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희돈 교수의 치유 인문학] 이야기가 돈이 되는 세상
[권희돈 교수의 치유 인문학] 이야기가 돈이 되는 세상
  • 세종경제뉴스
  • 승인 2021.10.25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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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희돈 교수

 

스토리텔링이 무엇인지 다 아시죠? 상품에 이야기를 입혀서 상품을 파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를 입혀서 파는 것. 이야기는 모든 문화조직 가운데 가장 근본적인 형상이죠. 21세기는 이야기라는 문화를 파는 시대죠. 공기처럼 세상에 가득 찬 이야기가 재화가 되는 군요.  

물건을 파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자연스럽게 누구든 상품성으로 판단하는 그런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누가 그대의 자신을 보여주세요, 라고 하면 자신의 이야기를 하면 됩니다. 자신의 이야기는 자신의 상품가치(브랜드가치)임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영화 오징어게임이 세상을 들었다 놨다 하고 있습니다. 456억 원의 상금이 걸린 장난 같은 게임에 목숨 걸고 최후 승자에 도전하는 이야기입니다. 게임에 참석한 자들은 모두 현실에서 실패한 루저들입니다. 그래서 그들은 미래가 불투명한 절박한 사람들입니다. 

지금은 돈 없이는 살 수 없다는 세상입니다. 돈이 없으면 미래가 보장되질 않아요. 그러니까 목숨 걸고 서바이벌 게임에 참가한 겁니다. 세상의 모든 루저들의 좌절감을 담은 이야기이기에 지구촌 곳곳에서 큰 관심을 끌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원론적으로 생각하면, 가난의 책임은 자기 자신입니다. 자기 자신의 상품성(브랜드가치)가 없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보여줄 것이 분명해야 타인으로부터 가치를 인정받습니다. 자신의 삶에 변화가 오고 행복한 노후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일단은 자신의 이야기부터 시작하십시오. 이야기는 드라마틱해야 재미있죠. 재미없는 이야기를 누가 듣습니까? 그래서 상상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거죠. 그러니까 이야기란 마중물 같은 한 바가지의 이야기에 무한량의 물을 퍼 올릴 수 있는 상상력이 보태져서 만들어지는 것이죠.

경험주의 철학자 프란시스 베이컨은 상상력을 이렇게 정의하고 있어요. 

 

상상은 사실에 얽매이지 않고, 사실들을 마음대로 변형하여 사실보다 아름답게, 다양하게 만들어 즐기는 것이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달고나, 줄다리기 등등 오징어게임에 등장하는 모든 게임들은 모두  사실보다 긴장감 있게 창조해서 즐기고 있죠. 이 영화를 통해 우리가 어렸을 적에 했던 놀이들에 이제는 전 세계 사람들이 빠져 있어요. 무궁화꽃이 피어 있는 동안에만 살아남는 무시무시한 이야기인데도 말입니다. 

영화 오징어게임이 만들어지기까지의 맨 처음 콘텐츠는 무엇일까요? 벌써 눈치 채신 분들이 계군요. 그래요 이야기예요. 이야기의 줄거리를 써놓은 것을 시놉시스라고 하죠. 드라마나 시나리오나 소설이나 음악회나 모든 콘텐츠는 시놉시스로부터 출발합니다.

수만 권의 책을 보유하고 있는 서점에 가 봐도 시집, 수필집 등은 있어도 시놉시스를 모아놓은 책은 없습니다. 모든 콘텐츠가 시놉시스로부터 시작되는데도 말입니다. 
인디언들은 사람이 죽으면 도서관 하나가 사라졌다고 말한다죠? 한 사람이 갖고 있는 이야기가 그렇게 많은데, 하물며 세상에는 얼마나 많은 이야기들이 있을까요. 그 이야기들을 책으로 묶어내면 최초로 시놉시스 작가가 될 겁니다. 

줄거리를 쓰는 데는 소설이나 시나리오나 드라마를 쓸 때처럼 숱한 기법이 필요 없습니다. 누구든지 남의 이야기를 말로 전달할 때처럼 시간적 순서대로 사건을 전개해 가면 시놉시스가 되죠. 한 번 도전해 보세요. 

 

세계 최초의 시놉시스 작풒집이라는 점만으로도 불특정다수 독자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할 겁니다. 

작은 새의 지저귐을 뜻하는 트윗(tweet)으로 창업자는 엄청난 돈을 벌고 있잖아요? 재화가 되는 것은 비단 이야기뿐이 아닙니다. 딱지치기, 구슬치기 같이 사소한 놀이문화조차도 이것들에 이야기를 입힐 때 돈이 됩니다.

그렇게 보면 ‘아줌마들의 수다’도 이야기를 입히면 돈벌이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수다방 카페를 개업해 보세요. 수다를 떨지 않는 사람은 내쫓는다는 광고와 함께. 디지털 기술이 능한 분들은 5분짜리 혹은 10분짜리 ‘수다텍스트’를 만들어서 유튜브에 올려보세요. 

오징어게임이 성공한 이유는 무엇이냐고 누가 물었습니다. 황동혁 감독이 심플하게 답합니다. ‘단순함’이죠. 그렇습니다. 어떤 돈벌이든 단순해야 합니다. 그리고 가볍고 부드럽고 따뜻하고 재미있어야 합니다.(時雨) 

권희돈교수의 치유의 인문학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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