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로 소통을 열다"- (주)더클탑
"기술로 소통을 열다"- (주)더클탑
  • 정준규 기자
  • 승인 2017.02.10 17: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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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질ㆍ거리 향상된 마을 디지털무선방송시스템 개발 ...창업 8개월 만에 전국 1500여 가구 보급
(주)더클탑 이태원 이사가 자사가 개발한 마을 디지털무선방송 수신기 기능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정준규

[세종경제뉴스 정준규기자]  “아,아..용촌리 주민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이장입니다. 오늘 밤부터 폭설이 내린다고 허니 마을 주민들께서는 시설이나 농작물 관리에 각별히 신경써 주시기 바랍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겄습니다...”

 확성기를 통해 전해 듣는 이장님 방송은 농촌을 상징하는 정겨운 풍경 중 하나다. 밭일을 하다가도 이장님 방송이 시작되면 일손을 멈추고 귀를 세운다. 소 여물 주던 옆집 할배도 고추 말리던 건넛집 아지매도 예외는 없다. 노령 층이 많은 시골 마을의 경우 확성기 방송 의존도는 절대적이다. 기기 사용이 서툰 어르신들에겐 마을 확성기가 최고의 방송국이자 정보통이다.

(주)더클탑이 개발비 1억여 원을 들여 개발한 마을 디지털무선방송 시스템/ 사진 정준규

기존 확성기 방송을 개선한 신기술로 농어촌 주민들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업체가 있다. 청주시 봉명동에 위치한 ㈜더클탑 (대표 김태형)은 마을 디지털무선방송 시스템을 개발해 지난해 8월부터 전국 농어촌에 보급해 왔다. 제품은 송신기와 수신기로 구성돼 있다. 방송을 내보내는 송신기는 이장님이 마이크를 잡는 마을회관에 설치된다. 날짜,시간,온도 정보가 탑재된 LED 수신기는 확성기 역할을 한다. 집집마다 설치된 수신기를 통해 마을회관 송신기의 음성을 전달받는다. 말하자면 아파트 인터폰 역할을 하는 셈이다.

방송을 듣지 못했다 해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수신기 녹음버튼만 누르면 미처 듣지 못한 방송을 언제든 편히 들을 수 있다. 집안에서 깨끗한 음질로 들을 수 있다 보니 전달력도 높다. 유선에서 무선 기반으로 방송시스템을 바꾸면서 유지보수 비용도 크게 줄였다. "무엇보다 마을 디지털무선방송 시스템을 설치한 뒤로 방송을 못 들었다는 민원이 크게 줄었다”고 김태형 대표는 이야기 한다.

(주)더클탑 김태형 대표 / 사진 정준규

“확성기 방송 시절엔 내용을 제대로 듣지 못해 낭패를 겪는 주민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귀가 어두운 어르신들의 경우 먼발치 확성기 내용을 파악하는 일이 결코 쉽지 않고요. 가가호호 설치된 수신기를 통해 마을 분 모두가 방송을 들을 수 있다보니 이제는 이런 불편함이 사라졌습니다. 시골마을의 경우 아직까진 마을방송에 대한 의존도가 높습니다. 즉각 전달돼야 할 재해ㆍ재난 소식은 여전히 마을방송이 전담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결국 ‘전달력’과 ‘청취율’이 마을방송의 생명이라는 이야기죠. 이런 점에서 저희가 개발해 보급하고 있는 마을 디지털무선방송 시스템은 우리 농어촌에 꼭 필요한 최적화 기술이라 생각합니다.”

사업을 시작한 지 8개월 만에 15개 마을 1500여 가구에 장비를 설치했다. 짧은 시간에 이룬 놀라운 성과였다. 그렇다고 진입이 수월했던 건 아니었다. 제품을 홍보하기 위해 마을을 찾았지만 기존 유선방송 장비를 손보며 보내는 시간이 많았다. 가전제품을 고쳐달라는 어르신들의 요구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TV며 세탁기며 어르신들 댁을 찾아 다니며 성심껏 수리에 매달렸다. 인적 드문 마을을 찾아준 손자뻘 직원들이 반가운 건 당연지사. 고장난 가전제품까지 뚝딱 고쳐내니 어르신들껜 말그대로 신통방통이었다. 이태원 이사도 마을 어르신들께 이쁨 받는 직원 중 한 명이다.

