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무서운 주택담보대출, 현실은 더 무서워
[기자수첩] 무서운 주택담보대출, 현실은 더 무서워
  • 이주현 기자
  • 승인 2017.03.05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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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현 기자

머리가 아프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규제인지 묻고 싶다. 오는 13일부터 주택담보대출 심사가 강화되면서 내 집 마련은 정말 다른 세상 얘기가 됐다. 대출 이자 내기도 벅찬데, 원금도 함께 갚아야 한다는 내용이다.

5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이날부터 자산규모 1000억 원 이상인 농협, 신협, 새마을금고 등 전국 1658곳에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이 도입된다. 자산규모가 1000억 원 미만인 1925곳(53.7%)은 오는 6월 1일부터 적용된다.

주된 골자는 원리금 분할상환 의무화다. 지금까지는 대출을 받아도 만기까지 원금 상환을 하지 않아도 됐지만, 앞으로는 대출받은 직후부터 원금과 이자를 함께 갚아야 한다.

예를 들어 3년 만기로 1억 원의 잔금대출을 받았다 치자. 그렇다면 매년 원금 3333만 원을 분할 상환하면 된다. 주택담보대출이 3000만 원 이하면 지금처럼 일시상환으로 대출받을 수 있다.

기존 주택담보대출자는 일시상환 조건이 유지되지만, 만기 연장을 원할 시 원리금 분할상환을 해야 한다. 기존 주택담보대출 만기는 최대 3년이다.

이달에 만기 2년, 일시상환으로 1억 원을 빌리고서 일시상환을 유지하길 원한다면 만기를 1년까지만 연장할 수 있다. 오는 2020년 3월 이후부터는 분할상환으로 바꿔야 만기 연장이 가능하다.

소득 증빙 절차도 까다로워진다. 앞으로는 원천징수영수증 같은 증빙소득으로 소득을 추정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증빙 소득 확인이 안 될 때만 인정‧신고소득을 활용해야 한다. 인정소득은 국민연금, 건강보험료 등으로 소득을 추정하는 것이다.

이 같은 내용을 모두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가계 부채를 잡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주택 수요자들의 대부분은 대출을 통해 내 집 마련을 하는데, 이자 부담에 원금 상환까지 동시에 이뤄진다면 실수요자가 계약과 입주를 포기하는 상황이 여러 곳에서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규제 강화로 돈 빌릴 곳이 없어지면서 ‘마이너스 통장’을 활용할 사람들도 늘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월 말 마이너스 통장 대출 등 은행권 신용대출 잔액은 모두 173조 5000억 원이다. 지난해에만 12조 9000억 원이 증가했다. 이는 전년 8조원보다 63% 늘어난 수치다.

아무튼 무분별한 투기를 막고 실수요를 이끈다는 취지는 좋은데, 현실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정책인 것 같다. 가장 좋은 방법은 이자를 내려주는 것이나, 그것이 힘들다면 전처럼 이자만 낼 수 있는 기간을 늘려주는 것이다.

걱정이다. 봄은 다가오고 있는데, 집만 생각하면 한 겨울이다. 언제쯤 집 걱정 없이 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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