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은 의료 낙후지역?... 대안은
충북은 의료 낙후지역?... 대안은
  • 이주현 기자
  • 승인 2018.10.23 00: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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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현의 의료계 소식통 - 네 번째 이야기

지난 10월 1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7년 국민보건의료실태조사결과는 지역의료격차가 심각하다는 것을 재확인시켰습니다. 수도권과 대도시에는 양질의 의료 인프라가 비교적 제대로 조성돼 있는 반면, 충북을 포함한 지방은 그렇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불행하게도 충북은 몇 가지 건강 지표에서 하위권에 속해 있었습니다. 적절한 의료서비스를 받았더라면 피할 수 있었던 사망률의 지역별 차이는 분명했습니다. 소위 '치료 가능한 사망률'(amenable mortality rate)은 충북이 서울보다 31% 높았습니다. 쉽게 말해 충북에서 치료받는 것보다 서울의 큰 병원으로 가면 살 확률이 높다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전국 치료가능사망률 현황.

구체적으로 보면 현재 의료기술을 감안할 때 적절한 의료서비스를 받으면 피할 수 있는 원인에 의한 사망이 인구 10만 명당 서울은 44.6명이지만 충북은 58.5명에 이릅니다. 이는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치입니다.

도내 시군별로 치료 가능한 사망률을 보면 청주 46.4, 충주 54.2, 괴산 57.3, 진천 61.2, 증평 62.1, 보은 66.8, 영동 68.7, 단양 71.1, 음성 86.3명입니다. 음성의 경우 경북 영양 107.8, 강원도 양구 92.0명에 이어 전국에서 세 번째로 높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수도권에 비해 비수도권에서, 대도시에 비해 중소도시 및 농어촌에서 적절한 의료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하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눈을 조금 돌려볼까요. 생명과 밀접한 필수중증의료 분야와 취약계층 관련 의료서비스도 불충분하고 지역 격차도 현저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급성심근경색, 뇌졸중, 중증외상 등 3대 중증응급환자 발병 후 응급의료센터 도착시간이 평균 240분에 달했고요. 수도권보다는 비수도권에서, 대도시보다는 중소도시·농어촌이 상대적으로 의료서비스가 약한 것이 통계로 확인된 셈이죠. 골든타임이 무색해지는 대목이기도 하고요.

산모가 분만의료기관에 도달하는 시간은 전남(42.4분)이 서울(3.1분)보다 13배쯤 높았습니다. 참고로 어린이 중증질환 전문병원과 재활치료 전문기관 등으로 지정된 어린이 공공전문진료센터는 7개 중 3개가 서울에 있는 등 수도권에 집중돼 있습니다. 장애인의 경우 의료접근성이 낮아 병·의원에 가고 싶을 때 가지 못한 미충족 의료이용률이 17.2%로 전체 인구 8.8%보다 2배쯤 높게 나왔고요. 

안치석 충북의사회장. / 사진=세종경제뉴스DB.
안치석 충북의사회장. / 사진=세종경제뉴스DB.

시선을 다시 충북으로 돌려보겠습니다. 그렇다면 이같이 진단된 이유가 뭘까요. 안치석 충북의사회장은 <세종경제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도내 병·의원의 의료인력과 인프라 부족 등을 꼽았습니다. 

안 회장은 “심근경색증이나 뇌출혈로 응급실까지 가는데 걸리는 시간, 외상센터로 이송되는 비율, 장애인과 어린이에 대한 치료, 산모가 분만장에 도착하는 시간 등 주요 건강 지표값이 서울에 비해 많이 떨어진다”며 “전국이 하루 생활권이고 의료전달체계는 환자 마음대로라 유명무실한 상태이다. 이러다 보니 충북 소재 병의원에서 입원 치료하지 않고 서울 빅5 병원을 포함한 상급종합병원으로 도내 환자가 대거 몰려가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런 탓에 서울로, 큰 병원으로 너도나도 올라가 충북 병·의원 살림은 더욱 팍팍해지고 있다고도 하소연했습니다.