“ 제품 홍보차 시골마을을 들렀는데 한 할머니께서 TV가 고장났다며 봐줄 수 있냐고 하시는 거에요. 할머니 댁을 찾아 TV를 보니 외부입력으로 설정이 돼 있는 거에요. 버튼하나 누르면 되는 거였는데 구순의 어르신께는 그조차 쉽지 않은 일이었죠. 홀로 사시는 할머니께 TV는 유일한 벗이었는데 TV가 고장난 줄 알고 7개월이나 못 보셨다 하더라구요. 물어볼 이 없어 혼자 애태웠을 할머니를 생각하니 마음 한 편이 먹먹했습니다.”

(주)더클탑 이태원 이사 / 사진 정준규

설치를 다니다보면 안타까운 상황을 접할 때가 많다고 김태형 대표는 이야기한다. 돌봐줄 이 없는 독거노인들의 딱한 사정에 쉽사리 곁을 뜨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시골에 가면 판잣집이나 컨테이너에서 혼자 사시는 어르신들이 많아요. 수신기를 설치하려고 문을 두드리면 인기척이 없는 경우도 흔하고요. 동행하신 이장님께서 “혹시 돌아가셨나”하고 혼잣말을 하실 때는 마음이 덜컥 내려 앉아요. 시골에 독거노인이 많다보니 그런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거예요. 문을 열고 들어가면 어르신들이 찬 방 구석에 웅크리고 계신 경우가 많아요. 기력이 없다보니 누가 와 문을 두드려도 대꾸를 못 하셨던 거죠. 그런 어르신들을 뵈면 마음이 너무 아파요.”

㈜더클탑 직원들의 진심어린 선행에 마을주민들도 마음을 열었다. 제품 설명을 듣고 싶다며 마을방문을 요청하는 이장님 전화가 줄을 이었다. 입소문은 금세 이웃마을로 퍼졌다. “옆마을에 와선 이런 이런 일도 해주고 갔더라”,“손주뻘 되는 젊은이들이 돈만 빼먹는 업자처럼 보이지 않더라”하는 어르신들의 칭찬이 마을에서 마을로 전해졌다. (주)더클탑이 단기간에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었던 비결은 직원들의 진정성 넘치는 태도와 마음가짐이었다.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김태형 대표가 창업을 생각한 것도 꼭 이윤 때문만이 아니었다.

청주시 봉명동에 위치한 (주)더클탑 연구소 / 사진 정준규

㈜ 더클탑이 탄생한 건 지난해 7월. 창업을 하기 전 김태형 태표는 LG전자 마케팅 부서에서 근무했다. 그 전에 GS산전 연구원으로 수년간 일한 이력도 있다. 함께 창업을 일군 이태원 이사도 반도체회사 엔지니어 출신이다. 농구동호회에서 만나 허물없이 지내던 두 사람은 마을 디지털무선방송 시스템에 뜻을 같이 했다. 농어촌 사업이다 보니 큰 자본이 없어도 정부보조금으로 운영할 수 있는 여지가 있었다. 평소 농어촌 사업에 관심이 많았던 두 사람에겐 그야말로 최적의 아이템이었다. 의기투합에 이르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여기엔 김태형 대표의 마음을 움직인 이태원 이사의 결정적 한 마디가 있었다.

“사업이야기를 하다 이태원 이사가 이런 이야기를 하더군요. 시골에는 독거 어르신들이 많으니 훗날 제품을 설치하러 갈 때 일만 끝내고 나오지 말고 한 시간 정도 청소를 해드리 자고요. 그 이야기가 제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사회를 위해 좋은 일도 하면서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함께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주저없이 창업을 결정했죠. 마케팅부서에서 오래 일을 했기 때문에 시장조사도 꼼꼼히 했는데 가능성은 충분했습니다. 기술적 보완만 이뤄진다면 수출도 가능하겠단 확신이 들었구요.”

창업을 결정하고 가장 먼저 착수한 건 기존 마을무선사업에 대한 분석이었다. 막상 실태 파악을 해보니 생각보다 피해사례가 많았다. 우선 비용발생을 피하기 위해 불법주파수를 쓰는 업체들이 적지 않았다. 특정주파수가 아니다보니 혼선이 잦고 음질이 현저히 떨어졌다. 업체간 단가경쟁이 심화되면서 값싼 자재의 볼품없는 스피커들이 마을에 설치됐다. 소규모 업체들이 어르신들을 속여 공사대금을 받아내는 일도 허다했다.

