哲人인가 鐵人인가, 아이언맨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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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상철 기자
  • 승인 2017.04.01 14:3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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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그렇게 안 하던 공부 한꺼번에 다 했어요”
철인3종 여섯 번 완주, 9월 구례서 킹코스 도전 예정

별난 변호사를 찾아서①-진윤기

법원과 검찰청이 위치한 청주시 산남동. 즐비한 건물들 사이로 법률사무소들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다. ‘法의 메카’로 불리는 이곳에 유독 별난 이력을 가진 변호사가 있다. 진윤기 변호사가 그 주인공이다. 그의 유쾌한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

학창시절 ‘놀기 왕’하면 다섯 손가락에 드는 아이가 있었다. ‘법률사무소 진’의 진윤기 변호사다. ‘학창시절만 보면 어떻게 변호사가 됐을까?’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 치열하게(?) 놀았다. 공부는 뒷전이고 친구가 좋았다. 또 어른들의 문화를 흉내내고 싶었다. 부모님의 마음은 가뭄에 땅 갈라지듯 갈라졌다. 학창시절의 시간은 그렇게 눈 깜짝할 사이에 흘러가 버렸다.

대학 진학이라는 벽을 마주하게 됐다. 막막했다. 수능 점수로는 고향 청주에 갈만한 대학이 없었다. 지방 ○○대학교에 가까스로 입학했다. 대학의 새로운 환경에 심취해 1년을 방황했고 바로 군대에 입대했다. 군대 2년은 그에게 터닝 포인트가 됐다. 뒤늦게 미래를 고민했다. 전역과 동시에 시력(視力)수준이던 학점을 높이기 위해 공부에 매진했다. 학점이 쑥쑥 올랐다. 머리를 안 써서 그렇지 쓸 만하다고 생각했다. 

행정고시 준비를 위해 행정학과 편입을 준비했다. 편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학점과 영어였다. 바닥이던 학점을 끌어 올렸고 영어성적도 남들 수준으로 올랐다. 편입학원에 다니던 중 상위권 학생들이 하는 말을 우연치 않게 듣게 됐다. 다들 행정고시가 아닌 사법고시를 준비한다는 것이었다. 고민에 빠졌다. 가만히 보니 시험과목도 간단명료한 사법고시가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목표를 ‘사법고시’로 전향했다. 마음을 다잡고 먹을 거 안 먹고 잠도 줄인 결과 서울소재 ○○대학교 법대 3학년에 편입하게 됐다. 제2의 인생이 시작됐다.

2004년 대학 졸업 후 사법고시에 합격하겠다는 의지는 더욱 불타올랐다. 그러나 불합격의 고배를 연거푸 마셨다. 마지막이란 생각으로 도전한 2010년도 사법시험. 볼을 꼬집고 두 눈을 사정없이 비비며 1차 합격증을 확인하고 또 확인했다. 그에게 새로운 세상이 기다리고 있었다. 대학 졸업 후 6년 간의 신림동 고시원 생활도 청산했다.

2010년 7월. 평소 운동이 관심이 많았던 그는 수영을 배우기 위해 서울의 ○○수영장을 찾았다. 늘씬한 키에 아리따운 여강사가 배정됐다. 지금의 아내가 될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서로 운동을 좋아한 터라 둘은 쉽게 친해질 수 있었다. 수영뿐만 아니라 사이클도 함께 타며 인생의 동반자가 됐다. 그해 2차 시험도 최종합격하면서 2010년은 잊을 수 없는 한 해가 됐다.

2년 간의 연수원 생활을 마치고 고향이 청주로 내려와 법무법인 ‘상승’에서 변호사로의 첫 발을 내디뎠다. 6개월 간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많은 것을 배웠다. 자신만의 이름을 건 사무실을 차리고 싶었다. 그래서 2013년 지금의 ‘법률사무소 진’을 개업했다.

변호사 일을 시작했어도 운동은 쉬지 않았다. 활동적인 성격 탓에 책상에 가만히 앉아 있지를 못했다. 취미는 수영, 사이클, 달리기였다. 취미를 한꺼번에 할 수 있는 철인 3종 경기를 시작했다.

“철인 3종 경기는 완주했을 때의 성취감, 아무나 이룰 수 없을 것을 이뤘다는 자신감, 그리고 극한의 고통에서 나오는 엔돌핀, 이 세 가지를 한 번에 맛볼 수 있는 게 가장 큰 매력이에요.”

2014년을 시작으로 매년 철인3종 경기 올림픽 코스에 참가해 지금까지 여섯 번 완주했다. 이제는 다가오는 9월 구례에서 열리는 철인3종 경기에 참가할 예정이다. 철인3종의 구례대회는 ‘아이언 맨’ 자격이 주어지는 세계적인대회로 수영 3.8km, 사이클 180.2km, 마라톤 42.195km를 완주해야하는 일명 ‘철인3종 킹코스’라 불린다. 이왕 시작한 운동, 최고를 맛보겠다며 주말이면 쉬지 않고 훈련에 매진한다.

그는 운동으로 다져진 다부진 체격과 다르게 ‘애묘가(愛猫家)’다. 빌라에서 무려 여섯 마리의 고양이와 함께 생활한다. 2011년 아내와 시장 구경을 하던 중 2만원에 ‘새끼 고양이’를 산 것이 계기가 됐다.

“아내와 세 살배기 딸도 고양이를 좋아해요. 아니면 고양이가 날리는 털에 묻혀 살지도 못했을 거에요. 그래도 딸도 있고 해서 베란다 한 곳을 막아 아예 고양이 전용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죠.”

아이러니 하게도 키우는 고양이 여섯 마리는 다 암컷이다. 아내와 딸까지 무려 여덟 여성과 생활하고 있다고 은근히 자랑한다.

남들보다 다소 늦게 변호사가 된 만큼 남들보다 두 배로 뛰고 있고 있다. 한 여자의 남편이자 아빠로 책임감을 짊어지고 오늘도 힘차게 시작한다.

“우리 가족 모두 건강했으면 좋겠어요. 건강을 잃으면 어떠한 것도 할 수 없으니까요. 지금처럼 즐겁게 취미생활을 즐기며 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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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2017-04-04 14:03:52
변호사님께서 마지막에 말씀하신 "우리 가족 모두 건강했으면 좋겠어요. 건강을 잃으면 어떠한 것도 할 수 없으니까요..."라는 말씀....참 가슴에 와닿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