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법 개정이 뜨거운 이슈로 떠올랐다. 예고된 개정안은 금고형 이상의 범죄를 저지른 의사의 면허를 죄의 경중에 따라 일정 기간 취소한다는 내용이다.
개정안이 예고되자 대한의사협회는 강하게 반발했다. 특히 반대하는 과정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협조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뜻까지 내비치며 국민적 비판을 받고 있다. 대한의협 또한 국민 정서를 모르지 않을 텐데, 초강수를 던지며 반대하는 이유는 무얼까.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은 지난달 19일 SNS에 “의사 죽이기 악법이 통과됐다”며 “그간 그 부당성에 대해 합리적 근거로 지속 설명했으나 2020년 8월 투쟁에 대한 보복입법으로 시작된 의사 죽이기 악법이 법안소위를 통과한 것.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사태다. 13만 의사면허반납 투쟁, 전국의사총파업, 코로나19 백신 접종 대정부 협력 전면 잠정 중단 등 투쟁 방식을 두고 신속하게 논의를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대한의협도 “의료법 개정에 반대하는 의도를 왜곡하지 말라”며 공식적인 입장을 밝혔다. 내용인즉 살인이나 성폭행 범죄 의사를 옹호하는 것이 아니라 ‘잘못을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벌어진 범죄’나 ‘작은 범죄(교통사고)’까지 확대하는 것이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이 얼마나 잘못된 인식인가. 적확히 말하면 그동안 의사는 특별대우를 받아왔던 것이고, 그 특별대우가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을 넘었다는 문제인식에서 법 개정을 통해 정상적으로 되돌리겠다는 시도인 것이다. 반면 대한의협의 인식은 그동안의 특별대우가 당연하고, 옳다는 것일 게다.
개정안을 다시 살펴보자. 개정안에 따르면 실형을 선고받으면 출소 뒤 5년간 의사면허가 취소되고, 집행유예 처벌을 받으면 유예기간이 종료된 뒤 2년간 의사면허를 취소한다. 영구적으로 의사 자격을 박탈하는 것도 아니고 죄질에 따라 일정 기간 진료행위를 금지한다는 내용이다.
더군다나 이는 의사와 더불어 대표적인 전문직으로 분류되는 변호사, 회계사, 법무사에게도 적용되고 있는 법이다. 지금까지는 의사의 업무적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논리를 앞세워 의사만 예외적인 법 적용을 받아온 것이다.
국민의 인식은 전혀 다르다. 대한의협의 반대 입장과 달리 개정법도 약하다는 여론도 적지 않다. 개정안에서 “의료행위 중 업무상 과실치사·상의 범죄”에 대해서는 처벌에서 제외했기 때문이다. 의료사고로 인한 분쟁에서 개인이 승소한 사례가 극히 드물다는 점에서 상당수 국민들은 의료법이 더 강화되길 바랐다.
지난해 공공의대 추진 반대 당시 대한의협 의료정책연구소는 SNS에 퀴즈형태의 글을 올렸다. 해당 글에서 연구소는 “당신의 생사를 판가름 지을 중요한 진단을 받아야 할 때 의사를 고를 수 있다면?”이라고 물으며 “A. 매년 전교 1등을 놓치지 않기 위해 학창 시절 공부에 매진한 의사”, “B. 성적은 한참 모자라지만 그래도 의사가 되고 싶어 추천제로 입학한 공공 의대 의사”를 예로 들었다. 무엇을 의도한 것일까. 지금의 논란을 바라보며 당시 의료정책연구소의 질문이 새삼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든다.
의사는 소중한 생명을 다루는 고귀한 직업이다. 충분히 자부심을 가질만 하다. 다만 의사 본연의 자세를 지키고, 도덕성을 겸비해야 존경의 대상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