㈜더클탑은 여기서 답을 찾았다. 디자인이나 기능적인 면에 초점을 맞춘다면 후발주자라 해도 승산은 충분했다. 사람이 내는 발음이나 소리, 성량을 분석해 음질향상에 주력했다. 소리가 전달되는 거리도 관건이었다. 전달거리 향상을 위해 전국에 있는 무전기업체를 수없이 찾아 다녔다. 운도 따랐다. 지난해 국립전파연구원 산하 마을방송표준위원회가 탄생하면서 마을방송에 대한 법령이 만들어졌다. 불법업체의 성행을 막고 표준화된 기술력으로 경쟁할 수 있는 법적 장치가 마련됐다.

(주)더클탑은 마을 디지털무선방송 시스템에 IOT 기반 기술을 탑재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사진 정준규

송수신기를 통한 방송기능 외에 개발을 마친 신기능들이 출격 준비 중이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게 문자방송이다. 스마트폰 앱을 통해 문자를 입력하면 문자가 음성화돼 집집마다 설치된 수신기를 통해 전달된다. 마른 침을 삼키며 긴장된 목소리로 마이크를 잡아야 했던 이장님들에겐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미처 마이크를 잡을 수 없는 응급상황에도 이 기능은 빛을 발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농어촌 지역 특성을 반영해 독거노인을 위한 119 긴급호출기능을 추가할 계획이다. IOT(사물인터넷)기반의 다양한 기능도 탑재된다. 청각장애인들을 위해 문자로 소식을 전달하는 기능도 개발을 마쳤다. 관공서 시스템을 통한 연계 방송도 추진된다. 관공서에서 업데이트되는 소식은 음성화를 거쳐 집안에 설치된 수신기로 전달된다.

기술은 완성단계지만 고민도 있다. 주 고객이 금전적으로 넉넉지 않은 시골마을이다 보니 단가책정이 고심이다. 1억 원이 넘는 기술개발비용은 둘째치고라도 송수신기에 들어가는 부품 비용이 만만치 않다. 우선 전파 통달거리가 5Km가 넘다보니 고성능 무전기가 송수신기 양쪽에 탑재된다. 마을 디지털무선방송 시스템을 설치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은 가구당 30만 원 선. 송신기 운용을 위해 필요한 인터넷 요금 3500원 말고는 추가비용은 없다.

다행히 전국 지자체들이 디지털무선방송 시스템사업에 관심을 보이면서 지원을 확대하는 분위기다. 충청남도는 설치를 원하는 마을에 대해 100% 전액 지원을 하고 있다. 경기도와 경상북도는 자부담 30%를 제한 비용에 대해 예산 지원을 하고 있다. 충청북도도 예산검토작업을 거쳐 사업 적합성이 판명되면 100% 지원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농어촌공사,한전 등 농어촌관련 기관들도 예산지원의사를 적극 밝히고 있어 마을부담이 크게 줄 전망이다.

(주)더클탑 임직원 / 사진 정준규

김태형 대표는 올해 매출 목표를 30억 원으로 잡았다. 상승기류를 탄 국내 점유율을 높여 50%선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수출도 가시권이다. 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필리핀 등 동남아시아국가를 타깃으로 법령 검토를 준비 중이다. 현지 특성과 법령에 맞는 제품을 만들어 수출을 본격화한다는 전략도 내비쳤다.

“회사가 커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회와 더불어 성장하는 회사를 만들고 싶습니다. 독거 어르신들이나 소외계층을 위한 기술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할 생각이고요. 누군가를 돕고 싶다는 마음으로 시작한 사업인 만큼 초심을 잃지 않는 회사가 되도록 힘쓰겠습니다. 저희가 설치해 드린 마을디지털무선방송시스템이 시골마을 외로운 어르신들께 좋은 벗이 된다면 그보다 더 큰 보람은 없겠죠.”

기술은 체온을 품어야 생명력을 지닌다. 인간미가 결여된 기술은 한계를 드러내고 방향성을 잃기 쉽상이다. 채 일 년도 안된 신생업체지만 ㈜더클탑의 창업이념은 분명하고 확고하다. (주)더클탑의 사업방향은 오롯이 사람을 향해 있다. 휴머니즘이 녹아있는 ㈜더클탑의 온기 가득한 제품이 그래서 더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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