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명(改名), 교운(校運)을 바꾸다
개명(改名), 교운(校運)을 바꾸다
  • 정준규 박상철 기자
  • 승인 2017.02.24 14:1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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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대에서 충북보건과학대로, 영동대에서 U1대로
왼쪽 박용석 충북보건과학대 총장, 오른쪽 채훈관 U1대 총장

경운기,송아지,김하녀,강도야,피바다,인분...

아무 연관 없어 보이는 이 단어들엔 공통된 애환이 있다. 말못할 속사정으로 대법원에 개명을 신청한 이들의 실제 본명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개명을 신청해 이름을 바꾼 이들은 약 14만 명. 하루 평균 400명에 달하는 이들이 개명절차를 통해 새 이름을 얻은 셈이다. 개명은 대법원에서 관리할 정도로 까다롭고 엄격히 진행된다. 이름을 바꾸는 이유는 다양하다. 주로 듣기 거북한 발음이나 부정적 이미지를 연상시키는 이름이 대상이다. 과거를 지우고 새 출발을 원하는 이들 또한 개명을 통해 내심 길운을 기대한다. 개명 바람은 학교에도 찾아 들었다. 교명을 바꾸고 새 출발을 시도하려는 대학들이 최근 부쩍 늘었다. 우리 지역도 예외는 아니다. 새 이름표를 단 대학들이 말그대로 '승승장구' 중이다. 교명(校名)을 바꿔 교운(校運)을 바꾸고 있는 대학들. ‘충북보건과학대’와 ‘U1대’ 역시 개명 뒤 찾아온 길운을 타고 한껏 순항을 이어가고 있다.

청주시 청원구 내수읍에 위치한 충북보건과학대/사진 정준규

<충북보건과학대학교>

변화가 절실했던 ‘개교 20주년’

지역名+정체성 분명해지니 충원률ㆍ취업률 동반상승

주성대학이 충북보건과학대로 교명을 바꾼 건 지난 2012년. 그 해는 개교 20주년이 되는 해였다. 당시 주성대학은 오랜 침체기를 겪고 있었다. 특색 있는 전공, 높은 취업률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학교 이미지가 나아지질 않았다. 재단경영문제로 교육부 감사까지 받으며 평판은 더욱 곤두박질쳤다. “이미지 쇄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학교 안팎에서 높아졌다. 학교의 축을 바꿀만한 강력한 변혁이 무엇보다 절실했다. 2011년 총장에 취임한 박용석 충북보건과학대 총장 역시, 개교 20주년이 되는 2012년을 개혁의 적시라 믿었다.

“교수,총동문회,학부형,교직원들을 대상으로 아이디어 공모를 했습니다. 학교에 새로운 동력이 될 만한 게 뭐가 있을까 물었죠. 그 중 학교 이름을 바꿔보자는 의견이 가장 많았습니다. 기존 대학 이미지가 좋지 않을뿐더러 교명에 지역명이 없다보니 정체성이 모호하다는 이유였습니다. 사람으로 치면 이름을 바꾸는 작업이기 때문에 사실 쉽지 않은 결정이었습니다. UI(학교상징)교체를 비롯해 개명으로 발생되는 비용도 만만치 않았고요. 오랜 논의 끝에 ‘새 출발을 위해선 개명이 필요하다’는데 뜻을 모으고 본격적인 개명작업에 착수했습니다.”

최대 관건은 어떤 교명으로 새 옷을 갈아 입느냐였다. 학생과 교직원을 대상으로 공모가 진행됐고 수많은 응모작 중 ‘충북보건대’라는 이름이 유력후보로 떠올랐다. 간호학과를 비롯한 보건계열 학생들의 강력한 지지가 큰 몫을 했다. 학교의 근간이라 주장하는 공학계열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주성대학 전신이 ‘주성공업전문대’라는 사실을 강조하며 ‘보건대’ 채택에 제동을 걸었다. 양 측 주장 모두 일리가 있었다. 접점을 찾기 위한 노력이 한동안 이어졌다. 결국 학교는 공학계열의 요구를 반영해 ‘과학’이라는 명칭을 교명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이런 산고 끝에 탄생한 교명이 바로 지금의 ‘충북보건과학대’다.

