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마다한 수의사…센터 선택한 사육사
병원 마다한 수의사…센터 선택한 사육사
  • 이재표 기자
  • 승인 2018.01.11 16: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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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된 야생동물의 임시보호처…충북야생동물센터
날개 부러진 말똥가리, 수달 남매 방사될 날 기다려
베스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남매수달. 지난 수해 때 어미를 잃고 구조된 이들은 올 봄 방사 예정이다. 사진=김수미 기자

사람으로 치자면 쇄골이 부러진 말똥가리가 재활비행을 연습 중이다. 드넓은 창공에는 장애물이 없을 것 같지만 도시의 인공구조물, 특히 건물 유리창은 하늘의 덫이다. 맹금류인 말똥가리도 유리창에 충돌했다. 그나마 목이 부러지지 않은 게 다행이다.

남매로 추정되는 수달 두 마리는 기름진 먹이로 몸집을 불리며 꽃피는 봄날의 방생을 기다리고 있다.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다더니 지난해 여름 수해 때 물살에 휩쓸려 어미를 잃은 어린 것들이었다. 6개월이 흐른 지금은 성체에 가깝게 자랐다.

낚시 바늘로 인한 상처가 감염돼 날개를 절단한 고니, 덫에 다리가 잘린 늑대가 들어온 적도 있다. 늑대는 2012년 5월, 멸종위기종 1급으로 지정됐지만 남한에서는 실종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어떻게, 어디에서 늑대가 포획된 것일까?

이같은 일이 하루에도 몇 건씩 일어나는 곳은 뜻밖에도 청주시 상당구 오창읍에 있다. 충북대학교가 위탁을 받아서 운영하는 ‘충북야생동물센터(센터장 나기정 충북대 수의학과 교수, 이하 동물센터)’다. 환경부 사업인 동물센터는 충북의 경우 2005년 음성군 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가 충북지역 센터 역할을 담당해오다가 2011년 충북대로 관리운영권이 이관됐다.

상근으로는 수의사 두 명과 재활관리사 두 명, 구조관리사 한 명, 행정부장 한 명 등 여섯 명이 근무하고 있다.

전주영 재활관리사와 날개를 다쳤던 말똥가리. 곧 방사 예정이다. 사진=김수미 기자

다시 늑대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김하나 수의사는 “덫에 걸린 늑대가 발견된 곳은 음성이었다. 자연 상태의 늑대는 멸종된 것으로 봐야하고 몽골 등에서 개와 늑대를 교배한 품종들이 강아지 상태로 들어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 어렸을 때는 개처럼 보이지만 자라면서 늑대의 특징도 나타난다. 이들 중 한 마리가 탈출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30대 초반인 전주영 재활관리사와 20대 중반인 신하늘 관리사도 야생동물이 좋아서 이곳으로 왔다. 대학에서도 ‘동물보호계열’을 전공한 신하늘 관리사는 서울대공원 사육사로 일하다가 고향인 청주로 내려왔다.

신 관리사는 수달 두 마리를 집중적으로 돌보고 있다. 신 관리사는 “작년 수해 때 보은에서 구조된 남매 수달이다.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는 준비를 마쳤지만 날씨가 너무 추워서 날이 풀리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달 한 마리가 하루에 먹는 미꾸라지 값은 무려 2만원 어치란다. 이걸 도저히 감당할 수 없어서 외래어종 퇴치 차원에서 포획한 베스를 얻어다가 먹인다. 이런 살림살이를 담당하는 직원이 김인숙 행정부장이다. 2015년 충북도 공무원으로 일하다가 퇴직한 김 행정부장은 야생동물의 부족한 먹이를 조달하는 등 센터의 궂은일들을 도맡고 있다.

이들의 바람은 인간과 야생동물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것이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2014년 오창에 동물센터를 신축한 이후 센터로 들어온 동물은 2014년 611마리, 2015년 726마리, 2016년 876마리, 2017년 940마리 등 해마다 100여 마리 정도가 늘고 있다.

이 중에는 수술과 재활을 거쳐 방사되는 것들도 있지만 상당수가 아예 폐사체로 들어오거나 폐사, 안락사하게 된다. “야생으로 돌려보내기 위해서 정을 주지 않는다”는 이들의 이야기는 슬프게 들린다.

나기정 센터장은 “야생동물이 자주 출몰하는 도로에서는 천천히 운전하고 유리창에 조류 충돌 방지용 스티커인 버드세이버를 붙이는 것만으로도 야생동물을 보호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더불어 등산을 할 때 도토리와 밤 등 동물의 먹이는 건드리지 말고 덫이나 올무 등을 발견하면 행정기관에 신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버드세이버는 맹금류 모양을 한 스티커를 창문에 붙이는 것이다. 이를 보고 겁먹은 새들이 유리창을 향해 날아드는 것을 막아준다. 실제로 동물센터에 의해 구조되는 야생동물의 절반 이상은 여름이나 겨울철새들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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