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오늘도 허탕… 희비 교차하는 청주 수동 인력시장
[르포] 오늘도 허탕… 희비 교차하는 청주 수동 인력시장
  • 박상철 기자
  • 승인 2017.01.26 13: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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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평균 90명 찾아지만 일감 얻는 사람 10명 내외
무료로 제공되는 아침 먹기 위해 센터 방문하기도
이들에게 하루 일하고 안하고는 생존과 연결되는 문제다. / 사진=박상철 기자

[세종경제뉴스 박상철기자] 설 연휴 하루 전날인 26일 새벽 5시. 모두 잠들어 있는 도시에 환한 불이 켜져 있는 청주시 ‘일자리종합센터’을 찾았다.

이날 아침 기온은 영하 10도, 칼바람까지 더해져 체감온도는 영하 18도까지 떨어졌다.

센터 앞에는 흰머리가 힐끗힐끗한 적어도 아버지뻘 정도 돼 보이는 남자 몇몇이 연신 담배 태우고 있었다. 이들은 서로 안부를 묻고, 200원짜리 자판기 커피를 나눠 마시며 얼은 몸을 녹이고 있었다.

누군가의 아버지, 누군가의 남편인 그들은 자신과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어둠이 가시지 않은 이 시간에 일감을 구하러 나왔다. 그들은 바로 ‘일용직근로자’다.

하루 일당 10만원은 그들에게는 생존이다. 하지만 1월은 건설업계의 비수기로 일감은 거의 없다. 영하로 떨어진 날씨 탓에 관급 공사는 올 스톱. 하루하루 벌어 생활하는 이들에게는 추위가 달갑지 않다.

8년 째 일용직 노동자 생활을 했다는 A(67) 씨는 “정말 올해 겨울은 일감이 없어도 너무 없다”며 “벌써 3일째 일감이 없어 빈손으로 집에 들어가기 미안하다”며 한숨을 쉬었다.

새벽 6시가 되자 사람들로 센터는 붐비기 시작했다. 평균 나이 60대 이상. 심지어 장애를 가진 이들까지도 일감을 찾기 위해 나왔다.

갑자기 사람들이 한 줄로 줄을 선다. 식권을 받기 위해서다.

청주시는 새벽인력시장에서 구직활동을 하는 일용직근로자에게 월요일에서 금요일까지 아침밥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식권을 받아든 사람들은 주린 배를 잡고 근처 식당으로 발길을 재촉한다. 식당 안은 벌써 만원이다.

따뜻한 밥과 국, 그리고 몇 안 되는 반찬은 그들에게는 일용할 양식이다. 이 한 끼로 하루를 버티는 사람들도 있다.

식판을 들고 혼자 허겁지겁 밥을 먹고 있는 B(62) 씨 옆에 앉았다. 자연스럽게 인사를 건넨 후 대화를 이어갔다.

그는 “명절에 자식새끼들 오면 세뱃돈이라도 챙겨줘야 하는데 4일째 일이 없으니...”분주하던 젓가락질을 멈추며 “오늘도 일감이 없어 돌아가야지만 이렇게 아침밥이라도 든든히 챙겨먹고 다른 일이라도 알아봐야겠다”며 빠르게 식사를 마쳤다.

오늘 일감을 받지 못한 한 근로자가 집으로 향하는 모습 / 사진=박상철기자

새벽 6시50분. 이날 70명이 센터를 찾았지만 일감을 받은 사람은 고작 5명이었다. 몇몇 사람은 허탈감을 안고 집으로 향했다. 하지만 센터 안에는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일감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창밖만 바라봤다.

일자리지원센터 센터장은 “취업을 하도록 지원하고 있지만 이분들은 당장 하루하루를 벌어 살아가는데 월급을 받게 되면 그 한 달은 버틸 수가 없어 원치 않아 하신다”며 “평소 70%는 일감을 얻는데 올해는 경기도 너무 안 좋고 추운 날씨 탓에 일감이 너무 줄었다”며 걱정했다.

한 건설자재 납품 업체 직원 C(43) 씨는 “겨울은 아무래도 건설업계 비수기라 납품이 많이 줄어 12월, 1월 매출이 1/3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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