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웃지 못한 최저임금
누구도 웃지 못한 최저임금
  • 박상철
  • 승인 2021.07.16 1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올해도 어김없이 되풀이 됐다. 지난 6월부터 이어진 경영계와 노동계의 최저임금을 둘러싼 줄다리는 누구도 웃지 못한 채 끝났다. 지난 7월 13일, 최저임금을 심의·의결하는 사회적 대화 기구인 최저임금위원회는 내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5.1% 인상해 시간당 9160원으로 의결했다. 월급으로 환산하면 191만4440원으로 올해보다 월 9만1960원이 인상됐다.

양측 모두 명분은 있다. 문재인 대통령 대선 공약대로 최저임금을 1만원 이상으로 올려야 한다는 주장과 코로나19로 인한 비상시국인 만큼 동결해야 한다는 입장은 팽팽했다. 양측의 첨예한 시각 차이로 최종 심의는 결국 공익위원 손에 맡겨진 것도 예년과 달라진 게 없다.

최저임금을 둘러싼 경영계와 노동계의 충돌은 매년 반복돼 온 일이다. 회의장을 박차고 나가 무기한 보이콧을 선언하고 이어진 논의에 참석하지 않다가 공익위원들의 중재와 표결로 인상률이 결정되면 이를 맹비난하는 상황이 되풀이 돼 왔다. 올해 유례없는 경제위기라는 상황을 놓고도 노사 간 아전인수식 해석과 대립이 이어졌다.

노사의 의견 대립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사상 최악의 경제위기 속에서 사업주들은 생존의 위기에 내몰렸고 근로자 역시 고용한파 직격탄을 맞아 제대로 된 임금을 받지 못해 극심한 생활고를 호소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각자의 입장을 대변해야 하는 노동계와 경영계가 현장의 목소리를 보다 간곡하게 전달하다 보니 극렬 대립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최저임금위원회는 경제성장률(4.0%), 소비자물가상승률(1.8%), 취업자증가율(0.7%)을 고려해 최저임금을 결정한다. 하지만 기초자료 해석에서부터 의견이 갈린다. 양측의 제시안은 서로가 공감할 명확한 산출 근거가 마땅히 없다. 저마다 근거와 지표를 제시하지만 시각이 다르다 보니 협의가 쉽사리 이뤄지지 않는다. 매년 줄다리기가 되풀이 되는 이유다.

여기에 우리나라 최저임금 인상은 매년 최임위 심의가 시작되면 노(9)·사(9)가 요구안을 제시하고, 막판에 노동계와 재계 중 한쪽이 퇴장하고 결국 공익위원들(9)이 중재안을 제시한 뒤 투표해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악순환을 반복해 왔다. 그렇다 보니 대통령이 위촉하는 공익위원들에 의해 사실상 최저임금이 결정됐다. 정부의 입김이 작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앞으론 체계적인 지표 선정 근거가 필요하다. 과거와 같은 기준으로 서로가 마냥 줄다리기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산업 구조와 고용 방식 전번에 대한 면밀한 실태조사를 기반으로 새로운 경기장에서 새로운 규칙을 고민하는 것이 시급하다.

각 위원들도 현재 한국의 경제가 처한 상황을 최대한 객관적으로 면밀히 진단하고 분석해 최선의 합의점을 찾아야 할 책임이 있다. 상대방의 주장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비난으로 일관하거나 회의장을 박차고 나가는 행위는 지양해야 한다. 매년 누구도 웃지 못하는 줄다리기를 하지 않기 위해서는 말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