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사람의 자서전을 만드는 기업, ㈜기억록
보통사람의 자서전을 만드는 기업, ㈜기억록
  • 이민우 기자
  • 승인 2020.11.30 09: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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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아이의 엄마, 안보화 대표
평범한 사람의 특별한 자서전

충북에는 ‘보통의 역사를 기록하는 기업 ’기억록‘이 있다. 전문가들로 구성된 이 기업은 내 가족과 이웃 등 일반인 자서전을 만든다. 기록을 통해 나의 삶과 가족의 삶, 나이가 지역 사회 역사를 재조명하겠다는 목표를 가진 안보화 기억록 대표를 만났다.

안보화 기억록 대표 / 사진 = 기억록

기억 그 이상의 기록, 기억록
 “우리의 과거와 현재를 기억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일입니다.” 안 대표는 보통의 역사를 기록하는 일을 이렇게 정의했다. 기록이 넘쳐나는 시대, 보통 사람들의 역사는 잊혀지기 마련이다. 그는 “나의 부모님과 가족의 역사는 기록으로 남기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기억록은 한 사람의 역사를 지면에 담는다. 책의 주인공들은 기록된 내용을 바탕으로 앞으로 삶을 살아간다.

기억록이 제작한 자서전 / 사진 = 기억록

기억록은 ▲보통사람자서전 주문 제작 ▲스스로 기록하는 엔딩노트 ▲마을기록 프로젝트 ▲개인기록 아카이빙 ▲기업기록 아카이빙 등 모두 5개 사업을 진행한다. 먼저 보통사람 자서전 주문 제작은 부모님의 일상, 과거의 추억, 남기고 싶은 다양한 에피소드를 취재한다. 이후 보통사람의 삶을 한 권 책으로 담아낸다. 

기억록이 제작한 엔딩노트 / 사진 = 기억록

스스로 기록하는 엔딩노트는 누구나 쉽고 즐겁게 기록할 수 있는 기억록 노트를 말한다. 이 노트는 ‘나의 장례식에 꼭 틀어주었으면 하는 음악, 내 반려동물이 좋아하는 간식’ 등 누구에게나 오는 인생의 끝을 보다 유쾌하게 기록할 수 있게 만들어 준다. 마을기록, 개인기록, 기업기록 모두 마찬가지다. 기억록은 누군가의 기억이 역사에서 잊혀지지 않도록 기록하고 담아내는 일을 하는 기업이다.

세 아이의 엄마, 안보화 대표. 그는 누구인가?

안 대표는 충북대 국어교육과를 졸업하고 임용고시를 준비하던 예비교사였다. 그는 2009년 대학 졸업과 동시에 결혼했다. 아이를 키우며 임용고시를 준비했지만 3번 낙방했다. 이후 7년간 전업주부로 살았다. 그러던 중 2016년, 둘째 아이를 유모차에 태워 집 앞 커피숍에서 충북여성새로일하기지원본부(이하 새일본부)가 경력단절여성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응했다. 이후 ‘취업공감’ 프로그램에 참여해 성격유형검사(MBTI), 직업적성검사 등을 받았고, 경제활동에 대한 의지를 보였던 안 대표는 새일본부가 진행하는 인턴 사업으로 생애 첫 직장을 얻었다.

그의 첫 직장은 사회적기업이었다. 당시에도 아이를 키우는 엄마였지만, 근무시간이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로 아이들 어린이집 하원시간에 맞춰 퇴근할 수 있었기에 일할 수 있었다. 1년간 인턴생활을 마친 그는 경제활동을 계속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는 자기 전공을 살려 청주시노인복지관에서 운영하는 내수 ‘장날학교’에서 70~80대 어르신들에게 한글을 가르치는 문해교실 강사가 됐다. 일주일에 2번, 2시간 수업을 했고 셋째를 임신한 채 월급 20~30만원을 받고 일했다. 
이런 경험들은 창업아이템을 만드는 기반이 됐다. 이후 안 대표는 새일본부에서 진행하는 여성창업아카데미에 참여했다. 그는 어르신들의 기억을 기록하는 사회적기업으로 사업계획서를 작성, 충북여성창업아이디어 경진대회에서 대상을 받아 창업했다.

평범한 사람의 특별한 자서전
“어머님들을 모시고 인터뷰를 진행하면 다들 10분 안에 우세요. 누군가가 자기 이야기를 이렇게까지 들어준 적이 없었던 거죠.”

안 대표는 ‘평범한 사람의 특별한 자서전’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기존 출판사 자서전 같은 경우 만드는데 수천 만 원이 든다. 텍스트 중심으로 일반책의 형태로 엮어내다 보니 시간 또한 오래 걸린다. 기억록은 개인 자서전을 만드는 문턱을 낮췄다. 기억록은 70만원 정도 비용으로 10권의 자서전을 만들어낸다. 기존 텍스트 위주의 자서전과 달리 사진을 적절히 배치하여 제작기간이 짧다는 장점이 있다. 의뢰인들은 자신의 추억을 고스란히 담아낸 매거진 형태의 자서전을 받을 수 있다. 안 대표는 “지금도 사무실에 아침 해를 보며 퇴근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일이 너무도 즐겁다”고 말했다.

기억록은 현재 마을기록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안 대표는 방서동 대머리마을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재능기부를 하며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한 역사를 가진 개인은 물론, 모두의 추억이 담긴 마을까지 기록하겠다는 이 기업의 앞날을 응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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