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식의 여행스케치] 톳토리현 그곳에서 찾고 싶은 것
[강대식의 여행스케치] 톳토리현 그곳에서 찾고 싶은 것
  • 정준규 기자
  • 승인 2016.06.20 15: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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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식 사진작가,수필가

[글·사진 강대식] 살아가면서 문득 내가 살고 있는 곳이 아닌 다른 미지의 세계는 어떨까 하는 동경심을 갖게 된다. 한 번도 보지 못하고, 경험해 보지 못했던 것에 대한 호기심. 그런 호기심 때문에 여행을 결심하고 짐을 싸는 것이리라. 인생은 짧고, 할 일은 많다. 주머니가 빈약해도 여행은 가고 싶고, 죽기 전에 버킷리스트(Bucket List) 목록이라도 만들어 실천해 보고 싶다.

 뉴스나 사진으로만 보았던 아름답고 신기한 것들을 보고 싶다. 각지를 돌며 그들의 문화를 경험하고, 음식을 맛보고, 사람들의 따뜻한 가슴을 느껴보고 싶지만 현실은 냉혹하다. 마음만으로 실천할 수 없는 것들이고, 이상이다. 그러한 기대와 꿈을 모두 이루어 산다는 것은 극소수의 사람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특권이기에 부러워한다. 가까운 일본조차도 제대로 된 여행을 해보지 못하고 괜시리 ‘방사능 때문에’라는 가식 섞인 수식어로 아쉬움을 달랜다. 용기 있게 달려가지 못하면 늘 기대감만 갖다가 실망과 후회를 하기에 결단을 했다. 떠나기로.

요나고 공항 주변 풍경

  비행기가 톳토리현(烏取縣) 요나고(米子) 공항에 도착했다. 인천공항을 출발해 1시간 20분의 짧은 거리다. 하늘에서 본 요나고 공항 주변은 길게 섬처럼 늘어선 만(灣)이 보였고, 아담한 도시 풍경이 편안하게 다가왔다. 시골 고향 같다고나 할까. 빌딩 숲이나 아파트의 높은 건물이 보이지 않아 오히려 좋다. 요나고 공항은 국제공항 같지 않게 작고 아담했다. 2층 건물은 비행기가 서지 않았다면 공항 건물로 보기 어려울 것 같다. 분비지 않아 입국 절차는 짧고 신속했다. 다만 입국장에서 검지 두 손가락의 지분을 찍고 얼굴을 촬영해야 한다는 점이 불편하고 언짢게 느껴졌다.

돗토리 현을 휘감아 도는 해안선

  요나고 공항에서 톳토리시(烏取市)까지는 자동차로 2시간 정도 소요된다. 공항에서 10여분 정도를 달려 인근의 ‘봉(峰)’식당에 들어갔다. 2층 구조의 작은 식당이었지만 2층 내부는 바닥을 다다미로 깨끗하게 깔았고 식탁이 놓여있다. 점심을 시켰다. 찬합에 도시락 형태로 가져온 음식은 깔끔하고 맛깔스러워 보기도 좋고 맛도 좋았다. 음식점 2층 창에서 내다보니 바로 운하를 통하여 배가 다닌다. 바다와 이어진 곳이라 해상교통도 발달해 있다.

 

코난박물관

  유라역(코난駅이라고도 부름) 근처에는 코난 박물관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상영되었던 명탐정 코난의 만화작가 아오야마 고쇼(靑山 剛昌)가 이곳에서 태어났다고 하여 이곳에 아오야마 고향박물관을 지어 놓았다. 한국가람들이 많이 찾아오는지 한글로 된 안내 팜프렛도 비치해 놓고 있다. 만화 영화에서 보았던 노란 자동차를 박물관 입구에 세워 두었고, 만화에 나오는 인물들을 조각하여 세워 놓았다. 건물 모양도 특이하다.

  내부에는 지금까지 아오야마 작가가 그린 만화와 각종 모형, 만화와 모니터를 이용한 촬영장비, 작가의 집무실 등 볼거리와 케릭터 상품들로 가득 차 있다. 입장료도 1인당 6,700원(600엔) 정도이다. 우리나라에도 유명한 만화작가들이 많은데 그들을 활용한 관광 상품화를 계획하고 실천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든다. 작지만 크게 만들 수 있는 장점도 있기 때문이다. 추억이 있다면 한번쯤 들리고 싶고 추억속의 인물을 만나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찾게 된다. 이러한 것이 관광자원의 매력이기도 하다.

