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 시작 10년 만에 첫 음반, 이달 25일 1st 앨범 콘서트 열어
‘쿵짝 쿵짝’ 4분의 4박자의 빠른 비트. 절로 어깨가 들썩이며 자신도 모르게 흥얼거리게 만드는 매력적인 음악 ‘트로트’. 예순의 적지 않은 나이에 신명나는 도전을 한 이가 있다. 트로트가수로 흥겨운 인생 제2막을 연 정진숙 씨는 오늘도 많은 이들 앞에서 희망의 노래를 부른다.
어렸을 때부터 글쓰기와 노래 부르기를 무척 좋아했다. 대중가요를 흥얼거리며 마음 한켠 가수의 꿈을 키웠다. 하지만 현실은 가수가 아닌 사회의 직장인으로, 두 딸의 엄마로, 한 남자의 아내로 살기 바빴다. 20년간의 직장생활 후에는 시인은 시를 낭송하고, 가수는 노래를 마음껏 부를 수 있는 문화공간을 만들어 이루지 못한 꿈에 대한 아쉬움을 달랬다.
1981년. 그의 오빠는 '성공하면 돌아오겠다'는 말을 남긴 채 집을 나섰다. 오빠의 감감무소식에 부모는 마음 편한 날이 없었다. 아들을 손꼽아 기다리던 부모님은 결국 아들을 보지 못한 채 눈을 감았다. 정 씨 역시도 오빠를 찾고 싶었지만 그럴 여유가 없었다. 대신 평소 글쓰기를 좋아했던 그는 아들을 기다리는 엄마의 가슴 아픈 사연을 담은 ‘살티(동네이름) 댁을 아시나요’라는 시(詩)를 썼다.
회사를 퇴직한 2003년. 생활에 여유가 생기면서 백방으로 오빠 찾기에 나섰다. 각종 카페와 블로그 활동을 하면서 전국을 수소문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2006년 어느 날, 그가 만든 문화공간에서 직접 지은 ‘살티 댁을 아시나요’라는 시를 낭송할 기회가 있었다. 시를 듣던 한 지인이 말했다. “이건 시보다는 노래로 부르는 게 좋겠다” 그는 생각했다. "그래, 시보다는 노래로 불러 가수가 돼 방송에 출연한다면 오빠를 빨리 찾을 수 있지 않을까?"라고
때마침 작곡가였던 안용희 선생님을 만나 노래를 배우기 시작했다. 노래를 좋아만했지 소질이 없어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자신감은 충만했다. 노래를 시작한 지 2년. 지성이면 감천이랬던가! 기다리고 기다리던 오빠를 27년 만에 찾았다. 가수 활동 덕에 오빠를 찾은 건 아니지만 당시의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오빠를 찾기위해 노래를 불렀지만 오빠를 찾으면서 노래를 부를 이유가 없어졌다.
하지만, 이제는 어린 시절의 꿈을 이루기 위해 가수가 되고 싶어졌다. 가수 정진숙으로 새로운 시작을 위해 잠시 놓았던 마이크를 다시 움켜쥐었다. 스피커로 울려 퍼지는 소리는 그의 가슴을 뛰게 했다. 이후 청주문화원에서 주최하는 공원콘서트, 페스티벌, 복지관 경로잔치 등 많은 행사에서 노래를 불렀다. 힘들었던 지난 세월을 보상받는 듯 노래 부르는 그 순간만큼은 행복했다.
“제 노래 대부분이 어르신들이 좋아하는 노래가 많아요. 그래서 제 목표는 이 땅에 많은 어르신들을 부모라 생각하고 그 분들의 예쁜 딸 같은 가수가 되고 싶어요”
가슴 속에 품은 꿈을 현실에서 이뤄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꿈을 이루기까지 수많은 굴곡을 버텨내는 것이 쉽지 않은 탓이다. 노래 시작 10년 만에 첫 앨범을 발표한 트로트 가수 정진숙씨가 앞으로 어떤 희망의 노래를 부를지, 행보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