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뿔난 개미' 기업분할이 뭐길래?
'뿔난 개미' 기업분할이 뭐길래?
  • 박상철
  • 승인 2021.08.13 16: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SK이노베이션이 최근 배터리와 석유개발(E&P) 사업의 물적 분할을 결정했다. 지난해 LG화학이 배터리 사업부를 물적 분할한 것과 유사한 행보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주주들은 반발하고 나섰다.

주주들은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사업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투자했는데, 이 사업을 물적 분할해 주주를 기만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배터리 사업을 보고 투자한 주주 입장에서는 해당 사업 분야가 분할돼 주주가치가 희석되는 것을 반길 수 없는 것이다. 시장에서도 이러한 불만이 반영돼, 물적 분할을 공식화한 뒤 주가는 급락했다.

이러한 행보는 과거 LG화학이 LG에너지솔루션을 분사할 당시와 비슷하다. LG화학이 배터리 사업부분 물적 분할을 공시한 이후 역시 주가는 급락했다. 이때 당시도 주주들은 물적 분할이라는 것에 대해 불확실성과 우려를 제기했고, 이는 투자 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줬던 것으로 풀이된다.

논란에 중심이 된 물적 분할은 무엇일까? 먼저 기업 경영에서 분할이라고 하면 말 그대로 기업을 나누는 걸 말한다. 예를 들어 소고기와 돼지고기 2가지 메뉴를 파는 식당이 있다고 하자. 이 집이 너무 맛집이라 손님들로 항상 북적이는데, 문제는 소고기 찾는 손님은 소고기만 찾고, 돼지고기를 찾는 손님은 돼지고기만 찾는다면.

고깃집 사장님은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두 메뉴를 다 팔지 말고 소고기 전문점, 돼지고기 전문점을 따로 내자. 그래서 원래 하나였던 식당을 둘로 쪼개는데, 이걸 분할이라고 한다. 기업 분할은 인적 및 물적 분할이 있다.

인적 분할은 기존회사 주주들이 지분율대로 신설 법인 주식을 나눠 갖는 방식이다. 쉽게 말해 사과를 좌·우로 자르는 것과 같다. ​인적분할은 분할된 기업이 수평-독립적인 관계를 가지고 보유 지분에는 변동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반면 물적 분할은 새로 설립된 회사의 주식을 모 기업이 100% 소유하는 걸 말한다. 사과를 상·하로 나누는 방식이다. 그렇게 인적분할과 마찬가지로 한기업의 사업이 분리되는 것은 동일하지만 물적 분할은 수직적이고 ‘모회사-자회사’의 종속적이라는 큰 차이점이 있다.
 
기업의 물적 분할이 좋다, 나쁘다 이분법 논리로 간단히 얘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그 회사가 놓인 사정이나 경영 전략에 따라 선택하는 것이 때문이다. 이 글에서 다 설명은 못했지만 이 사태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선 동일 기업집단 내 주주들 간 이해상충 문제나 기업의 문어발식 확장, 오너 일가가 소수 지분으로 대기업 집단을 지배하는 한국 특유의 지배구조 문제 등 짚고 넘어가야 할 것들이 많다.

지난 8월 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SK이노베이션이) 그동안 배터리 분쟁으로 소액주주들의 마음을 졸여왔는데 이젠 성장성이 높은 배터리 부분만 따로 떼어내 기존 주주들의 뒷통수 치는 행동을 보이고 있습니다. 주주자본주의를 해치는 대기업 횡포에 대한 정부의 고민을 촉구합니다"는 글이 올라왔다. 기업을 믿고 투자한 한 개인투자자의 호소는 눈물겹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증시는 폭락했다. 하지만 곧 V자 반등을 이끌었는데 그 중심엔 개인투자자들이 있다. 기업의 성장도 중요하다. 단, 개인 뿐 아니라 모든 주주의 이익을 침해하지 않으면서도 기업도 같이 발전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계속 고민해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