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희돈 교수의 치유 인문학] 불행한 비교, 행복한 비교
[권희돈 교수의 치유 인문학] 불행한 비교, 행복한 비교
  • 권희돈 교수
  • 승인 2021.11.29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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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희돈 교수

비교는 불행의 지름길이라고 말한다. 자기보다 높은 쪽에 빗대어 비교할 때 불행해진다. 상대적으로 박탈감이나 열등감이 심하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거기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인간의 어두운 본성인 질투심이 생겨서 우울해지기 시작한다. 질투심이 생기면 자신의 실패도 고통이요, 타인의 성공도 고통이다. 

비교가 반드시 불행만을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낮은 곳에서 사는 사람과 비교하거나, 어제의 나와 비교하면 전혀 다른 상황이 전개된다. 이때 나보다 나은 사람이 보이는 것이 아니라, 내가 몰랐던 세상이 보이고 내가 몰랐다던 ‘나’가 보인다. 열등감을 갖게 되거나 자존감이 낮아지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세상과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는 성찰적인 마음의 눈을 뜨게 된다.  
   
  함민복의 시(詩) 「긍정적인 밥」을 감상해 보자.

 “시(詩) 한 편에 삼만 원이면
너무 박하다 싶다가도
쌀이 두 말인데 생각하면
금방 마음이 따뜻한 밥이 되네. 

  “시집 한 권에 삼천 원이면
든 공에 비해 헐하다 싶다가도
국밥이 한 그릇인데
내 시집이 국밥 한 그릇만큼
사람들 가슴을 따뜻하게 덮여줄 수 있을까
생각하면 아직 멀기만 하네.

  시집이 한 권 팔리면
내게 삼백 원이 돌아온다
박리다 싶다가도
굵은 소금이 한 됫박인데 생각하면
푸른 바다처럼 상할 마음 하나 없네.”  

가난한 이웃에게 시선을 돌림으로써 스스로 위안을 얻고, 땀 냄새 흠뻑 배인 노동의 가치가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를 넌지시 알려준다. 그리고 노동으로 빚어낸 쌀, 소금, 국밥 한 그릇이 얼마나 숭고한 것인지를 깨우쳐 준다. 
     
만약 시인이 적은 원고료와 인세만을 탓하였다면, 세상에 대한 원망과 분노를 토해내는 시가 되었을 것이다. 세상에 대한 원망과 분노는 시장경제의 모순을 공격하고, 계급모순에 대한 원망과 분노로 한없이 확장되어 갔을 것이다. 그렇게 나아갔다면, 그의 시는 독서대중에게 감동을 주는 시가 아니라, 이데올로기를 선전하는 도구로 전락하고 말았을 것이다. 

비교의 대상을 위에 둘 때는 부정적인 마음을 갖게 되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불행을 초래한다.  그러나 비교의 대상을 아래에 둘 때는 긍정적인 마음을 갖게 되기 때문에 행복이 찾아온다. 그러므로 비교의 대상을 낮은 데서 찾는 행위는 매우 성숙한 비교의 태도라고 할 수 있다. 

타인과 비교하지 않고 어제의 나와 비교하는 행위도 성숙한 태도에서 나온다. 비교의 대상을 나에게로 집중할 때 나 자신을 성찰적으로 바라보게 된다. 나 자신을 성찰적으로 바라보는 행위는 나 자신의 성장의 발판을 마련하는 출발점이다. 그 출발점에서 나는 변질되는 인간이 아니라 변화하는 인간으로 성장해 갈 수 있다. 

존 맥스웰의  「태도, 인생의 가치를 바꾸다」에 실린 글 한 토막을 주의 깊게 읽어보자.

 “변화는 모든 사람에게 힘든 것이다. 
소설가 마크 트웨인은 변화를 좋아하는 
유일한 인간은 간난 아기 뿐이라고 했다. 
사실 변화를 거부하는 것은 
좋은 태도를 형성하는 데 있어 가장 
큰 장애 중 하나다. 
발전하려면 변화해야 하며 
성장 역시 변화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어제를 돌아보라. 아니 어제까지의 삶을 돌아보라. 냉정하게. 그러면 자신은 변화하지 않고 오히려 변질되는 삶을 살아왔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마음은 점점 좁아지고, 쉽게 화내고, 타인의 행복에 질투하고, 사람마다 이래서 싫고 저래서 싫어져 고독에 빠지고, 살아온 날의 수만큼 이기심만 쌓였지 아니한가? 이런 나와 비교해 볼 때 자신이 엄청난 변화가 요구되는 인간임을 깨닫게 될 것이다.

내가 살아 있어서 좋은 것은 내가 변할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이다. 세상에서 나를 변화시킬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나뿐이다. 내 삶을 살아줄 사람은 나밖에 없다. 결국 나의 문제를 해결해 줄 사람도 나밖에 없다. 이것이 내가 먼저 변해야만 하는 참된 이유이다. 타인은 단지 나를 비추는 거울일 뿐이다. 나 자신의 문제를 해결해 주지 않는다. 내 삶을 변화시키고 내 삶을 성숙하게 발전시킬 유일한 사람은 나 자신뿐이다. 

나를 바꾸면 모든 것이 변한다. 그러니 먼저 비교의 시선을 바꿔보자. 나보다 잘난 사람과 비교하던 나에서 가난한 이웃과 비교하는 나로 변화해 보자. 그리고 타인과 비교하던 나에서 어제의 나와 비교하는 나로 변화해 보자.(時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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