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프로, 주가가 말한다…연초 대비 245%↑
에코프로, 주가가 말한다…연초 대비 245%↑
  • 이재표 기자
  • 승인 2017.09.19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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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車 시장 급성장 힘입어 2017년 매출 3300억원 전망
청주 4공장 준공, 포항공장 착공…2022년 4조 매출 도전
헨리 포드가 내연기관을 완성해 자동차를 만든 것은 1892년이다. 세계 최초의 양산 자동차 포드모델 T가 나온 것은 1903년이었다. 모양은 꼭 마차처럼 생겼는데 말이 없이 달리니 신기할 따름이었다. 엔진의 힘을 ‘마력(馬力)’으로 나타내는 것도 그때부터 시작됐다. T는 단 한 마리의 말도 없이 무려 20마력의 힘을 냈다.기술혁명은 그렇게 온다. 자동차의 왕 헨리포드도 말 대신 내연기관을 장착했을 뿐 마차처럼 생긴 자동차를 만들었다. 자동차는 석유연료로만 움직인다는 고정관념이 깨진 것은 오래 전이다. 하지만 휘발유, 경유, LPG를 대체할 전기자동차가 상용화되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전기자동차와 석유연료계열 자동차는 똑같이 생겼다. 하지만 ‘전지(電池)’로 모터를 움직이는 전기자동차에는 엔진이 없다. 그 옛날 마차에서 말이 사라졌던 것처럼.청주시 청원구 오창읍에 본사와 공장을 둔 에코프로가 폭풍성장을 하며 코스닥에서도 돌풍을 일으키는 것은 일시적 현상이 아니다. 에코프로는 충전과 방전을 반복할 수 있는 이른바 ‘2차전지’의 주요 성분인 ‘양극소재’를 만드는 회사다. 전기자동차에서 이차전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완성 차 가격의 3분의 1정도다.“자동차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마차가 거리를 누볐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관광지에서나 간혹 마차를 구경할 수 있죠. 자동차는 내연기관으로 움직이고 사람이 직접 운전을 한다는 것도 머지않아 옛날이야기가 될 겁니다. 모든 자동차가 친환경 전지로 움직이고 자동운전 시스템으로 바뀔 겁니다. 그러면 연기를 내뿜으며 사람이 운전하는 자동차는 포뮬러 경기장에서나 보게 될 겁니다.” 이동채 에코프로 대표이사의 말이다. /편집자
이동채 에코프로 대표. 사진=박상철 기자

2017년 9월19일 오전 10시 현재, 에코프로(대표이사 이동채)의 주가는 3만8350원이다. 2017년 초 1만5000원 정도에서 무려 245% 이상 상승한 것이다.

중국 최대 금속재생업체인 GEM사와 함께 진행하던 조인트벤처 설립이 7월에서 12월로 연기되면서 잠시 보합세를 유지하기도 했다. 사드 배치에 따른 한중관계로 어두운 그림자가 비치는가 싶었지만 정체기는 오래가지 않았다. 불과 한 달여가 흐른 9월11일, 장중 52주 신고가를 거듭 경신하며 전 거래일 대비 15.6% 오른 3만5950원에 거래를 마감한 것이다. 그 뒤로도 계속 맑음이다.

에코프로는 2017년 1분기에 연결매출 716억원, 영업이익 79억원이라는 양호한 실적을 공시하면서 함박웃음을 지었다. 이는 2016년 1분기 대비 매출은 80.5%, 영업이익은 151.7% 증가한 것이다. 2분기 역시 연결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전년 동기 대비 85.5%, 363.3% 증가한 726억원과 69억원이었다. 2016년 1704억원이었던 매출은 2017년 두 배에 가까운 3300억원을 바라보고 있다.

자회사인 ‘에코프로비엠’은 2017년 4월, 중소기업청의 월드클래스 300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1998년 창업한 에코프로는 원래 ‘케미컬필터’를 만드는 회사였다. 당시 공인회계사였던 이동채 대표는 IMF 구제금융으로 나라가 통째로 흔들리던 1997년, 창업을 결심하고 품목을 물색하던 중 환경 분야로 눈길을 돌리게 된다. 1997년 12월 ‘교토의정서’가 채택됐다는 뉴스를 접하면서 생면부지의 분야에 뛰어든 것이다. 교토의정서는 온실가스 감축목표에 관한 의정서로 37개 나라가 의무이행 대상국이다.

에코프로가 만드는 케미컬필터는 반도체, LCD 등 전자·화학공장에서 발생하는 유해가스를 획기적으로 제어해서 근로자 건강에 기여하고 환경오염을 저감하는 장치다. 2005년 하이닉스, 2009년부터는 삼성전자에 케미컬필터를 납품하고 있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현지공장에서도 에코프로의 케미컬필터가 각광을 받고 있다.

과불화화합물(PFC)과 아산화질소(N2O) 등 지구온난화 지수가 높은 온실가스를 제어하는 ‘온실가스 저감장치’도 에코프로의 대표상품이다. 최근 환경오염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거세지면서 전 세계 유수의 반도체공장과 석유화학회사들이 온실가스 저감장치를 사용하고 있다.

