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라진 바닥, 타들어가는 농심(農心)
갈라진 바닥, 타들어가는 농심(農心)
  • 박상철 기자
  • 승인 2017.05.31 16: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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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강수량 162.2mm로 전년의 55.8% 수준
가뭄 장기화, 수확기 농작물 힘없이 쓰러져
불청객 모기까지 사라져…개체수 1/7로 ‘뚝’
31일, 청주시는 낮 최고기온 29도를 기록하며 무더운 날씨가 이어졌다 / 사진=박상철기자

때 아닌 봄 가뭄이 장기화되면서 농민들이 애간장을 태우고 있다. 수확기를 맞은 작물의 발육 상태가 좋지 못한데다가, 내리쬐는 햇빛에 시들시들해진 농작물이 힘없이 푹푹 쓰러지고 있기 때문이다.

31일 세종경제뉴스는 충북 청주시 북이면의 논과 밭을 찾았다. 논은 거의 모내기가 끝난 터라 어느 정도의 물을 가두고 있는 반면, 주변 곳곳 밭의 땅을 바짝 메말라 있었고, 심겨져있는 농작물의 상태가 좋지 않았다.

인근 지역 농민 A(73) 씨는 “생각보다 피해가 심하다. 모내기를 빨리 끝냈기 망정이지 모도 못 심을 뻔 했다”며 “수확해야하는 농작물의 발육 상태가 좋지 않아 상품 가치가 많이 떨어졌다”며 연신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북이면 한 양파 밭의 양파 들이 가뭄에 힘없이 쓰러져 있다 / 사진=박상철기자

양파 농사를 짓는다는 B(57) 씨도 “죽겠다. 날도 덥고 비도 안 오고 애지중지 키운 양파를 봐라. 다 드러누웠다”며 “아직 인근에 모내기 못한 집이 몇 군데 있는데 비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자만, 언제 올런지....”라며 푸념했다.

옥산에서 논·밭농사를 다 짓는다는 C(70) 씨 역시도 “그나마 여기는 미호천이 근처에 있어서 끌어서 모내기는 할 수 있었다”며 “농부가 벼농사로만 먹고 살기 힘들다. 밭농사도 병행하는데 가물어서 고추, 애호박, 감자들이 잎이 말라 수시로 물을 퍼 나른다”고 말했다.

한 농민은 임시방편으로 분무기를 이용해 감자에 물을 주고 있다 / 사진=박상철기자

예년에 비해 적은 강수량과 이른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충북지역 농가에는 때 아닌 물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본격 영농철인 5~6월, 농업용수 공급이 필요한 시기지만 올해 강수량이 162.2mm(전년 290.6mm)로 전년의 55.8%에 불과해 모내기 지연, 고추, 옥수수, 고구마, 채소류 등의 작물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충북도는 가뭄대책 T/F 운영, 도․시군 영상회의도 개최하는 등 대책마련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30일 가뭄대책 예비비 20억 원을 긴급 지원하기도 했다.

또한, 현재 양수기(827대), 용수호스(69.8㎞), 스프링클러(905대), 하상굴착(2개소) 등의 관수 장비를 지원하고 있으며, 괴산, 단양, 보은, 충주, 영동, 진천 등 7개 지역 171가구에 운반급수(161t), 병물(177병)의 생활용수도 지원하고 있다.

밭에 심은 파가 바짝 말라 있다 / 사진=박상철기자

충북소방본부는 지역별 화재 출동 등 출동 차량을 제외하고 담수 용량이 많은 물탱크소방차를 가뭄대비 급수전용으로 지정해 생활ㆍ농업용수 등 우선순위에 따라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청주기상지청 관계자는 “오늘(31일) 밤에 비가 올 걸로 예상되지만, 양이 5mm미만으로 적어 가뭄해갈에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할 것 같다”며 “다음 주까지도 비소식이 없고 무더운 날씨는 계속 이어질 것 같다”고 전망했다.

한편, 때 이른 더위에 모기 개체 수가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 14일부터 20일까지 작은빨간집모기의 밀도를 검사한 결과, 전국 10곳에서 채집된 모기가 한 곳당 하루 평균 22마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채집된 모기 평균 170마리보다 148마리나 줄어든 숫자이다. 이는 5년간 평균 156마리에 비해 7분의 1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질병관리본부는 계속되는 가뭄으로 모기 유충의 서식지인 물웅덩이의 상당수가 사라진 것이 모기가 줄어든 원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가뭄에 밭보다는 논에 더 신경을 쓴다는 한 농민이 모내기한 논을 점검하고 있다 / 사진=박상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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