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끈한 동학개미
발끈한 동학개미
  • 박상철
  • 승인 2020.10.19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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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주식을 0.000085%를 가졌다면 일반주주일까, 아니면 대주주일까? 정답은 일반주주다. 단, 올해까지다. 내년 4월부터는 대주주가 된다. 정부가 대주주 기준을 바꾸려고 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행 소득세법 시행령에는 주식 양도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여부를 판단하는 주식 보유액 기준을 내년부터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낮추는 내용이 담겨 있다.

올해 연말 기준으로 대주주로 분류된 사람들은 내년 4월 이후 해당 종목을 팔아 수익을 낼 경우 22~33%의 양도세(지방세 포함)를 내야 한다. 이때 대주주는 가족합산 원칙이 적용된다. 주식 보유자뿐 아니라 배우자와 직계존비속 보유액까지 합산되는 것이다.

이에 동학개미로 불리는 개인투자자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홍남기 부총리 해임을 요청한다'는 내용의 청원이 등장했을 정도다. 코로나19 여파로 폭락했던 국내 증시의 'V자 반등'을 이끈 것은 전적으로 동학개미의 힘이었다. 자금력과 지식으로 무장한 스마트 개미들이 투자에 적극 나서면서 코스피를 2400선으로 끌어올렸는데 정부는 세금을 물리겠다고 하니 발끈한 것이다.

홍 부총리는 지난 10월 국회 종합감사에서 "대주주 기준을 10억 원에서 3억 원으로 강화하는 방안은 2년 반 전에 개정한 거라 그대로 갈 수밖에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다만 그간 '현대판 연좌제'라는 비판을 받아 온 주식보유액 산정 시 '가족 합산'을 적용한 것에 대해선 개인별 산정을 바꾸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이대로라면 올 연말, 대주주 기준을 피하기 위한 개인투자자들의 물량이 대거 쏟아질 거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올 들어 57조원을 순매수했던 개인투자자들이 10월부터 1조원 순매도로 돌아서는 등 주식을 팔아치우고 있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주식 종목 3억~10억원을 보유한 주주의 시가총액은 41조5833억원이다. 새롭게 과세 대상으로 편입되는 주식 42조원이 매물 폭탄으로 풀릴 수 있다는 의미다.

주주 수로는 전체 개인 투자자의 1.5%에 불과하지만 보유한 주식 규모로는 전체 투자액의 10%에 달하는 규모다. 이들이 매도하는 주식이 시장 전체 흐름을 바꿀 수 있다는 주장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은 “코로나로 어려운 시기에 주식시장을 떠받쳐온 동력인 개인 투자자들을 응원하고, 주식시장을 활성화하는 데 목적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대통령의 발언과 정부 정책은 엇박자 내고 있다. 개인 투자자들을 어느 장단에 맞춰 춤을 춰야 할 지 혼란스러울 뿐이다.

올해 증시를 떠받들어 온 동학개미들의 투자 의욕을 꺾어서는 안 된다. 아무리 좋은 정책도 국민적 공감대를 얻지 못한다면 그 폐해는 고스란히 국민들 몫으로 돌아간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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