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번 넘어져도 일어나라… 실행은 곧 기회
일곱 번 넘어져도 일어나라… 실행은 곧 기회
  • 이주현 기자
  • 승인 2017.05.16 16: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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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현의 동행(同行) - ②정경만 웰그로(주) 대표
편집자 주=지난 1994년 창립한 (사)중소기업융합충북연합회는 현재 16개 교류회, 총 350여 개 회원사로 구성돼 있다. 이(異)업종간 자주적이며 자유로운 교류활동을 통해 역량을 강화한다는 게 특징이다. 회원사간 업종이 다르다 보니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여지가 많다. 세종경제뉴스는 (사)중소기업융합충북연합회 회원사를 집중 조명한다. 그 두번째는 웰그로(주)다.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 피터 드러커(1909~2005)는 말했다. 성공한 혁신가는 기회에 초점을 둔다고. 여기서 기회란 세상을 열심히 읽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창업 3년 만에 매출액 125억 원을 넘은 정경만 웰그로(주) 대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말이기도 하다.

정 대표는 산전, 수전, 공중전 다 겪은 닭고기 유통업계의 베테랑이다. 웰그로를 창업한 역사는 짧지만, 1993년부터 현재까지 닭고기 유통, 판매 등에 외길 인생을 걸어왔다. 웰그로는 엄밀히 말하면 재창업이다.

인터뷰 중인 정경만 웰그로(주) 대표. / 사진=이주현 기자.

당시 그는 고향인 대구에서 잘 나가는 국내 굴지의 모 닭고기 유통업체 대리점주였다. 지역 백화점에 납품되는 닭고기의 다수가 그의 손을 거쳤다.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쳐 매출도 많이 올렸다. 여러모로 좋은 시절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가 찾아왔다. 지역 기업들과 자영업자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문을 닫았다. 빌린 돈을 갚지 못해서다. 곳곳에서는 회생과 파산이 급증했다. 정 대표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러나 마냥 문을 닫을 수만은 없었다. 변화가 필요했다. 그는 대구에 국한됐던 주 무대를 수도권으로 옮기게 된다. 판단은 유효했다. 그는 빠른 판단과 결정 덕분에 어찌어찌 금융위기를 잘 넘겼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그를 또 괴롭혔다. 침체된 사회적 분위기 속에 매출은 곤두박질쳤다. 그는 여러 이유로 사업을 정리한 뒤 곧장 필리핀으로 떠났다.

그곳에서 그는 사업 재기를 위한 인생 공부를 시작했다. 이때 잠시 다른 사업에 손을 댔다. 무역도 해보고, 생전 처음 겪는 일도 했다. 어느 날은 중국에, 어느 날은 아르헨티나에 있었다. 한 달만 머리 식히려고 떠난 외국에서 그렇게 7년 동안 있었다. 그는 이 기간을 소중하게 생각한다. 해외시장의 트렌드를 읽을 수 있었고 무엇보다 기회를 잡으려면 반드시 실행해야 한다는 인생의 진리를 얻었기 때문이다.

정 대표는 오랜 외국 생활을 접고 2015년 1월 귀국했다. 그의 사업 재기 아이템은 역시 닭고기 유통, 판매, 가공이었다. 연고가 전혀 없는 충북 청주에 오게 된 사연이기도 하다. 그는 지인으로부터 청주 오창의 한 부지를 소개받았고 이해 6월 이곳을 인수했다. 자본금은 4억 원으로 시작했다. 막상 공장 부지를 샀더니 문제가 한 둘이 아니었다. 부도난 공장 건물에 전기 계약을 마쳤더니 공장의 안 좋은 모습들이 보였다. 끌어다 쓸 돈은 한정돼 있고, 투자는 해야겠고, 너무 쉽게 결정한 것 같아 후회스러웠다. 몇 번이고 포기할까도 생각했다.

며칠 뒤 정 대표의 사정을 잘 아는 금융권의 한 지인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돈은 어떻게든 만들어 줄 테니 포기하지마. 해보자.” 정 대표는 순간 울컥했다. ‘세상에 나를 믿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 그래 한 번 끝장을 보자’는 마음으로 팔을 걷어붙였다. 2015년 8월이었다.

첫 해 사업은 생각보다 힘들었다. 닭고기 유통, 판매 분야가 이미 레드오션인 사업이고, 후발주자인 탓이었다. 그러나 20여 년간 쌓아온 노하우로 밤낮없이 고객들을 만나고 설득했다. 정 대표를 포함한 6명의 직원들은 그야말로 목숨을 걸었다. 깐깐하기로 소문난 HACCP 인증도 2015년 12월 얻어냈다.

그의 간절함은 곧 성과로 증명됐다. 첫 해 매출 28억 원, 2016년 125억 원. 이 기간 직원도 25명으로 늘었다. 올해는 200억 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정 대표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했다. 그러나 한 가지는 확실했다. “내가 책임져야 할 직원들이 곁에 있었기 때문에 포기할 수 없었어요. 회사가 온전히 내 것이라는 ‘소유’의 개념이 아닌 직원 모두의 것이라는 ‘사회적 공유물’이라고 생각하면 나도, 직원도 마음 편히 회사 생활을 할 수 있습니다. 능률도 좋아지고요.”

올해 초부터 AI 발생에 따른 가금류의 살처분으로 정 대표는 어려운 나날을 보내고 있지만, 곧 나아질 것이라는 긍정적인 마음으로 기회를 보고 있다. 인터뷰한 날 역시 그는 청바지에 운동화를 신고 현장을 누빌 준비를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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