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담그기 행사 10년, 풍성한 마을잔치로 발전
장담그기 행사 10년, 풍성한 마을잔치로 발전
  • 이현경 기자
  • 승인 2018.05.05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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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주민 100여명, 이주여성과 외부인사 등 참석
박해순대표가 이주여성들에게 장담그기를 설명하고 있다/사진=두리두리영농조합

5월2일 미원면에 소재한 두리두리영농조합법인(대표 박해순)은 장담그기 행사를 진행했다. 이날 행사에는 지역 어르신 100명, 이주여성 20명, 김덕룡 민평통 수석부의장, 백용기 거봉그룹 회장 등이 참석했다.

2009년부터 시작된 이 행사는 이주여성들과 함께 하는 장담그기 체험, 어르신들을 위한 경로잔치 및 식사제공 등 소통과 화합의 자리로 지역의 대표행사로 자리매김하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박해순 대표는 “많은 분들이 참석해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다"며 "두리두리는 지역과 함께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두리두리영농조합의 심할머니 된장은 전통 ‘덧장법’을 사용해 만들어진 명품 된장으로 현대백화점, 태릉선수촌 등에 납품하고 있다.

*두리두리영농조합(www.durikong.com)

청주시 상당구 미원면 호정대신로 825

故 심순섭 할머니된장은 약이다. 이제는 고인이 된 심순섭(2015년 1월 작고) 할머니의 평생 믿음이었다. 혼수로 ‘미싱(재봉틀)’을 지참하고 몸종을 데리고 시집을 갈만큼 심 할머니의 친정은 살림이 톡톡했다.청원군 남이면 장성리(현재 청주시 장성동)에서 천석꾼이었던 친정아버지는 약주를 즐기셨는데 술 마신 다음날 상황된장물로 속을 다스렸다. 남들이라고 부르기도 했던 장성리 인근에는 잠종장이 있었고, 그래서인지 주변 야산에 뽕나무와 뽕나무에서 자라는 상황버섯이 지천이었다고 한다.심 할머니는 열다섯 살 때부터 된장 담는 법을 배웠다. 할머니의 건강비법도 된장물이었다. 평생 된장물을 차처럼 마셨다. 1980년, 목장을 한다는 큰아들을 따라 청주시 미원면 대신리로 내려온 뒤로는 일삼아 된장을 담갔다. 햇살이 유난히 투명하고 바람이 맑은 대신리의 산록에는 볕을 쬐고 눈비를 맞는 행복한 항아리들이 즐비하다.아흔일곱 생애를 산 심 할머니의 건강비법은 그동안 공중파와 케이블 방송을 통해 여러 차례 소개됐다. 종편의 한 건강프로그램에서 할머니의 혈액나이를 측정했는데, 결과는 놀라웠다. 마흔여섯 살에 불과했으니 말이다. 할머니는 노환으로 세상을 떠난 게 아니다. 눈길에 넘어져서 발생한 뇌출혈이 사인이었다. 단순히 백수를 누렸대서가 아니라 돌아가시는 날까지도 건강하게 일했다는 것이 중요하다.할머니의 계승자는 딸 박해순 대표다. 2007년부터 작목반을 만들어 콩 농사를 짓기 시작한 박해순 대표는 2009년 두리두리 영농조합법인을 만들었다. 모녀가 함께 만드는 된장과 간장은 2012년 국가대표 식단제품으로 태릉선수촌에 입촌했다. 그리고 그해 런던올림픽까지 따라갔다. 2013년에는 세계유기농업학회(ISOFAR)와 독일BCS로부터 유기된장, 유기간장 인증을 받았다.“우리 어렸을 때, 들로 산으로 땀 뻘뻘 흘리고 놀다 들어오면 엄마가 된장물이나 간장물을 타 주셨어요. ‘맹물 먹으면 배탈이 난다’고요. 당신은 늘 된장차를 끓여 드셨고요. 방송들이 엄마를 취재하면서 각종 테스트를 한 결과 젊은 사람의 피를 가진 것이 확인됐고, ‘면역왕’ 판정을 받으셨죠. 그래서인지 돌아가실 때까지 병원 문턱 한 번 밟으신 적이 없어요.”이쯤 되면 심 할 머니는 ‘장인(醬人)’이자 ‘장인(匠人)’이었다. 2015년 1월, 현대백화점이 전국의 3대 된장, 간장을 ‘명인명촌’이라는 세트로 구성할 때도 심 할머니의 상황된장이 포함됐다. 된장이 약이라고 했지만 심 할머니의 된장은 구별하여 ‘약된장’이다. 상황버섯이나 차가버섯 같은 재료가 들어가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또 하나의 비결은 충분한 숙성이다. 심 할머니 된장은 충분한 숙성으로 맛을 내기 위해 전통의 ‘덧장법’을 사용하고 있다.“2,3년 묵은 된장이 제일 맛있어요. 그런데 우리는 5년 이상 된 된장만 팝니다. 된장이 오래 묵으면 색깔도 검게 변하고 맛도 떨어질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약리성분은 강화가 돼요. 예컨대 우리 집에서 제일 오래된 것은 30년 묵은 된장인데, 일반 된장에 비해 가바(GABA)성분이 무려 74.6배나 많다는 연구결과가 나왔습니다.”심 할머니 된장은 약된장인 만큼 끓여먹기보다는 나물무침이나 쌈장, 차(茶)로 먹는 것이 좋다. 산삼만 오래 묵을수록 값이 올라가는 게 아니다. 1kg을 기준으로 5년 짜리는 8만원, 6년 짜리는 10만원이다. 10년 묵은 된장은 무려 30만원을 호가한다. 된장이라고 무시하지 마라. 한 사람이 인생을 걸면 명품이 나오기 마련이다.이재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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