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세제민] 말뿐인 식량안보, 위기는 도래했다
[경세제민] 말뿐인 식량안보, 위기는 도래했다
  • 세종경제뉴스
  • 승인 2022.09.13 09: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옥균 편집국장

9월 6일 우리나라 제주와 영남을 강타한 태풍 '힌남노'가 적지 않은 인명과 재산피해를 남기고 사라졌다. 당초 더 큰 피해가 우려됐다는 점에서 경로를 틀어 동해상으로 빠져나간 태풍이 한편 고맙기도 하지만, 해마다 더 큰 태풍이 올라올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전망에 여러 생각을 하게 한다.
기후변화에 따른 기상이변은 이제 더 이상 운에 맡길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그동안 진리로 여겼던 ‘태풍은 적도 부근에서 생성돼 북반부로 올라오면서 저기압으로 약화되고 소멸된다’는 공식이 힌남노에 의해 깨졌다. 
힌남노는 바닷물 온도가 상승하면서 적도가 아닌 고위도에서 생성됐다. 첫 사례다. 생성 위치가 한반도와 가까워졌다는 것은 태풍이 북상하며 한반도를 지날 때 이전 보다 더 위력이 강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수확을 앞둔 농민들의 고민도 커질 수밖에 없다. 힌남노 북상 당시 역대 최대 태풍이라는 분석이 나오면서 농가들은 설익은 과일과 벼를 서둘러 수확했다. 낙과와 벼침수 피해를 걱정해서다. 
수확기에 강한 태풍이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이에 따른 피해가 거듭되면 그렇지않아도 일손이 없어 힘들어하는 농가 입장에서 업을 이어갈 의욕이 사라진다. 그 첫 번째가 수익성이 사라진 벼농가의 폐업이 될 것이다.
생필품 가운데 값이 가장 덜 오른 품목은 아이러니하게도 주식의 재료인 쌀이다. 식문화가 서양화되고 외국산 다양한 식재료가 공급되면서 소비가 줄어든 것이 가장 큰 이유다. 1980년에는 1명이 1년동안 132kg의 쌀을 소비했지만 현대인들은 절반에도 못 미치는 61kg을 먹는다. 
두 번째 이유는 정부의 안이한 대처다. 벼농사의 수익성이 사라지며 해마다 많은 농가들이 다른 작물로 눈을 돌리고 있지만, 정부는 적극적인 정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통계청이 밝힌 8월 산지 쌀값은 20kg당 4만2522원으로 지난 1년간의 최고점 대비 22.8% 하락했다. 수확을 앞둔 농민들이 구곡·신곡 초과 생산량을 시장에서 격리시키고, 중장기적 쌀 산업 안정을 위한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연일 소리치지만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FTA로 당장 식량안보에 대한 공포감을 느끼지 못하고 있을 뿐 우리나라는 세계 주요국가 중 식량자급률이 가장 낮은 나라 중 하나다. 최근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세계 곡물가격이 급등하는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우리 농업의 근본인 벼농사에 대해 정부가 세심한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식량위기는 머지않아 찾아온다. 
우리나라 곡물자급률은 20%로 최하위권이다. 쌀로 대표되는 식량자급률은 40%대다. 반면 대부분의 선진국은 100%의 곡물자급율을 유지하고 있다. 문제는 개선될 징조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주요 국가가 식량을 무기화하면 우리의 식량안보는 힘없이 무너질 수밖에 없다.
연초인가, 요소수 대란으로 우리나라 물류가 마비됐던 것을 기억할 것이다. 50%이 상 국내 생산하던 요소수를 중국산 수입이 더 싸다는 이유로 자급률이 10% 이하로 떨어지면서 벌어진 일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