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농부 뭐하농… "농부·농업 가치 높인다"
청년농부 뭐하농… "농부·농업 가치 높인다"
  • 이규영
  • 승인 2021.10.15 10: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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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형 로컬크리에이터] 충북형 로컬크리에이터를 찾아서 ② 뭐하농
‘땅 위의 모든 삶에 대한 이야기’ 담는 매거진 창간도

 

괴산 뭐하농 '두 달 살기' 프로젝트에 참여한 청년들. / 뭐하농
괴산 뭐하농 '두 달 살기' 프로젝트에 참여한 청년들. / 뭐하농

 

작곡가 차이콥스키가 남긴 가장 밝고 쾌적한 곡 ‘현을 위한 세레나데’. 그는 후원자인 폰 메크 부인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 세레나데는 내면적 충동에 따라 작곡했고, 자유로운 사고에서 비롯됐으며, 진정한 예술적 가치를 지닌 작품”이라고 묘사했다.
내면의 열정, 틀에 박힌 사회생활에서 벗어나 자유에서 진정한 자신의 가치를 찾는 사람들은 이곳에도 있다. 충북형 로컬크리에이터는 그들의 진짜 가치를 찾아 도심을 벗어난 낙후상권에 발을 내딛고 미래를 설계한다. 세종경제뉴스는 연재물을 통해 이들이 개척한 삶의 발자국을 따라간다.

“선생님, 저 농사 좀 지어보려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합니까?”

이지현 뭐하농 대표
이지현 뭐하농 대표

“도시로 돌아가. 좋은 회사 관두고 왜 내려와?”

“저희 못가요. 집 팔고 내려왔어요.”

“망했네, 망했어.”

“그러니까 안 망하게 저희 좀 도와주세요.”

 

[세종경제뉴스] 2017년 5월 15일. 이지현 뭐하농 대표가 ‘행복하게 살자’는 막연한 다짐 하나만으로 충북 괴산의 조용한 시골로 스며든 날이다. 국책연구원으로 살아왔던 서울에서의 삶은 뒤로 한 채다.

그가 선택한 첫 작물은 표고버섯이었다. 귀농 전 여주 산림버섯연구센터에서 교육을 들었지만 무슨 이야기인지 전혀 이해하지 못했던 이 대표. 귀농 후 그는 표고버섯 배지 개봉 날까지 남은 4개월 여간 괴산 감물면에 있는 모든 버섯 농장을 돌아다녔다.

“사장님들을 귀찮게 했어요. 바빠 죽겠는데, 주스 한 두병 사들고 쫄래쫄래 찾아가 ‘선생님, 저 이제 농사 좀 지어보려는데 어떻게 해야 됩니까?’ 묻는거죠.”

이 대표의 부탁에 ‘망했다’며 짓궂게 대답하던 그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작물 재배에 대한 노하우를 전수했다. 마침 자녀들의 나이가 이 대표와 또래였던 것이 행운이었다.

그렇게 5000봉으로 시작했던 버섯농장은 규모를 늘려 3만 봉까지 늘어났다.

농사만 짓고 살겠다던 그의 목표는 어느새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괴산으로 귀농했던 또 다른 청년들을 만나면서부터다.

그들이 입 모아 말한 것은 ‘농촌의 미래’였다.

‘농촌에 새로운 문화를 만들자, 농업과 농부의 가치를 높이자’는 공통된 의견이 이들을 묶는 매개가 됐다. ‘농업회사법인 ㈜뭐하농’은 그렇게 탄생했다.

카페를 낼 때도 ‘농부 컨셉’을 보여주기 위해 괴산군 내에서 재배된 채소를 활용한 음료를 직접 개발했다.

기회는 생각보다 빨랐다. 행정안전부의 ‘2021년 청년마을 만들기 지원사업’에서 뭐하농이 선정된 것이다. 전국 유일의 귀농귀촌 테마였다. ‘농촌에서 이렇게도 살 수 있다’는 선택지를 청년들에게 제시하는 ‘괴산군 두 달 살기’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뭐하농은 ‘두 달 살기’ 참여자에게 농사짓는 방법과 함께 ‘어떻게 시작해야하는 지’를 공유했다.

“뭐하농은 농사 시작의 기술을 교육했어요. 이런 상황에서 어디에서 물품을 구할 수 있는지, 누구에게 도움을 요청해야하는 지 알려주는 역할을 했어요. 고추 열매가 잘 맺히게 하는 방법이 아니라 이 농기계를 어디서 신청할 수 있는지, 어떻게 다루고 어떨 때 필요한 건지… 저희가 처음 농사를 지을 때 들었으면 좋았을 법한 이야기죠.”

이 대표는 앞으로 땅 위의 모든 삶에 대한 이야기를 담는 매거진도 창간할 계획이다. 농촌에서 살아가는 이들이 실패를 이유로 시골로 내려온다는 편견을 없앨 것이다.

“저는 농촌에서 살아가는 삶이 행복해요. 제 일의 가치가 낮지 않다는 것, 부지런한 삶을 살아온 농부들이 ‘왜 힘든 일을 찾아서 하냐’, ‘이뤄둔 경력이 아쉽다’는 소리를 듣지 않도록 표출하고 싶습니다.” / 이규영 기자

 

Commentary
뭐하농은 충북 로컬크리에이터로 지역의 청년농부 커뮤니티를 통해 귀농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다. 우리는 흙 묻은 옷과 땀에 전, 힘들고 고된 농부의 삶이 아니라 좋아하는 땅에 진심이다. 땅을 통해 이렇게 ‘힙’하게 농사를 지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것이다. 시골에 로컬에 없으면 만들면 되고 도시보다 힙할 수 있는 것이 있으면 청년들은 로컬로 시골로 찾아올 것이라 생각한다. - 심병철 충북창조경제혁신센터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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