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님아, 그 물을 '펑펑' 쓰지마오
[기자수첩] 님아, 그 물을 '펑펑' 쓰지마오
  • 이주현 기자
  • 승인 2016.03.22 03: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2일 '세계 물의 날'

[세종경제뉴스 이주현기자] 26년 전, 국제인구행동연구소(PAI)는 우리나라를 물 부족 국가로 꼽았다. 그런데 이상하다. 물이 부족하기는커녕 남아돈다는 말이 더 어울린다. 언제든 수도꼭지만 틀면 '콸콸' 쏟아지니 말이다. 수도세도 크게 걱정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물은 '만만한' 공공재일까.

이주현 기자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면 큰 일이다. 한국수자원공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1인당 재생가능 수자원량은 1488㎥로 PAI 기준인 1700㎥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땅속에 버린 물도 상당하다. 같은 기간 관로 노후 등으로 손실된 수돗물의 양은 6억9127만톤으로 전년보다 3527만톤 늘었다. 이를 평균 생산원가(876.4원/톤)로 환산하면 연간 6059억원에 달한다.

 충청지역 상수도 누수율은 △세종 23.5% △충남 16.3% △충북 11.5% △대전 5.7% 순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우리나라 일 평균 물 사용량은 웬만한 선진국보다 많다. 평균 280ℓ로 독일(150ℓ), 덴마크(180ℓ)를 가볍게 웃돈다. '물부족 국가'보다 '물 과잉 국가'에 가까운 대목이다.

 물 부족의 심각성은 가까운 과거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지난해 충청권은 가뭄으로 홍역을 치렀다. 지난해 11월, 대청댐의 저수량은 약 5억4000㎥으로 예년의 62% 수준에 그쳤다. 이는 1981년 완공 이래 역대 3위로 낮은 저수량이다. 이 기간 강우량은 역대 최저치인 612mm를 기록했다. 예년의 54% 정도만 비가 온 셈이다.

 우기가 시작된 6월 이후의 강우량이 예년의 48% 수준으로 물 부족 상황을 더욱 부추겼다. 청주 무심천은 대청댐으로부터의 하천유지용수 공급이 끊긴 뒤 한때 바닥을 드러냈다. 물에 민감한 농민들의 가슴만 타들어간 한 해였다.

 며칠 전에는 청주시 서원구 개신동 지역 일부가 상수도관 파열로 수돗물 공급이 중단돼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너도나도 흥청망청, 그야말로 물 쓰듯 써재끼는 우리들의 인식전환이 절실한 이유다.

 누가 그랬다. 따지고 보면 흔한게 물 아니냐고. 하긴, 지구는 물의 행성이 아닌가. 그러나 우리가 마시고 쓸 수 있는 담수는 2.5%에 불과하다. 나중을 위해서라도 아껴야 한다. 이렇게 흥청망청 쓰다간 노후(?)가 고단해질 것 같다. 

 땀을 흘려본 사람은 안다. 시원한 물 한잔의 목넘김을. 하지만 내일을 위한 오늘의 희생이 없다면, 우리는 앞으로 그 달콤함을 느끼지 못할지도 모른다.

 오늘은 '세계 물의 날'이다. 이날만큼만이라도 물을 '돈'처럼 생각해보는 게 어떨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