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눈에 보이는 형상을 넘어 실체를 봐야한다”
[인터뷰] “눈에 보이는 형상을 넘어 실체를 봐야한다”
  • 박상철 기자
  • 승인 2017.02.14 18: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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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의 날개로 실체를 보다...김지현 작가

[세종경제뉴스 박상철기자] 그는 특별했다. 어린 시절부터 뛰어난 그림 실력을 자랑했다. 부모님의 반대도 무릅쓰고 무작정 서울로 향했다. 늦은 시작이었지만 그림을 해야겠다는 확고한 의지가 그를 지금의 자리에 설 수 있게 했다.

 

김지현 작가. 그는 지난해 추계예술대학 동양화 교수로 정년퇴임했다. 이후 충북 청주시 문의면에 위치한 그의 작업실에서 제2의 삶을 시작했다. 교육자가 아닌 화가로써 본인만의 작품 세계를 그려나갈 김 작가를 만나봤다. 그의 작품을 살펴보면 날개와 붉은 벤치가 자주 등장한다. “저에게 날개는 단순히 하늘을 난다는 의미가 아니에요. 액자라는 관념·선입견·지식의 틀을 깨고 비상을 꿈꾸는 이상을 상징하죠. 즉, 날개는 열린 공간으로의 해방·초월을 뜻해요”라며 자신의 그림 속 날개의 의미를 밝혔다.

 

또한 그림 중간 중간 등장하는 붉은 의자. 그는 붉은 색에는 큰 의미가 없지만 빈 의자는 사실 빈 의자가 아니라고 한다. 부재를 통해 존재, 즉 누구나 앉아서 생각을 할 수 있는 공간이다. 생각을 통해 그림의 진정한 의미를 파악해 보라는 작가의 의도인 것이다.

김지현 작가, FLY-붉은 벤치(몸짓) 2015년 作

 

김 작가는 보이는 형상 그 너머 실체를 봐야한다고 강조한다. 강가에 물 속 우렁이를 잡아 먹기 위해 두루미가 물 안을 보듯 속을 봐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단순 본다는 것은 외형을 보는 것이다. 하지만 관(觀), 즉 뚫어서 안을 봐야한다는 것이 바로 동양화 핵심이라고 한다.

 

“책은 우리에게 지식을 줘요. 하지만 그 지식을 습득하는 순간 진리로 믿어버리죠. 그러면 그 지식의 테두리에 갇혀 밖을 보지 않게 되죠. 그러면 실체를 제대로 볼 수 없어요”라고 지적했다. 이어 “단순 눈에 보이는 색이 흰색이라고 해서 무조건 그것이 흰색이라고 판단하면 안돼요. 여러 색 중 반사돼 보이는 색이 흰색일 뿐이지 그 사물은 다른 색일 수도 있어요. 눈으로 무엇을 인식하는 것은 항상 오류를 범하기 쉬워요. 실체는 마음의 눈으로 봐야해요”고 말했다.

 

우리는 보통 약 10년 이상 미술을 공부한다. 일률적인 교육을 통해 미술을 배워왔다. 하지만 지금까지 배워온 그 지식을 과감히 버려야 한다고 김 작가는 말한다. 이미 배운 지식의 틀을 깨고 나와야 진정한 자기만의 독창성 있는 작품이 나온다는 것이다.

 

그는 먼저 잘못된 우리의 교육이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답을 가르쳐주지 말고 스스로 답을 찾는 교육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세상의 무수히 존재하는 답 중에서 자기만의 답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정해 놓은 답 중에서 찾으려고 한다. 그럼 자기만의 인생은 없다. 누군가 정해 놓은 인생을 사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그는 말한다.

 

김지현 작가는 앞으로의 계획은 “지금까지는 주로 대형 작품을 많이 다뤘어요. 올해 1년 정도는 작은 작품을 하면서 에너지를 비축할겁니다. 작품이 쌓으면 2~3년 후 개인전도 진행할 예정이고요. 오히려 퇴직 후 더 바빠진 것 같네요”라며 미소를 보였다. 그가 앞으로 펼칠 작품이 관객들에게 어떤 의미를 전달할지 한껏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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