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각장마을의 비극 “남편 죽고 눈물 마를날 없어“
소각장마을의 비극 “남편 죽고 눈물 마를날 없어“
  • 박상철
  • 승인 2018.08.28 16: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하루 544톤 소각하는 청주 북이면 대율2리, 4년 새 한 집 건너 한 집 암
건강하던 남편 잃은 A씨 “남편유언은, 역학조사 실시해 원인 밝혀달라“
A 씨는 남편의 암 발병 원인을 밝히기 위해 고군분투했지만 혼자 힘으로 역부족이다며 눈물을 보였다. / 사진=박상철 기자

2012년 2월 27일. A씨에게는 평생 잊을 수 없는 날이다. 청천벽력과도 같은 남편 B씨의 암 판정에 망연자실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믿고 싶지 않았다. 두 뺨에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평생 가족만을 위해 살아온 가장이었기에 그 슬픔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1년간 23차에 걸친 항암치료로 실낱같은 희망을 이어갔다. 하지만 B씨는 결국 병상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남은 건 가장을 잃은 가족들의 슬픔, 그리고 빚으로 남겨진 수천만의 병원비였다. 그렇게 한 가장의 죽음은 가족들의 삶을 송두리째 뒤흔들어 놨다.

약 30년간 중장비회사에서 굴삭기 운전을 했던 남편 B씨. 평소 돌도 씹어 먹을 정도로 건강하나 만큼은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청주시 북이면 대율2리로 이사 온 지 1년 만에 원인을 알 수 없는 ‘상세불명 암’ 판정을 받으면서 삶은 180도로 바뀌었다.

A씨와 남편 B씨가 함께 찍은 사진을 보고 있다. 사진 속에는 환하게 웃고 있는 두 부부의 모습이다. / 사진=박상철 기자

병세가 호전되기는커녕 다른 장기로 전이되면서 걷잡을 수 없이 암 세포가 퍼져나갔다. 서울 C병원으로 옮겨 치료를 받았지만 치료 불가 판정을 받았다. 결국 청주 D병원으로 옮겨진 B씨는 점점 심해지는 고통을 홀로 감수해야 했다. 옆에서 지켜보는 가족의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갔다. 그러던 2013년 4월 B씨는 55세 젊은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이렇게 끝날 것만 같던 고통의 시간, 하지만 밀린 병원비가 가족들의 목을 조여 왔다. 자식들의 결혼자금, 신용 카드 등 갖은 수단을 동원해 돌려막기를 시도했지만 한계에 부딪쳤다. 결국 가족 모두 신용불량자라는 꼬리표를 달며 힘겨운 삶을 이어가고 있다. 

아내 A씨는 “지난 5년의 시간은 악몽과도 같았다. 평생 병원 치료라고 받은 적 없는 남편이 갑자기 그것도 원인 모를 암에 걸린 게 너무 억울하다. 왜 그런 몹쓸 병에 걸렸는지 이유도 모른 채 죽은 남편의 억울함을 풀어주고 싶다”며 북받치는 감정을 누르며 말했다.

A씨는 남편의 병원비를 고스란히 빚으로 떠안아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 사진=박상철 기자

그러면서 “저희 북이면 주변에 수많은 공장들과 소각업체들이 인접해 있다. 역학조사를 해봐야 알겠지만 분명 이들 업체들과 남편의 암에 걸린 원인에 상관관계가 있다고 본다. 환경청에 역학조사를 건의했었다.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나 혼자 이를 밝히기엔 힘에 부친다”고 호소했다.

아내 A씨는 남편의 억울함을 풀기위해 백방으로 뛰었다. 환경청에 역학조사를 요청, 특별유족인정 신청, 근로복지공단에 산재를 신청하는 등 부리나케 움직였다. 하지만 ‘업무 연관성이 낮다는 이유’로 어느 하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렇게 남편의 죽음은 세상에서 점점 잊혀져 갔다. 

A씨는 “힘겹겠지만 남편의 마지막 유언인 ‘죽더라도 내 병이 왜 걸렸는지 무슨 병인지는 알고 싶다’는 것을 꼭 밝혀주고 싶다. 그리고 남편의 유해를 고향에 뿌려 맘 편히 눈을 감을 수 있게 하는 게 마지막 소원이다”고 말했다. 

A씨는 자신이 살았던 마을에 주민 7명이 암과 희귀질환으로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A씨가 그린 마을. / 사진=박상철 기자

대율2리 주민 7명, 각종 암과 희귀질환으로 사망

지난 2011년 4월 대율 2리로 이사를 한 A씨. 채 4년도 살지 않았지만 마을에서 돌아가신 어르신들 중 7명이 각종 암과 희귀질병으로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기억을 더듬으며 A4용지에 당시 살았던 마을을 그려나갔다. 그리고 당시 주민들의 사망 원인을 적었다. 간암, 백혈병, 후두암, 폐호흡기 질환 등 암환자가 4명 희귀질환자가 3명이나 됐다. 실제로 A씨가 그린 동네지도를 보면 A씨 집을 중심으로 한 집 건너 한 집 꼴로 암이나 희귀질환자가 집중돼 있다. 대율2리 전체 가구수는 51가구다.

마을 주민들은 마을 주변에 위치한 다수의 소각업체가 뿜어내는 매연이 그 원인이 아닐까 추측하고 있다. 마을 주민 E 씨는 “이 작은 마을에 암과 희귀질환으로 사망자가 7명이나 나왔다는 것은 누가 봐도 문제가 있는 것 같다. 시에서 나서 적극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A씨가 실제 살았던 마을의 모습. 이 마을 인근에는 3개의 소각장이 위치하고 있다. 대율 2리도 불과 직선거리 500m가 채 안되는 곳에 소각장이 위치하고 있다. / 사진=박상철 기자

A씨는 “이것만 보더라도 유독 우리 지역에 암환자나 희귀질환 환자가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들에게 저런 병이 걸린 원인을 밝혀야 한다. 보상을 바라는 게 아니다. 앞으로 여기서 사는 분들이 저런 병에 걸리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일 뿐이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을 대표하는 시의원이나 이장단들도 적극 나서 북이면 소각장 문제를 적극 해결해야 한다. 역학조사든 뭐든 정확한 원인 규명을 통해 더 이상 억울한 죽음을 맞이하는 시민들이 없어야 한다”고 토로했다.

한편, 현재 북이면에는 3개의 대형 소각장이 운영 중에 있다. 이들 3곳에서만 1일 544톤의 폐기물이 소각되고 있다.

최근 디에스컨설팅이 옛 대한환경을 인수해 소각장 재가동을 추진하고 있다. 만약 허가가 이뤄진다면 1일 무려 635톤의 폐기물이 소각하게 돼 주민들의 불안감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