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정답(正答)이 없다면 해답(解答)이라도 찾아야
[기자수첩] 정답(正答)이 없다면 해답(解答)이라도 찾아야
  • 박상철 기자
  • 승인 2017.03.23 01:00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993년 11월 12일 국내 최초의 할인점 이마트 창동점이 오픈했다. 당시 '유통업계의 총아'로 돌풍을 일으키며 국내 대형 마트의 새로운 길을 열었다. 2조4380억 원. 이마트가 2017년 1~2월 두 달간 거둬들인 매출액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6% 더 늘었다. 이를 만 원권 지폐로 쌓으면 높이가 약 26.8km에 이른다. 에베레스트 산(8848m) 높이의 세 배를 넘는다. 가히 엄청나다.

현재 어려운 경제 상황 속에서도 이마트 성장의 원동력으로 신사업인 창고형 할인점 '트레이더스'를 꼽는다. 트레이더스의 매출 성장률은 2014년 20%를 찍은 후 지난해까지 꾸준히 20% 이상 고공행진 중이다. 특히, 지난해에는 연매출 1조1975억 원 달성으로 1조 원 시대를 열었다. 현재 전국 열한 개 매장을 운영 중이며 올해 세 곳을 더 출점할 계획이라  타 유통업체들의 예의 주시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유통’공룡 이마트가 또다시 청주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지난 3월 7일 청주시에 따르면 이마트는 지난해 12월 청주테크노폴리스 내 유통상업용지 3만9600㎡을 매입한 것으로 최종 확인됐다. 구체적인 부지 활용 계획이나 입점 시기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마트 '트레이더스'나 '이마트 타운'의 입점이 점쳐지고 있는 상황에 찬반 논란이 어느 때보다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혼란한 정국 속에서도 대형유통업체들이 속속 지방도시에 세(勢)를 확장하고 있는 모양새다. 근데 사뭇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기본적으로 입점 반대의 목소리가 주를 이뤘지만 요즘은 찬성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힘 있게 울려 퍼진다. 특히, 문화시설이나 놀이시설이 부족한 중소형 도시의 경우가 더 그렇다. 대형유통시설이 들어서면 아침에 들어가서 저녁에 나온다는 말이 속설은 아닌 듯하다.  ‘몰링족(복합쇼핑몰에서 쇼핑·외식·여가 등을 즐기는 사람)’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길 정도니 말이다. 게다가 교통여건도 좋아지면서 외곽에 생기는 대형유통시설에도 시민들의 발길은 끊이질 않고 있다.

청주시는 2014년 청원군과 통합되면서 인구 86만의 거대 시로 발돋움했다. 또한 시민들의 기본 소득도 오르면서 소비의 다양화를 외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이 좋은 먹잇감을 대형유통업체들이 가만둘 리 없다. 입맛을 다시며 기회를 엿볼 것이다. 더욱이 주말이면 차를 몰고 인근 대전·천안·세종을 찾아 원정쇼핑을 하는 사람들도 부쩍 늘면서 청주시 진출에 대한 구미가 더 당길 것이다.

하지만 대형유통시설의 입점은 양날의 검과 같다. 입점하게 되면 정주여건 개선과 지역 내 고용창출, 원정쇼핑 감소로 지역경제 활성화 등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점과 지역 업체나 소상공인들이 입을 피해와 독과점 문제가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지금까지의 행보를 봤을 때 대형마트들이 지역과 상생하겠다던 약속을 충실히 이행하지 않고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이 문제다. 대형마트의 뿌리가 어디든 지역에 터를 잡고 기업 활동을 펼친다면 그 지역기업으로서의 책무를 다하는 것이 마땅하다.

광주 광천동 신세계 복합쇼핑몰, 포항 상도동 롯데마트 등 전국 각지에서 대형유통시설 입점 논란으로 시끄럽다. 대형유통시설과 전통시장의 경쟁 논리로 따지기보다 따로 떼어놓고 독립적으로 상생할 수 있는 자생력을 키워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전통시장이 아무리 발전을 거듭한다고 한들 대형마트의 편리함을 이길 수 없다. 때문에 전통시장은 시민들이 먼저 찾을 수 있는 그들만의 문화를 정착해야 한다. 쉬운 일은 아니다. 그렇다고 허공에 상생만 외칠 것이 아니다. 정답이 없다면 해답이라도 찾아야 한다. 말뿐인 상생이 아니라 실천의 상생이 이뤄져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 2017-04-01 07:46:28
.맞는 말씀이세요.
전통시장만의 경제력이 있어야 될 것입니다.
전통시장에서 마트보다 더욱 신선하고 품질이 좋은 상품을 판매하며, 별도의 정기적인 세일행사를 하게 되면 매출이 상승할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많은 지역행사와 연계하여 추진하고, 시에서는 전통 시장에 대한 홍보지원도 확대해 나가는 개선방안도 생각해 봐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