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투자처로 택하지 마시라”
“부동산, 투자처로 택하지 마시라”
  • 이재표 기자
  • 승인 2017.08.20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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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년 민주 정책위 의장…과열조짐엔 즉각 ‘추가 조치’
지난 정부 ‘성장주도’ 정책 실패…‘소득주도’ 성장 선택

<프라임 인터뷰>김태년의 ‘대한乙국…乙주주의’

역대 가장 강력한 여당 정책위원장이 등장했다. 말도 행동도 거침이 없다. ‘100만 촛불’을 등에 업고 출범한 문재인 대통령의 측근인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이다. 경기도 성남의 3선 김태년(성남 수정구)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과 경희대 동문이다. 5‧9 대선에서는 특보단장을 맡았다.

대통령 국정지지도도 80% 안팎으로 상종가지만 민주당의 인기도 50%를 넘나들며 압도적이다. 지지정당을 고르지 못하는 20%대를 빼면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국민의당, 정의당을 다 합쳐도 30%에 미치지 못할 정도다.

대통령이나 당보다 든든한 ‘백(Back)’은 이 땅에 다수인 ‘을(乙)’들이다. 김태년 의장은 을을 보호하는 정책을 당정의 최우선과제로 내세우고 있다. 김태년 의장은 “헌법에 보장된 을의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곧 민생”이라고 말한다. 김태년 의장을 8월20일, 전화로 인터뷰했다. 부족한 부분은 이메일 교신을 통해 보완했다. /편집자 주

“8‧2 부동산 대책에 대해 불안해하는 여론도 있습니다. 풍선효과를 염려하기도 하고 공급대책이 빠져있다고도 합니다. 하지만 노무현 정부에서 축적한 경험을 토대로 반드시 집값을 안정시킬 겁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의 어조는 단호했다. 한 달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섣부른 평가를 내릴 수는 없지만 상황에 추이에 따라 얼마든지 대응할 준비가 돼있다는 것이다. 부동산시장 모니터링은 실시간으로 이뤄지고 있다. 일단 주택가격은 확실하게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면밀하게 시장을 살펴보면서 시장 왜곡 현상이 나타나는 곳은 곧바로 조치를 취하겠다는 것이다.

김태년 의장은 “풍선효과가 있을 만한 지역은 대다수가 이번 대책 대상에 포함됐다. 이번 부동산 대책 적용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지역에서 과열조짐이 있으면 즉각적으로 추가 조치를 취하겠다”고 강조했다. 풍선효과를 차단하겠다는 의미다.

김태년 의장은 아울러 “이번 대책으로 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가 강화돼 무주택 서민 등 실수요층에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지적도 있지만, 무주택 세대가 6억원 이하의 주택을 구매하는 경우에는 LTV와 DTI가 10%p씩 완화된다. 디딤돌 대출, 보금자리론 등 정책 모기지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어 실수요자에게 득이 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8·2 대책이 발표되자마자 시끄러웠던 것은 당정이 빼들지도 않은 ‘보유세’ 논란이다. 당정은 당장에 검토할 생각이 없다는데, 야당과 언론은 “끝내 이 카드를 빼들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단정했다. ‘완벽한 투기억제를 위해 보유세 카드를 쓰라는 것’인지, ‘보유세 카드를 빼들었다가 여론의 역풍을 맞기를 기대하는 것’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김태년 의장은 당시 “어제 세법 개정안이 나왔는데 벌써 보유세를 이야기하면 전선이 흐트러져 버린다. 보유세는 워낙 큰 사안이다. 보유세 인상 검토 질문에는 아예 답하지 않겠다”고까지 말했다.

20일이 흐른 지금도 같은 생각일까? 김 의장은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고 나서 ‘왜 보유세는 뺐느냐’는 질문이 쏟아졌다. ‘결국 도입할 것 아니냐’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 보유세는 신중해야 한다. 시장 상황을 보고 그때 가서 판단하겠다. 시장 안정화와 주거복지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 있다면 검토해 볼 수도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금리마저 낮아 시중 자본 유동성은 풍부하고 부동산 외에 대체투자처는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미국이나 영국, 호주 등에서 집값 상승압력이 상당한 것도 같은 이유다.

김 의장은 이에 대해 “정책 목표는 부동산을 투자처로 찾지 말라는 것이다. 부동산 대신 자본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정책을 보완해야 한다. 시중의 자금이 부동산 대신 주식이나 채권 같은 지본시장으로 흘러들어가기를 기대한다”고 답변했다.
 