2차전지 시장에 뛰어든 것은 2004년이다. 2차전지도 석유연료를 대체할 대안이라는 점에서 역시 환경사업이다. 따라서 ‘에코프로(ECOPRO)’라는 작명은 제대로 맞아떨어진 셈이다.


◆케미컬필터로 출발 2차전지 양극소재가 주력

에코프로 4공장 준공식. 사진=박상철 기자

그럼 2차전지는 무엇이고, 에코프로가 생산하는 양극소재는 또 무얼까? 2차전지가 있다면 당연히 1차전지가 있을 터다. 1차전지는 우리가 흔히 ‘건전지’라고 부르는 1회용 전지다. 각종 전자제품을 전선에서 해방시켰지만 재사용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그 자체가 골칫덩어리다. 과거에는 수은이 들어있었고, 지금도 망간·아연·철·니켈 등이 주성분이다.

2차전지는 충전과 방전을 반복할 수 있는 전지다. 각종 백색가전제품은 물론이고 휴대폰, 전동공구, 전기자동차 등에는 당연히 2차전지가 쓰인다. 에코프로는 2차전지 중에서도 리튬 2차전지에 들어가는 ‘양극(陽極)소재를 생산한다.

이동채 대표는 “2차전지의 생명은 얼마나 강한 힘을, 얼마나 오랜 시간 지속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바로 양극소재가 리튬 2차전지의 수명과 용량을 결정짓는 핵심소재다. 니켈, 코발트, 알루미늄이 주성분이다. 우리는 금속물질로부터 만든 전구체를 이용해 양극소재를 만들고, 배터리회사는 양극소재를 이용해 리튬 2차전지를 만든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또 “2차전지는 양극소재 외에도 음극소재와 분리막, 전해질 등으로 구성되는데 양극소재가 전체 배터리 가격의 40%를 차지한다”고 덧붙였다.

전 세계에서 양극 소재를 생산하는 회사는 에코프로를 포함해 네 곳이 전부다. 그 중 일본회사가 세 곳이다. 고난도 기술과 노하우가 필요한 분야다보니 다른 나라들은 섣불리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것이다.

에코프로는 2017년 5월11일, 오창에 4공장(에코프로비엠)을 준공했다. ‘에코프로비앰’은 에코프로의 물적 분할 지주회사, 즉 자회사다. 에코프로비엠의 B와 M은 각각 배터리(Battery)와 재료(Material)를 의미한다. 회사규모가 커지면서 케미컬필터와 2차전지 사업을 분리한 것이다. 전체매출에서 2차전지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85%에 이른다.

5300평 규모에 사무동(3층)과 공장동(6층)으로 이뤄진 4공장에서는 고출력, 차세대 양극활 물질을 생산한다. 이는 급속히 성장하고 있는 전기자동차 시장에 발 빠르게 대처하기 위한 것이다. 생산량도 크게 증가했다. 4공장에서는 월 500톤 규모의 양극소재를 만드는데 이는 1,2,3 공장을 합한 생산량(월 420톤)보다 많다.

이날 준공식에는 이시종 충북도지사를 비롯해 임직원 및 관계자, 외빈 등 300여 명이 참석했다. 이시종 지사는 축사에서 “이동채 대표이사의 경영능력에 찬사를 보낸다. 이참에 충청북도 살림도 맡아 달라”고 우스갯소리를 던지기도 했다.

양극소재의 품질은 전구체를 만드는 단계에서 결정된다. 에코프로는 2008년, 국내 최초로 금속원료로부터 전구체와 양극소재를 일괄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구축했다. 세계적으로도 몇 되지 않는 사례다. 에코프로가 만든 양극소재는 국내 배터리회사는 물론 일본, 중국, 미국 등 해외 배터리회사로 판매된다. 다른 회사에서 전구체를 구입해 만드는 이전방식과는 달리 전 공정을 다루다 보니 그만큼 고객층의 만족도 커졌다.


◆연구개발 인력만 150명, 지역출신 주축

2차전지 양극소재.

하지만 비단길만 걸어온 것은 아니다. 사업 초기, 양극소재를 만드는 매뉴얼은 있었지만 성능차가 드러나는 고유의 노하우는 스스로 터득해야 했다. 무수히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쓰디 쓴 경험을 약으로 만들어갔다. 개발 초기 테스트 비용으로만 20억 원 정도를 썼다. 신생회사가 감당하기에 결코 만만한 비용이 아니었다.

세계 최초로 니켈-리튬전지를 만든 일본 ‘소니’가 에코프로 양극소재를 사용하면서 인지도가 급상승했다. 까다롭기로 소문난 소니로부터 품질을 인정받기까지 몇 배의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하지만 이를 계기를 일본, 중국, 미국 등의 배터리회사들이 에코프로를 더욱 주목하는 계기가 됐다.