교명을 정하면서 학교운영에도 큰 변화가 생겼다. 바뀐 이름에 걸맞는 비전과 특성화 전략이 필요했다. 그러기 위해선 백화점식으로 운영되던 학과를 손 봐야 했다. 개명추진과 함께 학과통폐합 작업도 진행됐다. 38개에 달했던 인문사회과학,예체능,복지,보건,공학계열 학과는 보건계열과 공학계열 위주로 재편됐다. 새 교명이 탄력을 받을 수 있도록 말 그대로 ‘선택과 집중’에 힘을 쏟았다. 현재 충북보건과학대에 개설돼 있는 학과는 26개. 10여 개가 넘는 학과를 줄이는 일은 뼈를 깎는 고된 작업이었다. 작지만 강한 대학으로 거듭나기 위해 학교는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을 찾아야 했다. 교명까지 바꾸기로 한 만큼 학교도 새로운 운영전략이 필요했다. 박 총장은 당시를 이렇게 기억한다.

“개명 후 인문ㆍ사회과학계열 정원은 줄이고 대신 보건,공학 계열 정원을 늘렸습니다. 현재 전체 재학생의 60%가 보건계열, 30%가 공학계열일 정도로 보건과학 특성화 대학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교명을 바꾸던 해 간호과가 4년제로 승격됐고 정원도 꾸준히 늘어 개명 전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었습니다. 공학계열 역시 지역 성장동력사업과 궤를 같이 하며 급성장했습니다. SK하이닉스 같은 반도체 회사를 비롯해 국내 바이오생명관련 회사들이 오송,오창,진천에 둥지를 틀면서 산학협력도 활발히 진행됐습니다. 학과 수는 줄었지만 학과 규모는 오히려 커지게 된 거죠.”

충북보건과학대로 이름을 바꾸자 학교 이미지와 평판이 개선되기 시작했다. 교명에 '충북'이 들어가 있으니 “도대체 어디에 있는 대학이냐”는 진부한 질문이 말끔히 사라졌다. '보건과학'이 들어간 교명만으로도 무엇을 특성화하고 있는 대학인지 충분히 설명이 가능했다. 정체성이 분명해지자 학교를 바라보는 학부모들과 진학지도 교사들의 시선이 달라졌다. 입학 경쟁률과 재학생 충원율 또한 일제히 상승했다. 개명 이후 취업률도 꾸준히 상승해 지난해 75%가 넘는 높은 취업률을 기록했다. 학교 이미지를 살리고 활력을 찾기 위해 선택한 개명은 성공적이었다. “모험과도 같았던 과감한 결정이 교운을 바꿨다”고 박 총장은 자신있게 이야기한다.

“교명을 바꾼 뒤로 학교 운영방향도 분명해졌습니다. 이에 맞춰 보건계열과 공학계열을 내실화하려는 노력이 지속적으로 추진되고 있고요. 주변에도 교명을 바꾸려는 대학들이 많지만 무늬만 바꾸는 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교명에 맞도록 실체가 변해야 개명효과를 제대로 누릴 수 있죠. 한번 바꾼 교명은 쉽게 바꿀 수 없습니다. 유행에 휩쓸려 이름을 짓기 보단 학교 특성과 비전에 맞는 교명을 심사숙고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충북 영동군 영동읍에 위치한 U1대/사진 U1대 제공

<U1대학교>

교명(校名)의 고정관념을 깨다

글로벌 향한 첫 행보…지역민들은 “서운해”

새로운 시도다. 참신하다는 평가도 있지만 너무 파격적이라 염려가 된다는 사람들도 있었다. 2016년 9월, ‘U1대학교로 이름을 바꾼 충북 영동군 소재 영동대학교 얘기다. U1이라는 이름에는 글로벌화를 지향하겠다는 학교 측의 강한 의지가 담겨있다.

2016년 3월 당시 영동대학교는 아산캠퍼스를 개교했다. 여섯 개 학과가 이전했고 새로운 학과가 두 개 생겼다. 그러니까 총 여덟 개 학과 1000여 명의 학생이 아산캠퍼스에 새 둥지를 틀었다. 채훈관 U1대 총장은 “새로운 캠퍼스를 신설과 함께 글로벌 대학으로 나가기 위한 첫발을 내딛는 시도”라며 “세계 속 대학으로 진출을 목표로 세계인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이름이 필요했다”라며 교명을 변경한 이유를 설명했다.

쉽지 않은 시도였다. U1대는 교명변경 당시 이를 반대하는 영동군은 물론 지역주민들과 적지 않은 진통을 겪었다. U1대가 2016년 3월1일부로 충남 아산캠퍼스를 개교하고 일부 학과를 이전한 것은 지역사회와 갈등의 도화선이 됐다.

‘영동’이라는 지역명을 그냥 빼는 것만 해도 서운할 판인데, 수도권 전철이 개통하면서 아산은 이미 수도권의 범주에 들어있는 상황이었다. 영동을 지우고 U1대로 바꾼 것은 대학의 비중을 수도권 쪽으로 옮기기 위한 시도로 볼 수밖에 없었다. “새로운 캠퍼스로 본교가 옮겨갈 것이다. 그래서 학교이름에서 영동을 뺀 것이다. 지역 학생들의 이탈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팽배했다.

