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 쉐프의 묵은지 사랑~ 그 맛이 감동일세~
농민 쉐프의 묵은지 사랑~ 그 맛이 감동일세~
  • 권영진
  • 승인 2019.07.04 1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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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기억 중 가장 맛있는 기억 하나는 겨울이 오기 전에 담그던 김장김치이었다. 겨울이 오기전이라 이미 추위가 옷깃을 파고드는 때에 어머니는 광에 차곡차곡 쌓아놓았던 배추를 꺼내어 다듬고 반으로 잘라 커다란 함지박에 넣고 굵은 소금을 뿌렸다. 지금이야 김치냉장고가 숨을 쉬는 시대이니 언제 담가도 갓 담근 듯 싱싱한 김치를 먹을 수 있지만 옛날에는 땅을 파고 김장독을 묻어야 했기 때문에 겨울이 임박해서 김장을 담그곤 했다. 그래야 조금이라도 덜 쉬어빠진 김치를 오랫동안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소금에 잘 절여진 배추는 농사지은 각종 채소들로 버무려진 김치 소를 만나 먹음직스러운 자태를 뽐내며 최고로 맛있는 김치로 변했다. 우리 집 김치는 고향이 경상도이신 아버지의 입맛에 맞추어 갈치를 넣곤 했는데 식구들 입맛에는 맞지 않아 아버지만 따로 만들어 주시곤 했다. 지금은 김장을 하는 날엔 당연히 돼지고기를 삶아 보쌈을 해서 먹지만, 당시에는 고기가 귀한 음식이었기에 고기 없이 뜨끈하고 하얀 쌀밥에 갓 담근 김치만을 손으로 찢어서 올려도 그 어떤 반찬보다도 맛있었다. 김장은 춥고 긴 겨울을 나기 위해 많은 양의 김치를 담그는 것을 말한다.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김장 김치가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1800년대 말 작자미상의 <언문후생록> 문헌에 통배추 양념은 조기젓국, 조기, 낙지, 소라, 생굴, 전복, [生梨], 생강, 마늘, , 실고추, 청각을 잘게 썰어 배춧잎 속에 겹겹이 넣고 갓을 양념에 넣어 담으라.”고 설명되어 있다. 배추가 재배되기 시작하면서 소를 만들어 김치를 만드는 법 중 가장 앞선 방법이다. 이후 1918년에 방신영이 쓴 <조선요리제법>에는 현재의 김치를 담그는 방법이 자세히 소개되어 있다. 통배추 김치는 전국 어디서나 담가 먹는 김장이지만, 지역과 기후 등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발전하였다. 보통 평균 온도가 낮은 북쪽 지방은 싱겁고 맵지 않게 담그며 국물이 있는 편이라면, 따뜻한 남쪽은 짜고 매우며 국물 없이 담근 것이 특징이다. 지역별 젓국 사용을 보면 북쪽은 새우젓과 조기젓을, 남쪽은 멸치젓과 갈치젓을 사용하며 중부지방은 새우젓과 황석어젓, 조기젓 등을 넣는다.

 

오늘 소개할 맛있는 꺼리는 충북 진천군 덕산읍에 위치한 농민 쉐프의 묵은지화련이다. 예로부터 생거진천(生居鎭川)이라 불리는 지역에서 농사를 짓는 쥔장은 비옥한 땅에서 재배한 작물로 직접 김치를 담그고 음식을 만들어 판매하기 시작했다. 시골의 가장 대표적 음식이었던 김장을 오랫동안 보관하고 그 맛을 보장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하여 특허를 받은 쥔장은 묵은지갈비찜을 만들어 판매하는데 지역에선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다. 쥔장이 특허를 받아낸 묵은지는 그냥 평범한 묵은지가 아니고 10년을 직접 지은 토굴에서 묵힌 김치이다. 아무리 발달된 최첨단 기능의 김치냉장고라 하여도 10년을 두면 다 삭아서 먹지 못할 것인데 쥔장의 김치는 2~3년 된 평범한 묵은지처럼 식감이 좋다.

 

묵은지화련의 쥔장은 이천에서 시집을 온 여성인데 남편을 만나 평생 농사를 지으며 살았다고 한다. 그러던 중 어느 해에 고추와 배추농사가 잘되어 가격이 하락하자 버리기는 아깝고 해서 많은 양의 김치를 만들게 되었단다. 종가집 며느리였던 어머니로부터 음식 솜씨를 전수받은 덕분에 많은 양의 김치는 서울의 큰 식당에 판매하게 되었고, 김치 맛이 알려지자 2004웰빙촌 묵은지라는 식당을 개업하게 되었다. 2016년 식당명을 묵은지화련이라 바꾸고 조금 더 고급스러운 음식을 판매하고 있다.

 

화련의 대표적 메뉴는 농민반상(1, 15,000)으로 묵은지갈비전골, 산야초샐러드, 메밀전, 계절죽, 무농약쌈채소, 6첩반상, 발아현미밥, 후식이 제공된다. 묵은지반상은 117,000원인데 묵은지고등어찜이 추가된다. 화련반상은 125,000원인데 삼겹살수육이 추가된다. 셰프반상은 130,000원으로 모든 메뉴가 나오고 와인까지 곁들여 최고의 만찬을 즐길 수 있다. 최근에는 충북혁신도시에 입주한 기관의 손님들이 많이 오고 있어 점심시간에는 예약을 하라고 귀띔한다. 저녁은 예약손님에 한해서만 운영을 한다고 하니 꼭 예약을 하고 가야한다. 충북혁신도시의 성장에 힘입어 덕산면은 201971일자로 덕산읍으로 승격하였다. 충북 진천에 오시면 꼭 한번 묵은지화련에 들러 최고의 만찬을 하시길 추천한다. 묵은지화련: 충북 진천군 덕산읍 구산리 233-1, 전화예약: 043-536-5191

 

 

 

권영진은 해피진이라는 닉네임으로 활동 중인 파워블로거다. 충북도민홍보대사, SNS 서포터로 활동 중이며 직장인 극단 이바디의 운영자이기도 하다. 진짜 직업은 평범한 직장인. 볼거리, 즐길거리, 먹을거리를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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