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리면 답 없는 ‘과수 화상병’에 속수무책
걸리면 답 없는 ‘과수 화상병’에 속수무책
  • 이주현 기자
  • 승인 2019.06.18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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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방역법상 금지병인 과수 화상병은 배와 사과 등 장미과 식물에서 발생하는데, 감염되면 잎과 꽃, 줄기, 과일 등이 붉은 갈색이나 검은색으로 변하며 마르는 게 특징이다. 국내외를 통틀어 이렇다 할 치료제가 없는 상황에서 현재로서는 매몰 외에 치료방법이 없다. 정부는 국가 검역병으로 분류해 관리하고 있다. / 사진=뉴시스

검역·방제 당국이 충북 북부를 집어삼킨 과수 화상병 확산 방지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지만, 기세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과수 화상병 진원지라는 오명과 함께 지역 농민들의 경제적 피해가 심각할 것으로 보여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18일 충북농업기술원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까지 도내 과수 화상병 확진 과수원은 총 62곳이다. 시군별로는 △충주시 41곳 △제천시 19곳 △음성군 2곳 등이며, 총 피해 면적은 41.9ha로 파악됐다. 이 중 30.6ha(44곳)에 대해서는 매몰 작업이 끝났다. 간이진단에서 양성 판정이 나와 정밀진단이 진행 중인 과수원(27곳)도 있어 피해 규모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방역 당국은 현재 과수 화상병이 의심되면 즉시 살충제를 살포하고 있다. 사전에 의심 신고가 들어와도 확진 판정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확산 방지 차원에서 이 같은 조치를 한 것이다.

국내외를 통틀어 이렇다 할 치료제가 없는 상황에서 현재로서는 매몰 외에 치료방법이 없다.

발병이 확진된 과수원은 전체 폐원해야 한다. 이후에도 3년 간 과수와 과수 화상병을 일으킬 수 있는 매실, 모과, 살구, 자두 등 기주식물 28종과 과수를 재배할 수 없어 농민들의 경제적 피해가 불 보듯 뻔하다.

매몰지에도 미생물제를 활용한 소독으로 2차 전염을 최대한 막고, 벌·나비 등 매개곤충 방제를 위해 과수원 주변이나 마을 진출입로에 연막소독을 한다는 게 충북농업기술원의 설명이다.

감염 여부를 판단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가축 전염병의 경우 외부와 차단된 축사를 중심으로 예방·소독을 하지만, 과수 화상병은 개방된 과수원에서 발생하는 데다 전염 경로도 사람, 곤충, 감염 묘목, 기상 요인 등 다양해서 전염을 막는 게 어렵다.

게다가 외부 기온이 25~29도일 때 병원균 증식이 활발하기 때문에 현재 발생한 지역을 중심으로 과수 화상병이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고 충북농업기술원은 밝혔다.

충북농업기술원 관계자는 “과수 화상병 대책상황실을 충북도 운영으로 격상해 행정력을 집중키로 했다. 다른 지역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노력 중”이라며 “철저히 발병 원인을 규명하고 근원적인 방제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식물방역법상 금지병인 과수 화상병은 배와 사과 등 장미과 식물에서 발생하는데, 감염되면 잎과 꽃, 줄기, 과일 등이 붉은 갈색이나 검은색으로 변하며 마르는 게 특징이다. 정부는 국가 검역병으로 분류해 관리하고 있다.

과수 화상병은 지난 2015년 제천 백운면의 사과 과수원 1곳에서 처음 발생했다. 당시 인접 농가로 확산하지 않아 피해 규모는 적었다. 그러다 지난해 충주 동량, 양성면 3곳과 제천 두학동, 백운면 32곳에서 재발하면서 큰 피해가 났다. 피해액은 152억 원에 달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상황이 좋지 않다. 지난해 보다 많은 62곳의 과수원에서 과수 화상병이 발생했고, 현재 추가 발생 확률이 높아서다.

한창섭 충북도 행정부지사도 18일 확대간부회의에서 “방제약제 추가 살포와 미생물제 과원 소독, 연막 소독 등 추가로 마련한 긴급대책 추진과 함께, 농촌진흥청, 시·군과 협력체계를 통해 근원적 방제 체계를 마련하는 등 과수 화상병 확산 방지와 발생 차단에 최선을 다할 것”을 지시했다.

한편 충북농업기술원은 농촌진흥청, 농림축산검역본부와 함께 과수 화상병 감염 경로에 대한 역학조사를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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