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희돈 교수의 치유 인문학] 과제를 분리하라
[권희돈 교수의 치유 인문학] 과제를 분리하라
  • 세종경제뉴스
  • 승인 2022.10.26 2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자료 / 아이클릭아트

 

인간의 모든 고민은 인간관계에서 비롯된 고민이다. 사회심리학자 아들러의 말이다. 이 말을 귀 기울여 듣다보면, 인간관계에서 태도를 바꾸면 고민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다. 자유를 얻고 올바른 삶을 살게 된다는 의미가 담겨져 있다. 

자유를 얻기 위한 태도에 대해서 아들러는 이렇게 충고한다. 먼저 타인에게 인정받기를 바라지 말고 자신의 과제인지 타인의 과제인지 명확히 분리하라. 그런 다음 묵묵히 나의 과제를 실천해 가라. 인간은 궁극적으로 나를 생각하며 산다. 내가 나를 위해 살지 않으면 누가 내 인생을 살아준단 말인가. 자식이라 할지라도 나의 기대를 만족시키기 위해 사는 게 아니다. 거리가 가까울수록 더욱 의식적으로 과제분리를 하라. 타인의 과제에 개입하는 것과 타인의 과제를 떠안는 것은 자신의 인생을 무겁게 짓누른다.

 평생을 교직에 몸담았던 교장선생의 이야기다. 정년 무렵 퇴직금을 몽땅 아들 사업자금으로 보탰다. 한 번 기운 아들의 사업은 좀처럼 회생하지 못하였다. 결국 그는 인생 말년에 누구에게도 말 못할 생계형 노인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자식이니까 자식의 일이니까 마지못해서 자식의 과제를 떠안았다가 낭패를 본 이야기이다. 불행하게도 우리의 삶의 현장에서는 이렇게 타인의 과제를 떠안았다가 고통에 빠진 사람들이한 둘이 아니다. 자식의 사업에 관한 일은 타인(자식)의 과제이지 자신의 과제가 아님을 인식하고 냉정하게 선을 그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만약 아버지가 자식의 청을 들어주지 않고 냉정하게 거절했다면 자식으로부터 원망을 들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아버지가 냉철하게 과제분리를 했다면 아버지는 자식의 원망은 자식의 몫일뿐임을 깨닫게 되었을 것이다. 물론 아버지의 입장에서 마음 아픈 경험을 하였을 터이다. 그렇지만 자식의 삶에 짓눌려 살지 않고, 자신의 삶을 자유롭게 살 수 있었을 것이다.

 아들러의 말을 좀 더 들어 보자. 부모님, 형제들, 직장(공동체)동료들과의 관계에서 이것은 누구의 과제인지 먼저 생각하라. 어디까지가 내 과제이고 어디까지가 타인의 과제인지를 파악하라. 과감하게 선을 그어라. 그 누구도 내 과제에 개입시키지 말고, 나도 타인의 과제에 개입하지 말아라. 이것이야말로 대인관계의 고민을 단숨에 해결할 수 있는 지름길이다.

 직장생활을 한 사람은 한 번쯤 경험을 해봤을 것이다. 직장상사는 대체로 직원들을 수직적 사고방식으로 대한다. 늘 억누르려 하고 자신의 뜻대로 따라와 주길 바란다. 상사의 뜻이 옳 으면 따라야 하지만 대개는 무리한 요구를 해오는 경우가 많다. 그럴 경우 그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미워하고 심지어 왕따를 시키기도 하며 인사에 불이익을 주기도 한다. 

 이럴 경우에도 상사의 요구가 타자의 과제인지 나의 과제인지 철저히 분리해야 한다. 그리고 나의 과제가 아닌 것은 과감히 거절해야 한다. 거절한다 해서 미워하거나 왕따를 시켜도 그것은 상사의 몫이지 나의 몫은 아니다. 상사가 두려워서 부당한 요구에 질질 끌려다니면 그것은 자신의 인생을 사는 게 아니라 상사의 인생을 사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다만 자신의 의지와 신념을 꿋꿋하게 밀고 나가는 태도를 가져한다. 그래야 관계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으며 자신의 삶을 올바르게 살 수 있게 된다. 
   
 요즈음 가족이나 친구 간에 금기시 하는 주제가 두 가지 있다. 정치이야기나 종교이야기이다. 이 두 주제는 심지어 부부 사이라도 금기어로 여기며 산다. 왜냐하면 각자 자신의 성향에 따라 종교와 정치적 견해는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차이를 인정하지 않고 자신의 견해만 옳고 타인의 견해는 옳지 않다는 판단이 화를 불러온다. 서로 자기 주장만 하다가 언성을 높이고 심한 갈등을 초래한다. 마침내 가족 간의 관계나 친구간의 관계가 끊긴다. 

 나와 종교나 정치적 견해가 다르다고 왜 갈등을 겪어야 하는가? 그리고 왜 관계를 끊어야 하는가? 가족이나 친구가 나하고 다르다고 근심할 것이 아니라 관계에 대한 태도가 변해야 한다. 그 태도란 과제분리이며, 이 때의 과제분리는 상대의 견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차이가 있다고 차별하는 것이 아니라 차이를 인정하면서 함께 하게 된다. 그러면 오히려 서로 다른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가족이 되고 친구가 된다는 사실을 기쁨으로 받아들인다. 

 과제분리를 공부하고 나면 인간관계의 카드는 내가 쥐고 있음을 알게 된다. 인생의 카드를 남에게 맡길 것인가 내가 쥘 것인가?

 인간관계에서 인정욕구에 취해 있으면 인간관계의 카드는 언제나 남이 가질 수밖에 없다. 나의 과제를 분리하면 타인의 과제에 짓눌리지 않는 자유로운 삶을 살 수 있다. 내가 이렇게 변해도 상대는 변하거나 변하지 않거나 한다. 변하든 변하지 않든 그것은 모두 타인의 과제이다.(時雨) 

권희돈 교수
권희돈 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