이에 채 총장은 “당시 학생들과 교직원들의 교명 공모절차를 거쳤고 이사회와 교육부의 승인도 민주적으로 잘 거쳤다”고 말하며 “지역민들이 원하지 않았다면 교명변경도 추진하지 않았을 것이지만 꾸준히 소통한 결과 상생발전 협약을 이끌어 내 지금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다”고 밝은 미래를 기대했다.

U1대학교의 교명은 중의적(重義的)이다. 교명을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You want(너가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는 대학), University Number One(자기가 전공한 분야의 최고가 되라), You One(대학의 주인인 학생이 최고다) 등 다양한 의미부여가 가능하다. 채 총장은 “시대의 변화에 걸맞게 교명도 변경돼야 한다”며 “교명의 외형적인 변화는 없지만 뜻은 자유자재로 변화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교명 변경에 대한 재학생들의 입장도 들어봤다. U1대 초등특수교육과 2학년에 재학 중이라는 A 학생은 “지역입장에서는 안 좋을 수 있지만 학교의 미래를 본다면 좋은 시도 같다”고 말했다. 이어 간호학과 2학년이라는 B 씨도 “영동대하면 지방대라는 이미지가 강했다”며 “아무래도 지역 명을 뺀 참신한 이름이다보니 학교 이미지가 더 좋아진 것 같다”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학생뿐 아니라 처음에 반신반의하던 교직원들이 반응도 뜨겁다.

교명 변경 후 무엇이 달라졌을까? 우선 2017년 신입생 모집에서 지난해보다 약 20% 지원자가 증가했다고 한다. 또한 교명이 바뀌면 보통 일정기간 과도기를 거치게 되는데 U1대는 다소 빠르게 교명이 정착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강릉영동대학교와의 비슷한 이름 때문에 지원자들의 혼란이 크게 줄었다. 채 총장은 “가끔 서류나 지원자들이 잘못 알고 오는 경우가 있다”고 말하며 “아마 강릉영동대학교도 우리학교 교명변경에 크게 환영했을 것이다”며 웃었다.

교명의 기존 틀을 깬 U1대학교. 파격적인 시도인 만큼 많은 변화가 기대된다. 국내를 넘어 세계를 향해 뻗어나갈 것이라는 큰 목표를 세웠다. 지역 특색에 맞는 특화된 학과개설과 산학협력을 통해 새로운 도약을 꾀하고 있다. 대학이 성장하겠다는 것을 막을 이유야 없다. 다만 주민들은 과거 영동대 시절에 가졌던 지역기여도가 줄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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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인터뷰] “사람 이름만큼이나 학교 이름도 중요하죠” - 최원호 원장

“자신을 한번 소개보세요. 제일 먼저 뭘 말하죠? 바로 이름입니다.”

누구에게나 이름은 자신을 나타내는 아주 중요하면서도 가장 기본이 된다. 한낱 사물에도 각각의 이름이 존재하듯 세상에 이름이 없는 사람은 없다. 최원오 우단역학연구소 원장은 이름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한다. 그는 이름만 봐도 그 사람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건지를 대략 알 수 있다고 한다.

최원호 우단역학연구소 원장/사진 박상철

 그는 “특히 학교 이름은 짧게 응축시켜 표현해야한다. 어떤 학교인지, 무엇이 특화 됐는지, 어느 지역에 위치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이름을 지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립대는 주로 지역명을 많이 사용한다. 하지만 사립대는 그 학교의 특성을 가장 잘 알릴 수 있는 이름이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 원장은 사람이든 교명(校名)이든 이름을 지을 때 ‘발음오행’과 ‘자음오행’을 참고하면 좋다고 한다. 발음오행(五行: 木 火 土 金 水)은 한글의 자음을 오행으로 나누어 구분한 것이다. 이를 적용하면 ‘상생’이라고 해서 이름을 부르기도 기억하기도 쉽다고 한다.

최 원장은 시대 흐름에 따라 이름을 짓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했다. “요즘은 흐름이 생명이 존중되는 시대다. 병이 만연하고 노령화로 노인이 노인을 공경하는 시대가 도래했다”며 “이와 관련해 특화된 학과와 대학이 많이들 생기는데 이름도 그에 걸맞게 지어준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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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동인 2017-02-24 17:41:37
이쯤되면 한수이남 최고사학 청주대도 와우대로 바꾸고 굿이라도 한판 벌이던지.. 개망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