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컨테이너 경로당이 웬말?
2018년, 컨테이너 경로당이 웬말?
  • 박상철 기자
  • 승인 2018.07.30 17: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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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로당도 ‘빈익빈 부익부’, 에어콘 ‘빵빵’ vs 선풍기 ‘뱅뱅’
컨테이너 경로당 앞에서 연신 흐르는 땀을 닦고 있는 어르신들 / 사진=박상철 기자

낮 최고기온이 36도에 육박하며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린 30일 오후 2시. 충북 청주시 옥산면에 위치한 한 경로당. 굳게 닫힌 경로당 문 옆에서 80대 어르신 2명은 연신 흐르는 땀을 닦으며 손부채질을 했지만 더위를 막을 수 없다.

컨테이너 박스로 만들어진 이곳 경로당은 ‘미등록 경로당’으로 지자체로부터 어떠한 혜택을 받지 못한 채 운영되고 있다. 이곳 경로당을 이용하는 어르신은 18명. 한 시간을 경로당 앞에서 지켜봤지만 찾는 사람은 단 한명도 없었다.

닫힌 문을 열고 경로당에 들어가 봤다. 사방이 막힌 좁은 공간이다 보니 밖보다 체감온도는 더욱 높았다. 9.9㎡(3평)도 채 되지 않는 공간에는 음식을 해먹을 수 있는 주방과 어르신들이 쉴 수 있는 공간이 따로 구분되지 않은 채 한 공간으로 구성돼 있었다.

미등록 경로당은 3평 남짓한 실내 내부 모습 / 사진=박상철 기자

흐르는 땀으로 오래 머물 수 없었다. 더위를 날 수 있는 에어컨은 없었고 선풍기 2대만 달랑 놓여 있었다. 그것도 사용한 지가 오래 됐는지 거미줄이 쳐져 있었다. 바닥에는 겨울에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전기장판이 깔려 있었다. 어르신들이 발길이 끊어진 경로당 안은 먼지로 가득했다.

해당 경로당 운영을 맡고 있는 A(85, 여)씨는 “기억이 잘 나지는 않지만 컨테이너 경로당이 생긴 지 한 15년은 된 것 같다”며 “여름에는 너무 덥고 겨울에는 너무 추워서 찾는 노인들이 없다”고 현실을 전했다.

이어 “청원군일 때 시나 면에서 겨울에만 난방비로 쓰라며 1년에 한번 60만원을 줬지만 청주시로 통합되면서는 10원 한 장 지원받는 게 없다”며 “말만 경로당이지 그냥 창고나 다름없다”고 깊은 한 숨을 내쉬었다.

다른 주민 B(83, 여)씨도 “여름과 겨울에는 경로당 엄두를 내지도 못한다. 그나마 날씨가 선선한 봄이나 가을에 경로당을 찾곤 한다”며 “게다가 화장실도 없어 우리 같은 노인들이 자주 찾기에는 너무 불편한 현실이다”고 흐리는 땀을 닦으며 말했다.

이에 대해 청주시 관계자는 "미등록 경로당을 지원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에 시 예산으로 지원하는 것은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미등록 경로당을 위해 시에서는 민간이나 법인에 후원을 받아 일 년에 한 번 난방비로 60만원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청주시에 따르면 30일 기준 시에는 1042개의 등록경로당과 32개의 미등록경로당이 있다.

인근에 위치한 등록 경로당 모습 / 사진=박상철 기자

등록 경로당, 실내 온도 24~25도

같은 날, 인근에 위치한 ‘등록 경로당’을 찾았다. 시원한 에어컨과 선풍기 바람으로 쾌적했다. 어르신들은 삼삼오오 모여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비등록 경로당’과는 전혀 다른 상황. 남녀로 구분된 공간에 말끔히 갖춰진 주방시설까지 컨테이너 미동록 경로당과는 비교할 수 없었다.

깔끔히 정돈된 세면시설에 화장실도 갖추고 있어 어르신들이 큰 불편함 없이 이용이 가능했다. 이곳을 자주 찾는다는 C(77, 남)씨는 “요즘 같이 더운 날 집보다 경로당이 시원해 매일 경로당에 온다”며 “집에 있으면 놀아 줄 친구도 없는데 경로당에 오면 친구들도 만나고 음식도 해먹을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등록경로당은 깔끔한 실내에 화장실까지 갖춰 어른신들이 이용하기 편리하다. / 사진=박상철 기자

D(81, 여)씨 역시도 “여기 경로당이 인근에서 가장 좋은 경로당이다. 시에서 많은 지원을 해 준 덕분에 우리 같은 노인들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어 좋다”며 “아침 일찍 와서 저녁 늦게 까지 있다가 집으로 간다”며 높은 만족감을 표했다.

경로당 등록을 위해서는 노인복지법 설치기준에 따라 읍·면일 경우 노인인구 수 적용해 이용정원 20명이상의 이용정원이 10명이상이 돼야 한다. 동의 경우는 면적 100㎡ 이내로 이용정원이 20명 이상이어야 한다.

건물형태는 건축물대장상 등재된 단독주택 및 공동주택으로 ‘노유자 시설’로 표시돼 있어야 한다. 또, 20㎡ 이상의 거실, 화장실, 전기시설 등을 갖추어야 한다. 특히 읍·면 같은 경우 거리제한을 뒤 한 리(里)당 한 개소, 동 같은 경우는 반경 500m에 하나의 경로당이 등록될 수 있다.

인근에 위치한 등록 경로당은 에어컨 온도가 24도에 맞춰서 빵빵하게 돌아가고 있다. / 사진=박상철 기자

'등록 경로당'에는 어떤 혜택이?

등록경로당으로 결정되면 각종 혜택이 뒤따른다. 우선 월 13만원의 운영비가 지급된다.

냉방비로(6~9월) 4개월간 월 5만원 씩 총 20만원을 지원되며 난방비는 경로당 면적에 따라 50~200만원 차등 지급한다.

양곡의 경우는 읍·면에 연간 7포, 동에는 6포의 혜택이 주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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