 유나고 공항에서 톳토리시(烏取市)까지 가는 도로는 왕복 1차선뿐이다. 차들은 다른 차를 추월하려고 하지도 않고 과속도 없다. 규정된 속도로 앞만 보고 달리면 된다. 사고가 없을 것 같은 곳이다. 가는 도로 옆에는 바다와 나무가 가득한 숲과 모가 심겨진 논들이 보인다. 공장도 훼손된 산도 없다. 깨끗하고 아름다운 시골 풍경만이 시야에 들어온다. 보이는 경치는 우리나라 70년대 시골 같다. 바닷가에도 요란스러운 건물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 바다와 모래사장과 방풍림으로 조성한 소나무 밭, 그리고 언제 지었는지 모를 손바닥만큼 작고 오래된 오두막처럼 생긴 막사가 간간이 보일뿐이다.

돗토리현 현립박물관

  톳토리시 현립박물관을 찾았다. 박물관에서는 일본미술원 전람회 ‘院展’이 열리고 있다.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작가들과 공모전에서 입상한 작품이 전시되는데 이번 전시가 100회째 전시회라고 한다. 100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이 박물관에서도 처음 전시되는 것이라고 하는데 보통 작품 크기가 100호 이상으로 작가들의 연령대도 90세가 넘으신 분들도 있다고 하니 참으로 놀랍다. 그럼에도 작품에 기교나 어눌함이 없다. 안정되고 세밀하며 무게감이 느껴진다. 니혼카이 신문사(日本海新聞)에서도 취재를 나와 인터뷰를 하고 있을 정도로 주문받는 전시이다 보니 관람객도 많다.

아이쇼 천황이 숙소로 사용하던 "진푸카쿠"

  박물관 앞에는 진푸카쿠(仁風閣)가 있다. 이 건물은 1907년경 메이지(明治) 시대 영주 이케다(池田)가문의 14대 당주인 이케다 나가히루(池田仲博) 후작이 지은 서양식 건물이다. 당시 톳토리시 1년 예산에 버금가는 금액을 들여 건축했으며, 후에 아이쇼(大正) 천황이 산인지방 행차시 숙소로 사용했기 때문에 유명해 졌다고 한다. 르네상스 양식의 백아목조기와와 바르크풍 장식으로 지어진 건물로 정면에는 소나무 3그루가 운치를 더한다.

인풍각 중앙에 자리한 소나무

  중앙부에 심겨진 소나무는 사람이 뛰어가려는 듯한 형태로 서 있다. 뒤편쪽에는 잔디밭과 주변에는 소나무 등 고목을 심어 아름다운 정원을 만들었다. 잔디밭에 앉아 차를 마시며 휴식을 취하면 피곤이 싹 달아날 듯싶다. 청주 청남대와 같이 최고 권력자의 휴식공간이 일반에게 조명받는 이유는 특별함 때문이리라. 청남대에 비하여 건물은 웅장하고 크지만 정원은 휠씬 작다. 그래도 작지만 곳곳에 좋은 나무들로 가꾸어 품위가 있고 아름답다. 시간이 늦어 내부를 관람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 내부에서 밖으로 내려다보이는 경치 또한 아름다울 것인데.....

 시내를 걸으며 본 시가지의 모습은 깨끗하고 정갈했다. 불법주차가 하나도 없을 정도로 질서의식이 분명했고, 아기자기한 주택의 모습과 어디를 가나 주차장이 있다는 점이 부러웠다. 자동차를 사려면 가장 먼저 주차장을 확보했다는 증명서가 필요하다고 한다. 곳곳에 유료 주차장도 많다. 불법주차가 없으니 도로가 막힐 일도 없다. 이러한 것이 일본의 힘이 아닐까. 부럽기도 하고 반성도 된다. 질서를 으뜸으로 삼아 살아가는 사람들의 정신은 분명 본받아야 할 표상이다.

 

     강 대 식 사진작가 · 수필가

    ▶충북사진대전 초대작가

    ▶충북 정론회 회장 

    ▶푸른솔문학 작가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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