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년만에 메이저대회 '결승' 야구명가의 '부활'
37년만에 메이저대회 '결승' 야구명가의 '부활'
  • 이민우
  • 승인 2020.09.15 14: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터뷰] 김용선 세광고 야구부 감독
사진 = 세광고 야구부
사진 = 세광고 야구부

1955년 창단한 세광고 야구부는 1982년 황금사자기 우승, 1983년 대통령배 준우승을 하며 전성기를 맞이했다. 이 기간 KBO 역사상 투타에서 정상급 대선수인 송진우, 장종훈 등을 배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서는 이렇다 할 성적을 거두지는 못해 아쉬움을 남겼던 세광고가 2020년 대한 야구소프트볼 협회장기 전국 고교 야구대회에서 준우승을 하는 등 최근 다시 힘찬 날갯짓을 하고 있다.

세광고가 고교 메이저리그 결승에 진출한 것은 1983년 대통령배 고교야구대회 이후 37년 만이다. 이 대회에서 세광고는 대구고(3:1), 경북고(7:0, 콜드게임), 배제고(8:3)등 강호를 제치고 결승에 올랐으나, 서울 덕수고와 분전 끝에 6:13으로 아쉽게 패배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37년 만의 결승 진출이지만, 세광고가 새로운 전성기를 맞이한 건 최근 일이다. 세광고 야구부는 2016년 제97회 전국체육대회에서 2위의 성적을 거둔 것을 시작으로, 이듬해 전국체육대회에서 3위, 충청권 고교 주말리그 4년 연속 우승(2017년~2020년), 올해 8월 청룡기대회에서 4강에 진출하는 등 꾸준히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다음은 김용선 세광고 야구부 감독과 인터뷰.

김용선 세광고등학교 야구부 감독 / 사진 = 박상철
김용선 세광고등학교 야구부 감독 / 사진 = 박상철

Q. 최근 37년 만의 고교 메이저리그 결승전 진출해 준우승을 하셨는데, 야구부를 이끄는 수장으로서 소감.

"메이저 대회...참 중요하죠. 하지만 결과보다도 이번 결승 경기를 통해서 느낀 희열, 경험들이 앞으로 우리나라 야구를 이끌어나갈 우리 선수들에게 좋은 자양분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Q. 최근 잇따라 좋은 성적을 거두며 주목을 받고 있는데, 세광고 야구부가 단기간에 강해지게 된 비결은.

"코치진과 선수들 간의 소통이 가장 큰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코치 스텝과 선수들은 많은 시간 함께 훈련합니다. 그 시간은 서로에게 친밀함과 끈끈한 유대를 만들었습니다. 선수들이 코치들 방에 스스럼없이 들어와 애로사항을 얘기하고 소통합니다. 그러다 보니 코치진들은 선수들의 니즈(필요)에 맞춘 코치를 할 수 있었죠"

"특히 올해는 투타가 모두 강한 팀을 만들었습니다. 이런 투수진을 갖춘 건 감독을 하며 처음입니다. 지난해 KIA에서 오랫동안 투수코치를 역임한 신동수 코치를 모셨어요. 아버지 같은 마음으로 선수들과 소통하며 단기간에 선수들의 역량을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습니다"

김 감독에 따르면 작년 갖추어진 영상장비들도 강한 팀을 만드는데 한몫했다. 슬로우모션 영상장비를 활용해 코치와 선수가 함께 타격 자세, 투구 습관 등을 분석해 선수별 맞춤형 코치를 가능케 했다.

교내 전용구장에서 연습 중인 세광고 선수들 / 사진 = 박상철

Q. 강한 팀을 만들 수 있도록 학교, 동문이 많은 지원을 했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것들이 있나.

"다른 고등학교에서는 지금 보시는 것과 같은 이런 야구 전용구장을 갖춰주는 곳을 찾아보기 힘듭니다. 선수들의 장비, 물품 등을 전폭적으로 학교에서 지원해줘요. 학교에서 야구부를 위한 아낌없는 지원이 있었기에, 선수들과 오로지 야구에만 몰두할 수 있었습니다"

"동문회에서도 얼마 전 2억 원 상당의 버스를 지원해 주는 등 세광고 야구부에 많은 사랑을 보여줬습니다. 무엇보다도 선수들을 ‘세광인’이라는 이름 하나로 뭉치게끔 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었습니다. 선수들에게 '너희는 세광인이다, 세광고의 꽃은 야구다' 같은 말씀을 많이 해주십니다. 이런 말들이 선수들에게 확실한 동기부여를 해줬고, 학교에 대한 자부심 만들어줬습니다"

Q. 비록 결승에서 졌지만, 세광고 선수들이 우승을 차지한 덕수고의 덕아웃 방향으로 축하의 박수를 보내는 등 훌륭한 스포츠맨십을 보여줘 화제가 되었죠. 세광고 선수들은 매너가 좋다고 정평이 나 있는데 특별한 이유는.

"스포츠인에게 ‘착하다’라는 의미는 자칫 ‘투지가 없다’, ‘근성이 없어 보인다’ 등 부정적 의미로 해석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리 세광고가 야구관계자들로부터 받는 칭찬은 결코 부정적 의미가 아닙니다. 우리 코치진은 스포츠맨십을 가장 강조합니다. 누구나 스포츠경기에서 질 수 있습니다. 결과를 떠나 함께 경기하며 땀 흘린 선수들에게 박수쳐주고, 승리를 축하해줄 수 있는 그런 스포츠정신을 우리는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Q. 앞으로 출전이 예정된 경기나 계획.

"9월 11일부터 주말 리그가 진행됩니다. 지금껏 정신없이 앞만 보고 달려왔습니다. 오는 주말 리그에서는 지금껏 출전기회가 적었던 선수들을 위주로 출전을 시키고자 합니다. 대학에 원서를 낼 수 있는 자격조건을 만들어 주는 것 또한 필요하니까요. 또 10월 17일 봉황대기 야구대회가 있습니다. 우승을 목표로 대회에 임할 것입니다"

사진 = 세광고 야구부

Q. 세광고 선수들에게 전하는 '한마디'

"저도 세광고를 졸업했습니다. 지금은 세광고 야구부의 감독이지만 여러분들이 졸업하는 순간부터 저랑은 선후배 관계가 됩니다. 여러분께 손가락질받는 선배가 되지 않겠습니다. 빡빡하고 힘든 훈련인 것 알고 있습니다. 일부로 더 엄하게 하기도 합니다. 느슨한 훈련방식은 자칫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였어도 강도 높은 훈련을 받는 게 싫을 것 같습니다. 여러분이 열심히 하는 것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뺀질거리면 안됩니다. 다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김 감독은 야구가 인생의 전부가 아니라고 말한다. 프로 야구 선수가 되더라도 언젠가는 유니폼을 벗어야 하는 순간이 찾아온다는 것. 은퇴한 후 선수들이 야구를 하며 배운 인내, 팀워크, 동료애 등을 통해 멋진 제2의 인생을 살았으면 좋겠다며 미소를 보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