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탐방] "내가 없어도 거기 있는 기술, IOT"- (주) 알아이씨
[기업탐방] "내가 없어도 거기 있는 기술, IOT"- (주) 알아이씨
  • 정준규 기자
  • 승인 2017.02.16 17: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SKT 로라시스템' 이용한 IOT 기반 모듈개발...항온ㆍ항습 등 원격제어 가능

[세종경제뉴스 정준규기자] 청주시 금천동에 위치한 ㈜알아이씨는 IOT(사물인터넷) 주력사업인 3G, 4G 모뎀 장비를 만들고 있다. 공학박사인 장문기 대표를 비롯해 9명의 직원이 8년 넘게 제품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알아이씨가 집중하고 하고 있는 IOT 기술은 최근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분야다. 예전에는 사람과 사람이 소통하는 게 통신장비의 기본이었다면 지금은 사람과 기계, 기계와 기계의 소통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회사장비를 집에서 제어하기도 하고 원거리 비닐하우스를 무인으로 제어하기도 한다. 이런 시스템을 IOT 라하는데 국내 이동통신사들이 앞다퉈 경쟁하고 있는 분야 중 하나다. ㈜알아이씨는 IOT기반을 이용해 온도나 습도를 원격으로 제어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든다. 현재는 SK텔레콤에서 IOT를 위해 개발한 로라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다. 장문기 대표가 말하는 로라시스템의 장점은 무얼까.

(주)알아이씨 장문기 대표가 최근 개발한 RiC-TH 2110 온습도계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 정준규

 “기존에는 3G나 4G 핸드폰 통신망을 이용해 사물 간 통신을 했는데 통신대역의 낭비가 너무 심했습니다. 사실 사물 간 통신은 적은 정보만 갖고도 제어를 할 수 있는데 대역이 넓은 통신망을 사용하다보니 낭비가 발생하게 된 거죠. 이를 개선하기 위해 개발된 게 IPWA, 즉 저전력광역통신망인데 저(低)전력으로 10년이상 배터리를 교체하지 않고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대역폭을 줄이고 전력효율성을 높인 IOT(사물인터넷) 전용통신망이라고 생각하면 쉽습니다.”

로라시스템의 또 다른 강점은 저렴한 이용료다. 일반통신장비를 사용하면 매달 1만 원에서 2만 원 가량 통신요금을 내야하지만 로라시스템의 경우 월 350원에서 750원이면 충분하다. 불필요한 인력과 시간을 줄이는 장점도 있다. 현재 우리나라 전기세는 검침원이 가가호호 전기계량기를 적산해 부과한다. 시간이나 비용면에서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이 끊이질 않고 있다.

과거에도 이동통신망을 이용한 적산시스템이 논의된 적은 있었다. 문제는 가구가 부담해야할 통신요금. 데이터 수집을 위해 한 가구당 약 1만 원의 통신료를 부담해야 하는데 주민입장에선 사실 적지 않은 부담이다. 알아이씨가 사용하고 있는 로라시스템은 이런 고충을 단번에 해결했다. 우선 사용료가 저렴한데다 무선으로 데이터를 전송받기 때문에 정확도가 뛰어나다. 활용분야도 다양하다. 전기계량기는 물론 수도계량기,가스계량기 등 적용 대상 또한 무궁무진하다.

3G 통신망 기반 SKT용 IOT 단말기 RiC-M2100K / 사진 정준규
알아이씨가 개발한 IOT 제품에 장착되는 주요 모듈 / 사진 정준규(주)알아이씨는 로라시스템을 이용한 무선통신 모듈을 만들어 납품한다. 통신망을 제공하고 있는 SK텔레콤과는 인연이 깊다. 알아이씨가 통신장비개발을 위해 SK텔레콤과 손잡은 건 꽤 오래전 일이다. "IOT사업이 성공하려면 무엇보다 통신사와 제조사 간의 관계가 끈끈해야 한다"고 장 대표는 귀띔한다.알아이씨 제품 중 최근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건 WCDMA 온습도계다. 온도나 습도에 문제가 생기면 기기는 감지한 데이터를 담당자에게 보내 응급 상황을 알린다. 담당자의 즉각 대응이 가능해 대형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알아이씨가 개발한 WCDMA온습도계를 사용하면 외국에서도 얼마든 현장제어가 가능하다. 제품개발과 관련해 장문기 대표가 일화 하나를 들려줬다.“지난해 모 기관 전산실 내부 온도가 50도까지 올랐는데도 제어장치가 작동하지 않은 사건이 있었어요. 방대한 자료를 모두 잃을 수도 있는 아주 위험한 상황이었죠. 거기서 아이디어를 얻었습니다. 우리에겐 모뎀이 있고 거기에 제어기를 장착해 온도계를 달면 모니터링이 가능하겠다 생각을 한 거죠. 모니터링한 데이터를 담당자에게 어떻게 전송하느냐가 관건이었는데 문제는 인터넷망이었어요. 전산실 자체망에 인터넷이 연결돼 있다보니 전산실에 문제가 생기면 인터넷선도 먹통이 되죠. 저희가 개발한 제품은 인터넷 망을 쓰지 않고 SK텔레콤의 독립망을 쓰기 때문에 전산실 인터넷망과 상관없이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가능합니다.”
오는 3월 출시 예정인 RiC-TH2110 온습도계/ 사진 정준규

