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진 들풀, 지칭개를 아시나요?"
"숨겨진 들풀, 지칭개를 아시나요?"
  • 박상철 기자
  • 승인 2016.10.26 10: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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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산 농가맛집 ‘얼음골봄’

[세종경제뉴스 박상철기자] ‘쏙쏙 뽑아 나싱게(냉이) 주벅주벅 국수댕이, 바귀바귀 쓴바귀(씀바귀), 이개 저 개 지칭개~’

마법사의 주문 같지만 충청도 지방의 ‘나물 타령요’다. 충청도에 살고 있는 사람이라도 이런 노래가 있었구나 하는 의구심이 든다. 그중에서도 지칭개는 우리에게 너무도 생소하다. 지칭개는 우리나라의 들과 밭에 널리 자생하는 국화과의 두해살이 풀이다. 이 지칭개를 통해 제2의 삶을 시작한 괴산의 농가맛집 '얼음골봄' 안춘자 대표의 희망 이야기를 들어보자.

'지칭개'의 참맛을 보여주고 싶다는 얼음골봄 안춘자 대표

귀가 멍해질 정도로 굽이굽이 도로를 한참을 올라가다 보면 한적한 도로 한편에 여느 농가처럼 보이는 얼음골봄이 눈에 들어온다. 생각보다 지대가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지만 주위에는 갖가지 풀과 야생화들이 반가운 모습으로 방문객을 맞이해준다. 꼬리를 흔들며 다가오는 강아지를 보니 고향집처럼 마음이 편안해진다. 그것도 잠시. ‘따다닥’ 소리에 시선이 멈췄다. 주방이다. 칼질 소리에 분주함이 느껴졌다.

예약제로만 운영되는 이 식당의 대표 메뉴는 바로 ‘지칭개오리백숙’이다. 정갈하게 차려진 밑반찬이 침샘을 마구 자극한다. 메인 요리가 나오기도 전에 젓가락질이 쉬지 않는다. 안 대표는 “밑반찬만 먹어도 보약이에요. 직접 재배해 키운 것들이라 힐링 푸드입니다.” 그랬다. 조미료나 양념 맛보다는 재료 본연의 맛을 통해 음식이 아니라 건강을 먹는다 표현해도 과언이 아니다.

얼음골봄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지칭개

드디어 등장한 ‘지칭개오래백숙’, 위풍당당하다. 통 오리고기 위에 수북이 올려 있는 지칭개 때문인지 흔히 보던 오리백숙의 모습이 아니다. 괴산의 대표 작물 옥수수까지 더해져 맛보기도 전에 눈이 즐거웠다. 지칭개로 오리고기를 감싸 한 입 먹었다. 쌉싸름한 맛이 입안을 가득 메웠다. 하지만 곧 쓴맛은 사라지고 오리고기의 고소함이 쓴맛을 압도한다. “제가 개발한 소스에 절인 깻잎과 함께 드셔보세요” 처음 맛보는 맛이다. 쫄깃한 오리살과 지칭개, 게다가 깻잎까지 더해지니 신세계였다.

얼음골봄의 메인메뉴 '지칭개오리백숙'

궁금했다. 어떻게 농가맛집을 하게 되었는지 넌지시 물었다. 생계를 위해 20년 전부터 음식점을 운영했던 안 대표는 3년 전 우연히 농업진흥청에서 주관하는 농가맛집 프로그램을 알게 됐다. 처음에는 철저한 식재료 관리 교육과 고객 응대 교육 등 까다로운 관리에 애를 먹었다. 한 번도 접해보지 못한 교육에 낯설기도 했지만 배우는 것은 많았다. 그 후로 멀리서도 찾아주시는 손님들과 텃밭에서 싱싱하게 자라는 음식재료를 보며 스스로 흐뭇함을 느꼈다. “돈을 벌기 위해 시작한 농가맛집이지만 지금은 돈보다는 맛있게 먹었다는 손님의 진심 어린 인사 한 마디에 더욱 보람을 느낀다.”라고 안 대표는 이야기한다.

보는 것만으로도 건강해지는 '지칭개오리백숙' 한 상 차림

지칭개와 오리는 뛰어난 음식궁합을 자랑했다. 오리고기의 잡내 제거뿐 아니라 염증을 가라앉히고 해독 작용 덕분에 에너지를 충만케 한다. 쓴맛이 강한 지칭개로 음식을 하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반복되는 실패에서도 수십 번의 시행착오를 거쳐 쓴맛을 없앨 수 있는 법을 터득했다. 그 비결은 바로 오랫동안 뜸을 들이는 것이다.

자연을 담은 건강 밥상 '지칭개오리백숙'

날씨가 서늘해지면 ‘묵은지오리탕’을 선보인다. 시원칼칼한 국물에 소주 한 잔 하기 좋다. 메뉴판에는 없으니 당황하지 마시길.

안 대표에게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묻자 “지금에 만족합니다. 욕심 없이 손님이 더 많은 것을 얻어갈 수 있도록 힘닿는 데까지 열심히 할 겁니다.”라며 머쓱하게 미소 짓는다. 이 가을 맛과 영양을 모두 갖춘 얼음골봄에서 뜨끈한 정성을 맛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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