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라는 이름의 전동공구 ‘아임삭’
자유라는 이름의 전동공구 ‘아임삭’
  • 이재표, 이주현 기자
  • 승인 2017.04.24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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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무역업체로 출발, 1997년 제조업 전환
2008년 오창으로 이전, 2016년 ‘400억원 매출’
“우리는 대한민국입니다. 우리는 전동공구를 만듭니다.”

수 년 전, 라디오에서 흘러나왔던 이 광고가 아직도 귓전에 맴돈다. ‘국산 전동공구를 만드는 사람들’의 사명감이 느껴지는 메시지와 여자 성우의 차분한 내레이션이 울림을 줬던 광고다. 회사 이름은 ‘아임삭’이다. 아임은 ‘나는 ~이다’라는 뜻의 ‘아이앰(I am)’을 축약한 아임(I’m)이려니 했다. 그러니까 ‘나는 삭이다’라는 뜻일 텐데, 삭이라는 단어가 무얼 의미하는지 궁금했다.

아임삭은 충북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에 있는 회사다. 2008년 오창으로 공장을 이전했고, 중부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건물 위에 전동공구 입간판을 세운 공장이 한눈에 들어온다. 아임삭의 전동공구는 손잡이가 가늘고 무게가 가벼워 사용하는데 편리하다는 입소문이 자자하다. 또 김대원 아임삭 대표는 청주지역 특성화 고등학교 학생들에게 해마다 장학금을 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아임삭에 대해 알려진 것은 여기까지다.

사진=박상철 기자

아임삭이 ‘I’m 삭’일 거라는 예측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 양청송대길에 있는 아임삭 본사‧공장을 찾아가니 모던한 건물 옥상에 ‘Aimsak’이라는 간판이 한눈에 들어왔다. 아임삭이 아니라 에임삭? aim은 목표, 조준이라는 뜻인데…. 김대원 아임삭 대표에게 제일 먼저 아임삭이 무얼 의미하는지 물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1989년, 경기도 안양에서 신우산업부품을 창업했어요. 대기업 회장이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고 외치던 시절이었죠. 무역업을 하는 회사였어요. LG산전이나 계양전기 같은 국내 공구업체의 전동공구를 수출하는 일을 했습니다. 사업 확장에 따라 1995년, 법인으로 전환하면서 국제적으로도 통할 수 있는 이름을 고민했어요. 그때 프랑스와 영국, 독일 등에 거래업체들이 있었는데, 프랑스의 A사, 영국의 I사, 독일의 M사, 독일의 또 다른 S사…. 이런 식으로 거래처 회사들의 머리글자를 따서 ‘아임삭’이라는 이름을 짓게 된 겁니다. 내가 직접 지었어요.”

예상은 또 한 번 빗나갔다. 라디오 광고의 카피도 김대원 대표가 직접 썼다고 했다. 말랑말랑한 창조적 감수성이 왠지 공대생의 두뇌는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김 대표는 서울 소재 모 대학의 재료공학과를 졸업했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아임삭의 홈페이지도 예사롭지 않다. 홈페이지 대문에는 전동그라인더가 돌아가며 불꽃이 튀는 동영상이 화면 전체를 메우고 있다. 또 “언제 어디서나 자유로운 힘”이라는 한 줄이 무선전동공구라는 제품의 장점을 드러내고 있다.

회사 소개로 들어가니 “구속되지 않는 공간, 한정되지 않은 시간, 끝없이 달려가야 하는 새로움. 이 모든 것을 엔지니어의 상상으로 디자인하여…”라는 글귀가 시선과 생각을 모으게 한다. ‘무선 충전은 당연한 것이고, 1회 충전으로 사용하는 시간이 길겠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비로소 이 역시 김대원 대표의 작품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김 대표는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을 비롯해, 미셀 푸코의 저작들을 줄줄 꿰기 시작했다.
 

청주 이전 후 직원 3.5배 늘어

공대 출신의 엔지니어인 김대원 대표가 제조업보다는 유통으로 세계시장을 누빈 저력이 이해됐다. 그럼 왜, 언제 제조업으로 돌아선 것일까?

“1997년 IMF 금융위기로 인해 환차손을 겪으면서 제조업으로 전환하게 됐습니다. 유통을 할 당시에 모든 부품을 다 취급했기 때문에 제조업으로 바로 뛰어들 수 있었어요. 적어도 국내에서만큼은 최고가 될 자신이 있었습니다. 세계적으로 잘 나가는 회사들이 많죠. 하지만 기존의 외국 전동공구는 손이 크고 근력이 좋은 서양인에 맞춰 디자인돼 잡는 느낌이 좋지 않고 무거워 사용에 불편합니다. 이에 반해 우리 제품은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인의 손과 신체 특징에 맞춰 설계해서 안전하고 효율적인 작업이 가능합니다.”

아임삭은 14V와 18V 전동공구 시리즈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다른 회사들이 3,4V짜리 충전형 소형 제품에 주력한 것과는 달리 아임삭은 배터리 크기를 줄여 출력을 높이면서도 무게는 오히려 기존 제품보다 10~15% 이상 가볍게 만들어서 시장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사세가 급격히 커지면서 2001년 경기도 수원에 400평 짜리 공장을 지었다. 하지만 5년도 되지 않아서 포화상태가 됐다. 아임삭이 청주 오창으로 내려오게 된 사연이다.