이동채 대표이사는 “나는 원천기술을 가진 기술자가 아니다. 그래서 연구개발 파트를 존중하고 존경한다. 전체 직원이 700명 정도 되는데, 그중에 R&D 파트가 150명 정도나 된다”고 설명했다.

주목할 것은 명문대 출신이 아닌 지역대학 출신들이 기술혁명을 주도했다는 점이다.

이동채 대표는 “우리는 청주에서 밑바닥부터 시작한 회사다. 초창기에는 명문대 출신들이 에코프로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소위 말하는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 출신이나 카이스트 졸업자는 거의 없다. 우리 회사에 많은 인력을 공급해준 학교에 보답하기 위해 조사를 한 적이 있는데, 대학은 충북대‧한국교통대‧충청대, 고등학교는 부용 마이스터고‧청주기계공고‧충북공고 출신들이 많았다”고 귀띔했다.

현재 에코프로가 만드는 양극물질은 전기드릴, 전기자전거, 로봇청소기 배터리에 주로 쓰이고 있다. 전기자동차 배터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크지 않지만 에코프로는 성장하는 전기자동차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와 시장조사 전문업체 등에 따르면 세계 전기자동차(EV) 시장은 2016년말 기준 300만대 규모에서 2020년에는 630만대로 210%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방산업인 전기자동차 시장이 성장하면 전기차용 배터리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2차전지 시장도 성장하는 것이 당연지사다. 전기차용 2차전지 시장은 2016년 90억4000만 달러(10조2378억원) 규모에서 2020년에는 202% 증가한 182억4000만 달러(20조6568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다가온 시장변화에 대비해 에코프로도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다. 특히 에코프로가 보유하고 있는 ‘잔류리튬최소화기술’은 경쟁력을 갖춘 차별화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가혹조건에서 사용되는 전기자동차 배터리의 경우 리튬이 과다 투입되면 폭발 등 안전성 문제가 발생한다. 에코프로가 갖고 있는 기술은 배터리 양극소재의 과다 리튬을 제거해 안정성뿐만 아니라 배터리 수명 문제도 해결했다.

에코프로는 6월26일 경북 포항에 에코프로지이엠 포항공장을 착공했다. 포항 영일만 제1산업단지 내 위치한 포항부품소재전용단지에 들어설 포항공장은 대지면적 2만4135평에 건축연면적 4만4000평 규모며, 2021년 12월에 완공될 예정이다.

투자금액 1700억 규모의 포항 공장은 중국의 금속·배터리 재생 전문기업인 GEM사와 외국인투자법인 형태로 설립한 회사로 추가 물량 생산을 위해 건립하는 것이다.

이동채 대표는 “청주 오창 1만7000평, 포항 2만5000평 등 4만여 평을 확보했다. 이게 끝이 아니다. 전기자동차 시장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10만평 이상의 부지와 시설이 더 필요하다. 앞으로 1조5000억원 정도를 더 투자할 것이다. 2022년 연매출 4조원에 도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동채 에코프로 대표는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경북 포항이 고향인 이동채 대표는 가난한 농군의 아들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1남6녀의 대가족이 오로지 몇 뙈기 농사에 매달려야 했기 때문이다.이동채 대표는 “누나가 하나에 여동생이 다섯인데, 내가 몸이 약했다. 그러다 보니 아들 하나 더 낳자고 하나둘 낳은 것이 7남매가 됐다”며 웃었다. 취직이 급했다. 대구에서 상고를 나와 1977년에 은행원이 됐다. 그러면서도 야간대학을 나왔고 1984년 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했다. 회계사무소를 개업해 14년 동안 무애(無碍), 무탈(無頉)한 시간을 보냈다.그런데 그게 싫었다. ‘1만명은 먹여 살려야겠다’는 다짐으로 창업을 구상했다. 환경문제가 미래사회에 화두가 될 것이라는 생각에 회사이름도 에코프로라고 짓고 환경제품인 케미컬필터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같은 맥락에서 2차전지 소재 생산으로 영역을 확장했다.청주는 생면부지의 땅이었다. 이동채 대표는 “청주는 하룻밤 자본 적도 없는 생소한 땅이었다. 저렴한 부지를 찾아서 서울과 평택 등을 알아보다가 청주 오창단지에서 1300평 정도의 좋은 땅을 찾아냈다”고 말했다.이동채 대표는 기술자가 아니다. 금을 찾아 떠난 개척자처럼 생면부지의 세계로 뛰어들었다. 이 대표 스스로도 “서부개척자의 심정으로 도전했다”고 털어놓았다.이동채 대표는 세상의 변화를 읽는 것이 사업성장의 비결이라고 강조했다.이 대표는 “연간 상용차 생산량이 1억대 정도다. 머지않아 모든 차가 전기자동차로 바뀔 것이다. 완성차 가격은 연간 3조 달러가 될 것이고, 그중에 배터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3분의 1, 즉 1조 달러에 이른다”고 설명했다.전기차 1대에 들어가는 배터리는 휴대폰 배터리 6000~7000개에 이른다니 더 이상 말해서 무엇 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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