알아이씨의 온습도제어기술이 집약된 RIC-TH2110도 모든 테스트를 마치고 3월 출시를 앞두고 있다. 제품을 미리 접한 소비자들의 반응은 폭발적이다. 우선 제품가격이 너무도 착하다. 기존 시스템의 경우 2,3천만 원을 투자해야 효과를 볼 수 있었는데 50~100만 원 정도면 설치가 가능하다. 항온ㆍ항습이 필요한 대학연구실과 연구기관에서 당장 큰 관심을 보였다. 장비의 신뢰성은 문제가 생겼을 때 제대로 반응하냐인데 사전테스트를 통해 성능검증도 이미 마쳤다.

개발이 쉽지만은 않았다. 머릿속의 생각을 기술로 구현하는 작업은 수많은 시행착오를 필요로 했다. 하나의 문제를 해결했다는 기쁨도 잠시. 또 다른 기술적 숙제가 장 대표와 연구진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런 반복이 꽤 오랜 시간 이어졌다.

“제품은 완성단계까지 갔는데 '현장에서 전기가 나가면 어쩌나'라는 문제가 제기된 거예요. 그래서 생각해낸 게 배터리 구동이었죠. 전산실에 예비발전기가 있긴 하지만 그마저 작동이 안되면 귀한 자료를 그대로 잃게 되는 거죠. 이런 상황을 미연에 방지해야겠다 싶어 배터리를 장착했습니다. 정전이 되더라도 배터리를 이용해 최대한 빨리 담당자에게 문자가 전송될 수 있도록 한 거죠. 이 기술을 개발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습니다.”

㈜알아이씨는 기업체라기보다는 연구소에 가깝다. 직원 80%가 기술개발을 맡고 있을 만큼 직원들의 연구활동이 활발하다. 창업 8년 차였던 지난해 알아이씨는 10억 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다. 회사를 설립한 지 9년이 됐지만 그간은 사실상 투자기간이었다. 사업초창기엔 제품개발만 몰두했지 홍보나 마케팅 쪽은 거의 손을 놓고 있었다. 엔지니어 출신이 대부분인 회사 특성상 영업이나 마케팅은 쉽지 않은 과제였다.

(주) 알아이씨 장문기 대표와 직원들 / 사진 정준규

다행히 지난해부터 매출이 안정기로 들어서면서 의미있는 성적표를 받았다. 내친김에 올 연매출 목표도 20억 원으로 대폭 상향했다. 제품에 대한 직원들의 자신감도 어느때보다 높다. 수출에 대한 기대 역시 크다. 아직까진 매출 대부분을 국내 B2B(기업대 기업)에 의존하고 있지만 LG 이노텍 인도네시아 법인 수출을 비롯해 프랑스,태국,몽골 등 관심 갖는 외국업체들이 최근 부쩍 늘면서 수출 전망도 한층 밝아졌다. 기술개발을 통해 수익모델을 다양화하는 전략도 올해 강화된다. 알아이씨 연구진은 세월호 참사 당시 부각됐던 해양안전기술개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로라기술과 위치 추적기술을 접목해 대형피해를 막는 단말기 개발은 마무리 단계에 있다.

2017년 포부를 밝히고 있는 (주)알아이씨 장문기 대표 / 사진 정준규

알아이씨 장문기 대표가 모티브로 삼은 회사는 구글(Google)이다. 폐쇄적이거나 경직된 분위기에선 참신한 아이디어가 나올 수 없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예술 하는 분들만 디자이너라고 저는 생각지 않습니다.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를 설계하는 사람도 디자이너라 할 수 있죠. 세상에 없는 걸 만들어 내는 크리에이터란 표현도 맞겠군요. 직원들이 창의력을 가지려면 자유로운 생각을 갖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환경과 분위기를 만드는 게 저의 역할이고요. 아울러 거래업체들과의 신뢰도 더욱 다져나갈 생각입니다. 거래업체 90%가 전부터 함께 해온 회사들인데 다른 회사를 소개해 주는 방식으로 좋은 인연을 키워갈 수 있었습니다. 영업이나 홍보를 적극적으로 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거래업체들과 신뢰를 쌓아가는 일에 더욱 집중할 생각입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