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은 반복적이지도 지속적이지도 않다
행운은 반복적이지도 지속적이지도 않다
  • 오옥균 기자
  • 승인 2020.09.29 17: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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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광풍이다. 9월 17일 현재 개인투자자가 순매수한 주식총액은 55조원을 넘어섰고, 거래대금은 2900조원으로 2019년 한해 전체 거래대금을 2배가까이 뛰어 넘었다. 저금리와 부동산 규제 등 영향으로 주식시장에 여유자금이 몰렸다고 분석하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미래에 대한 불안함이 20·30대 젊은 투자자들을 주식시장으로 내몰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한 언론보도에 따르면 국내 6개 증권사를 통해 올들어 새롭게 개설된 계좌는 420만개다. 그리고 신규계좌의 57%가 20·30대다. 여기에는 증권사들이 이전보다 쉽게 주식 계좌를 계설할 수 있도록 비대면계좌개설 서비스를 도입한 것도 한몫 했다. 
최근 카카오게임즈 주식의 청약 경쟁률은 1500대 1을 기록했고, 지난 6월 SK바이오팜 청약에는 58조원이 청약증거금으로 들어왔다. 난생 처음 주식을 하는 사람이 늘고, 주가가 친구들과 주된 이야기거리가 됐다. 
주식시장이 과열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주식시장에 여윳돈이 아닌 빚낸 돈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1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신용융자(대출) 잔액이 17조원을 넘어섰다. 이는 지난해 말 기준 신융용자 잔액 8조 1246억원의 두배가 되는 액수다. 그 가운데 20대가 증권사로부터 빌린 돈만 7243억원에 이른다.
현재까지는 국내증시가 코로나19 이전보다도 상승한 활황이지만 언제나 활황일 수는 없다. 조정장과 폭락장이 온다면 빚을 내 투자한 개인들은 치명상을 입는다. 
은행권 이자보다 비싼 증권사 이자는 둘째 문제다. 주가가 떨어지면 증권사들이 자금회수에 나서기 때문에 다시 오를 때까지 기다릴 수 없는 구조다. 그렇다보니 벼랑 끝에 몰린 개인들은 흔히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우량주보다 주가변동성이 큰 주식을 선택하는 안순환에 빠지게 된다. 흔히 말하는 “high risk high return”의 방점은 리턴(수익)이 아니라 리스크(위험)에 있다. 여기에 빠지는 순간 주식은 투자가 아닌 투기가 된다. 
앞서 설명한대로 코로나19 발생으로 급락한 주가는 지난 3월 저점 이후 65%가 상승했다. 여러 지표에서 개인투자자들의 약진이 눈에 띈다. 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들의 수익률이 처음으로 기관투자 수익률을 제쳤고, 20·30대 수익률은 전년보다 2배 이상 늘었다. 올해 국내 주식시장은 ‘동학개미’란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로 개인투자자들이 장을 주도했다. 
문제는 앞으로다.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지난 수십년간 주식시장의 경험을 토대로 개인투자자들의 투자 손실을 우려한다. 전문가들은 지금의 수익률이 개인의 판단 능력이라고 보다는 상승장에 편승한 부분이 크다고 진단한다. 증권가에서 말하는 ‘초심자의 행운’도 일부 작용했다. 하지만 이러한 행운은 투자자를 나락으로 몰고 가는 가장 큰 원인이기도 하다. 노력이 아닌 행운은 지속적이지도 반복적이지도 않기 때문이다. 
주식투자로 수익을 내는 방법은 두가지다. 하나는 오늘까지 목표했던 일정 수익이 발생했다면 미련없이 주식을 팔고 투자를 중단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노력하는 것이다. 증권사에서 진행하는 교육이나 관련 도서를 통해 투기가 아닌 진정한 투자자로서 거듭나는 것이다. 미국 경제학자 벤저민 그레이엄은 “투자란 철저한 분석을 통해 원금의 안전과 충분한 수익을 약속받는 행위이며, 이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투기”라고 정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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