사병월급‧노인연금 인상, 아동수당 신설

8‧2 부동산 대책은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어도 자가(自家)소유율은 40%대에 머무는 상황에서 집 없는 ‘을(乙)’들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김태년 의장은 당정이 추구하는 최대가치가 사회적 약자, 이른바 을을 어떻게 보호할 것이냐에 있다고 강조한다. 김 의장은 “을들이 설움 받지 않게 하고 헌법에 보장된 자기 권리를 충분하게 보장받게 하는 것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것이 최고의 민생”이라고 정리했다.

최근 김태년 의장이 쏟아내는 민생정책들은 민심을 저격하고 있다. 그중에 하나가 사병월급 인상이다. 김 의장은 8월18일 오전, 2018년 예산안 당정협의에서 김동연 경제부총리,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 등과 만나 “2022년까지 사병월급을 최저임금의 50%까지 올리는 것을 목표로 내년 예산에도 이를 반영해 달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2022년까지 단계적으로 근로자 최저임금의 50% 선까지 인상할 경우 4조9000억원이 더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앞서 7월16일에는 “2018년 7월부터 아동수당을 월 10만원씩 지급할 계획이다. 0~5세 아동 253만명이 혜택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발표했다.

김태년 의장은 이에 대해 “보호자의 소득 수단과 무관하게 0~5세(최대 72개월) 아동에게 월 10만원씩 현금으로 아동수당을 지급하겠다. 시행 준비 기간 등을 감안해 내년 7월부터 시행하게 된다”고 밝혔다. 이에 따른 재원은 2018년을 기준으로 1조5000억원이다. 김 의장은 아동수당법 제정을 추진해 늦어도 10월 초까지는 국회에 법안을 제출할 방침이다.

김 의장은 “수당 지급 방식은 현금 지급을 원칙으로 하되 지방자치단체들의 여건을 고려해 지역 화폐 등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부연했다.

이와 더불어 노인들에게 지급되는 기초연금도 내년 4월 25만원으로 인상하겠다고 했다. 2021년 4월부터는 30만원으로 올리는 단계적 인상이다. 김태년 의장은 “기초연금 인상으로 노인상대 빈곤율은 2018년 44.6%, 2021년 42.4% 등으로 현행 46.5% 대비 2~4%p 완화된다. 여기에는 5조9000억원 정도 추가재원이 필요하다”고 전망했다.

추가재원이 필요하지만 서민증세는 없다고 못을 박았다. 초고소득층과 초대기업에 대한 증세, 즉 ‘핀셋증세’와 재정지출 구조개혁을 통해 세원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소득세의 경우 연소득 3~5억원 구간의 세율을 현행 38%에서 40%로, 5억원 초과는 40%에서 42%로 각각 2%p 올리고 법인세는 과세표준 2000억원 초과기업에 대해 현행 22%에서 25%로 3%p 올리는 방안이다.

핀셋증세로만 늘어난 복지재원을 감당할 수 없고, 법인세 인상은 시대의 추세에 역행한다는 지적도 있다.

김태년 의장은 법인세 인상과 관련해 “2000년대까지는 법인세가 낮아지는 추세였다. 그러나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바뀌었다. 프랑스와 포르투갈이 3%p 인상했고 호주와 오스트리아는 유지하고 있으며 일본은 인하했다. 법인세 인상이 세계 추세에 역행한다는 말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김태년 의장은 “지난 정부의 성장주도 경제정책은 실패했다. 오히려 사회 양극화가 심각해졌다. 중산층은 몰락하고 재벌과 초고소득자 소득이 늘었다. 소득주도의 성장이 필요하다. 소비를 해야 기업이 물건을 만들고, 일자리가 생기지 않겠느냐”며 을에 대한 배려와 지원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보수논리에 쐐기를 박았다.

대선 직후인 5월11일 경희대 총동문회에 참석한 김태년 의원.김태년 정책위 의장은 경기 성남 수정구에 지역구를 둔 전남 순천 출신의 3선이다. 경희대 법학과 72학번인 문재인 대통령과는 경희대 동문(행정 84)이다. 재학시절 총학생회장을 지내고 20대 후반부터 성남에 터를 잡고 지역운동을 시작했다.시민운동을 하다가 40살에 출마한 2004년 17대 총선에서 한나라당 김을동 후보를 누르고 금배지를 달았다. 18대 총선에서는 한나라당 신영수 후보에게 불과 129표 차로 고배를 마셨다.하지만 19대에서 신영수 후보에게 설욕한 뒤 20대 총선에서는 변환봉 후보를 제치고 3선고지에 올랐다. 19대 국회 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야당 간사와 교육문화체육위원회 간사, 20대에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를 맡으며 대화 및 협상 능력을 인정받았다.김태년 의장의 대학 후배이자, 17대 당시 보좌관을 지낸 최만식 성남시 의원(3선)은 “김태년 의원은 20대 후반부터 성남에서 청년운동을 하면서 깊은 정책적 고민을 해왔고 그런 탄탄한 기반이 다선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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