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공항은 잊힌 구(舊)공항인가?
청주공항은 잊힌 구(舊)공항인가?
  • 오옥균 기자
  • 승인 2020.11.30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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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에서 신공항이 최대 이슈로 떠올랐다.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터져 나온 가덕도 신공항 추진은 정치적 판단이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노무현정부 때부터 추진했던 김해신공항이 백지화되는 분위기로 흐르자 대구·경북은 크게 반발하고 있고,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위해 행정절차(예비타당성조사 등)를 단축하는 내용을 담은 특별법 발의기 예고되자 부산민심은 들썩이고 있다. 
정치권은 앞 다퉈 신공항 특별법을 발의하고 있다. 대구를 지역구로 둔 홍준표 의원은 ‘대구·경북 신공항 특별법’을, 광주가 지역구인 더불어민주당 이용빈 의원은 ‘군공항 이전·지원특별법’의 개정안을 발의했고, 광주시장 출마를 노리는 강기정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전남 무안에 서남권 신공항을 짓자고 제안하며 공항 이슈가 정치권을 덮치고 있다.
그런데 근본적인 물음이 생긴다. 이 작은 나라에 그렇게 많은 공항이 필요 한가? 지역마다 관문공항을 자처하며 신공항 만들기에 혈안이 돼있지만 그것이 진정 국가발전을 위한 제안인가? 이미 운영 중인 공항은 어떤 모습인가? 
우리나라에는 이미 15개의 공항이 운영 중이고 새만금 신공항과 신안군 흑산공항도 건설 중이다. 여기에 추가 제안하는 지역까지 공항이 들어선다면 광역지자체 수보다도 공항 수가 많게 된다. 이것도 국토균형발전인가?
공항은 수요에 의해 지어져야 한다. 개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똘똘한 공항이 필요한 시점이다. 현재 운영 중인 15개 공항 중 인천공항과 김포공항, 제주공항을 제외한 대부분의 공항은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유령공항’이니 ‘고추건조장’이니 비아냥을 듣는 공항도 허다하다. 지난해 양양공항은 이용객이 5만명에 그쳤고, 무안공항 활주로에 마을 주민이 고추를 말리는 사진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청주국제공항을 돌아보자. 신공항 계획 당시 청주국제공항에 거는 기대는 상당히 컸다. 국토의 중심에 위치한 지리적 조건과 국토를 종횡단하는 철도선과 도로선을 모두 접하고 있는 교통의 요충지다. 중부권 관문공항을 넘어서 김포공항의 기능을 담당할 대규모 공항으로 계획됐지만 1997년 개항한 청주국제공항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 수준이었다. 이유는 영종도 신공항이 생기면서 규모와 기능이 축소됐기 때문이다. 
수요가 없어서가 아니다. 수요자의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해서다. 청주국제공항은 우리나라 15개의 공항 중 앞서 나열한 공항을 제외하고는 가장 발전 가능성이 높은 공항이다. 국제공항답게 전세계 항공기가 이착륙할 수 있는 활주로와 항공기가 계류할 수 있는 주기장, 승객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터미널과 인근 인프라를 갖춘다면 수조원을 들여 신공항을 짓는 것보다 효과적인 공항정책이 될 것이다.
각 지역구 국회의원들이 이때다 싶어 신공항을 외칠 때, 이 지역 국회의원들의 목소리는 왜 한마디도 들리지 않는가? 우리나라 면적의 28배에 달하는 아르헨티나에 국제공항은 달랑 8개 뿐이다. 중국과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대부분 국가의 국제공항 수가 10개 안팎이다. 
그렇고 그런 공항 하나 더 짓는 것보다 경쟁력 갖춘 공항을 만들자는 것이 훨씬 더 설득력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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