몇 가지 대안도 제시했습니다. 그는 “충북은 3대 중증 환자 치료를 포함해 지역 응급외상센터, 산모와 신생아, 소아, 장애인 치료, 어린이 재활 부분이 많이 취약하다”며 “특히 충주 등 충북 북부지역 자체 응급의료 체계는 거의 실종된 상태다. 도민의 건강을 책임지고 있는 병·의원에 대해 충북도와 도내 정치인 등이 현장의 애로사항을 듣고 지원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현재 도내 필수의료의 상당수를 민간 병의원에서 담당하고 있다. 저리 융자나 지방세 혜택 등을 통해 서울의 의료 수준으로 인력과 시설을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는 방안도 찾아봐야 한다”며 “공적투자를 대폭 늘려 도내 대학병원과 의료원을 수익 의료 중심에서 충북 공공보건의료의 중심축이 되도록 토대를 닦아야 한다”고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충북에도 서울과 다름없는 우수한 의료진과 시설이 있다. 일부 질환을 제외하곤 치료성적이 서울과 비슷하다. 실력 있는 의사의 친절한 진료가 환자를 도내 병의원으로 이끈다”며 “의사의 안내 없이 진료 의뢰서를 들고 무작정 서울로 올라가는 것은 불필요한 의료 낭비가 될 수 있다. 담당 의사로부터 설명을 듣고 도내 병·의원과 타 지역 병·의원을 비교 선택하는 것이 현명한 의료소비의 지름길”이라고 조언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육미선 충북도의원도 지난 10월 10일 제368회 충청북도의회 임시회 1차 본회의에서 5분 자유발언을 통해 “충북은 도민 건강권을 제대로 보장하기 위한 필수적인 의료서비스의 공백과 지역 간 의료격차가 크다”며 “2017년 보건복지부가 실시한 국민보건의료 실태조사에 따르면 충북의 경우 ‘치료 가능한 사망률’(적절한 의료서비스가 제공되었다면 피할 수 있었던 사망률)이 인구 10만 명 당 58.5명으로 전국 17개 시‧도 중 최고치를 기록하며 ‘의료 낙후지역'이라는 불명예를 안았다”고 밝혔습니다.

도내 공공보건의료 서비스 체계 활성화를 위해서는 △지역 공공보건의료 중장기 마스터플랜 수립 △공공보건의료지원단 설치 △공공보건의료 특화사업 발굴 및 민관 네트워크 강화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고요.

기사 내용과 무관. / 사진=픽사베이
기사 내용과 무관. / 사진=픽사베이

이런 가운데 보건복지부도 공공보건의료 발전 종합대책을 내놓은 상황입니다. 전국을 70여 개 진료권으로 나눠 공공보건의료 체계를 강화하고 응급·외상·심뇌혈관질환·감염병 등 필수의료서비스를 누구나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죠.

민간 주도의 보건의료 공급으로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필수적인 의료서비스 공백과 지역 간 의료격차가 현저한 실정이라는 게 보건복지부의 판단입니다. 수익성이 낮아 공급이 불충분한 필수의료 서비스를 어느 지역에서나 이용할 수 있도록 공공보건의료에 대한 공적투자 확대가 필요한 시점이라고도 했습니다.

의료취약지역에는 반가운 소식이지만 분명 아쉬운 부분도 있습니다. 지난 2016년 공공보건의료기관 비중은 전체 의료기관 기준으로 5.4%, 병상수 기준으로 10.3%에 불과한데, 의료계 등 전문가들은 공공보건의료정책 수행을 위해서는 최소 25∼30% 수준의 공공보건의료기관 확충이 필수라고 보고 있습니다. 공공의료기관 확보에 대대적인 투자가 요구되는 대목입니다. 공공보건의료 인력 수급 대책이 미흡하다는 목소리도 있고요.

공공보건의료 정책의 중요성이야 몇 번을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정부가 좀 더 단단한 보완책을 찾아 대도시로 편중되는 의료 인프라 등을 지역에 골고루 뿌려줄 수 있는 그날이 오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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