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름’이 틀린 건 아니다
‘다름’이 틀린 건 아니다
  • 박상철
  • 승인 2021.03.11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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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성별 정체성을 떠나 이 나라를 지키는 훌륭한 군인 중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저에게 그 기회를 주십시오. 모든 성소수자 군인이 차별받지 않는 환경에서 각자 임무와 사명을 수행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트랜스젠더 군인 변희수(23) 전 육군 하사가 2020년 1월22일 기자회견에서 한 말이다. 그는 결국 군으로 돌아가지 못한 채 약 1년 뒤 세상을 떠났다. 성전환 수술 이후 강제 전역 처분을 받고, 전역 취소 소송 첫 변론을 앞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변 전 하사는 지난 2019년 11월 휴가를 내고 외국에서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 수술을 받고 복귀했다. 복귀 후 여군으로 계속 복무를 희망했지만, 성전환 수술을 받았다는 이유로 군 병원에서 ‘심신장애 3급’을 판정받았다. 이후 이듬해 1월 전역심사위원회에서 강제 전역이 결정됐다

같은 해 2월, 변 전 하사는 육군본부에 전역 결정을 재심해달라며 인사소청을 제기했으나 육군은 7월 변 전 하사의 전역취소 요청을 기각했다. 이에 그는 지난해 8월 계룡대 관할 법원인 대전지법에 육군참모총장을 상대로 전역 처분 취소 청구 소송을 냈고, 4월 15일 첫 변론을 앞두고 있었다.

국제연합(UN)과 국가인권위원회는 군 당국의 변 전 하사에 대한 강제 전역처분은 ‘인권침해’라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인권위는 지난해 12월 14일 전원위원회를 통해 육군에 “행복추구권과 직업 수행의 자유 등을 침해한 전역 처분을 취소하고 피해자의 권리를 원상회복할 것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이어 국방부에 “군 복무 중 성전환 수술을 한 장병을 배제하는 피해사례가 발행하지 않도록 관련 제도를 정비하라”고 강조했다.

산업재해나 젠더폭력 희생자, 이주노동자의 죽음을 대개 ‘사회적 타살’이라고 한다. 법·제도의 출구가 없고, 소외된 곳에서 몸부림치다 죽어야 잠시 관심을 갖는 약자들의 죽음을 일컫는다. 성소수자의 죽음도 마찬가지다. 많은 성소수자들이 사회의 차별대우와 혐오로 우울증 등 큰 어려움을 겪는다. 극단적 선택을 한 이들도 종종 있다.

피부색이나 문화 또는 성이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이나 혐오가 있어서는 안 된다. 인종과 남녀 차별의 논리가 허구였듯이 성적 소수자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성적 지향성이 다르다고 차별하고 낙인찍고 불이익을 주어서는 안 된다. 특히 극단적인 편 가르기는 증오와 혐오, 심지어 지독한 폭력으로 이어진다. 이런 일은 전체 공동체 모두를 파괴한다. 한국에서 성소수자의 비극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해외에서 그렇듯 차별금지법 제정과 동성애자 결혼 합법화 등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다르다'는 이유로 '틀렸다'고 말할 수 있다면, 틀리지 않은 사람은 그 어디에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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