로. 이들은 진정한 예술가이자 스토리텔러 로컬크리에이터다. 

By 심병철 충북창조경제혁신센터 책임연구원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