“500평 정도만 더 늘려도 좋겠는데 수도권에서는 땅값 때문에 만만치 않았어요. 2006년 친구 따라 오창에 구경 왔다가 오창산업단지를 눈여겨보게 됐어요. 수원 근처에서 500평 살 돈으로 3000평은 사겠더라고요. 미래를 보고 3800평을 매입했죠. 2008년 3월7일 오창 본사와 공장 등 연면적 2000평을 준공하고 이전했어요. 지금은 제2의 고향이 됐습니다. 이사 온 후 3년 2개월은 공장에서 먹고 잤어요. 지금도 별반 다를 게 없어요. 경기도 분당이 집이지만 월요일 아침 6시에 내려왔다가 금요일 밤 10시에야 올라가니까요.”

내려올 때 서른일곱 명이던 직원은 백서른한 명으로 무려 3.5배나 늘었다. 열다섯 명은 아예 주소지를 옮겼고, 네댓 명은 주말부부로 살고 있다. 나머지 직원은 모두 지역에서 채용했다. 생산라인 마흔일곱 명을 비롯해 품질관리, 영업, 디자인, 마케팅, CS, 연구직 등 분야도 다양하다. 하지만 이게 전부가 아니란다.

“우리가 사용하는 부품만 해도 3700여 가지나 됩니다. 제품 당 200~300가지 부품을 쓰니까요. 외주업체만 마흔세 곳입니다. 다 충북에 있어요. 한 업체에 200명만 잡아도 1000명은 아임삭과 함께 먹고 삽니다. 전동공구가 크기는 작아도 자동차 만드는 회사 폭은 됩니다.”

전동공구 시장은 글로벌 대기업들의 각축장이다. 전동공구 대표 브랜드인 ‘보쉬(독일)’ ‘디월트(미국)’ ‘마키다(일본)’ 등 다국적 기업들이 세계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것은 물론 국내시장에서도 치열한 어깨싸움을 벌이고 있다. 아직은 다국적 기업들에게 밀리지만 그만큼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국내시장만 연간 5000억원은 될 겁니다. 보쉬나 디월트는 세계적으로 6조 마켓이고요. 마키다도 4,5조는 될 겁니다. 아임삭은 60여 가지 제품 중 주력 20여 가지로, 국내시장에서 400억원 정도의 매출을 올립니다. 8,9% 정도의 비중입니다. 수출은 이제 시작이에요. 스웨덴이나 베네룩스 3국, 일본, 대만 등으로 500만 달러 정도 나갑니다. 해외시장에서도 틈새를 만들어야죠.”


청주 내려온 뒤 매년 5000만원 장학금 쾌척

지역공동체 위한 기여 “특성화고 직업교육에 써 달라”

2016년 장학금 기탁 협약식 사진=충북도교육청

아임삭은 지역기여도가 높은 기업이다. 청주에 내려와 직원 수가 3.5배나 늘었고, 증가한 인원은 지역에서 뽑았다. 그래도 김대원 대표는 사람 구하는 일이 가장 어려운 점이라고 했다. 사람을 뽑는 것도 쉽지 않고, 창의력을 가진 인재를 찾는 것은 더욱 난망하다.

아임삭의 사훈은 ‘1인 개혁 100인 화합’이다. 김 대표는 사훈을 실천하기 위해 직원들과 대화의 시간을 늘리고 분임토의나 발표의 시간을 갖기도 한다. 그런데 주입식 교육의 탓인지 이런 문화를 낯설어 하는 직원들도 적지 않단다.

김대원 대표는 사람에 투자하고 있다. 정성을 쏟는 대상은 충북 도내 특성화고 학생들이다. 청주로 내려오던 해인 2008년부터 매년 5000만원의 장학금을 기탁하고 있다. 2017년에도 3월30일 오전 11시, 오창 아임삭 본사에서 충청북도교육청과 함께 발전기금 기탁식을 가졌다.

김대원 대표는 충북 도내 특성화고 학생들의 기능 향상과 직업교육 발전을 위해 써 달라며 발전기금과 장학금 총 5000만원을 기탁했다. 기탁금은 청주공고, 충북공고, 증평공고에 1000만원씩 3000만원이 지원되고, 나머지 2000만원은 기계 공구 산업 종사자 자녀의 장학금으로 사용된다.

아임삭은 또 교육청과 산학협력 협약을 맺고, 특성화고 학생들을 해마다 서너 명씩 채용하는 등 직업교육 발전을 위한 실질적인 지원을 쏟아 붓고 있다. 김 대표는 “직업교육 발전을 위해 미래에 투자하는 장학 사업을 지속적으로 이어갈 것이며, 앞으로도 지원을 확대해 나갈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교육청 관계자는 “이번 지원을 통해 특성화고 학생들이 자긍심을 갖고 기능명장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아임삭과 관련한 지역언론 보도는 장학금 지급과 관련한 단신기사가 전부다. 보도사진도 교육청이 찍어서 배포한 것뿐이다. 그만큼 김 대표는 자신의 지역사회 기여가 세상에 알려지는 것에 대해 쑥스러워한다.

김대원 대표는 “수도권에 있을 때는 일하는 게 전부였다. 성격도 혼자 책 읽고 연구하는 걸 좋아한다. 그런데 청주 내려오면서 골프도 치게 됐고 친구들도 많이 사귀었다. 솔직히 매출의 60%는 아직도 수도권이다. 그렇지만 지역공동체의 일부분이라고 생각하고 기여할 수 있는 일들을 더 찾아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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