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욱의 아이 러브 중소기업] 백년가게를 넘어 백년기업으로, 장수기업의 꿈
[조동욱의 아이 러브 중소기업] 백년가게를 넘어 백년기업으로, 장수기업의 꿈
  • 조동욱
  • 승인 2021.11.29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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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욱 한국산학연협회 회장
조동욱 한국산학연협회 회장

 

한국의 두산, 독일의 지멘스, 미국의 GE(제너럴 일렉트릭), 일본의 곤고구미(金剛組) 이 기업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정답은 바로 100년 이상 계속기업을 영위한 장수기업이라는 점이다. 
모든 기업의 꿈은 계속기업을 영위하고 지속적인 성장을 하는 것이지만, 한국의 창업 이후 30년 이상 된 장수 중소기업 비율은 약 2∼3% 수준에 불과하다. 특히 창업기업의 5년 후 생존율은 30% 수준으로, 독일 40%, 영국 43%, 미국 47%, 프랑스 51%에 비해서 크게 낮아 한국의 창업 생존 환경이 OECD 주요 국가 중에서 가장 열악하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기업의 성장은 사회구성원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여 경제생활을 영위할 수 있게 하고, 이를 기반으로 지역사회와 국가의 경제시장을 견인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따라서 기업의 장기간 존속은 기업 자체의 발전뿐 아니라 사회적 책임을 위해 필수 불가결한 요소이다. 하지만 기업을 둘러싼 경영환경의 급격한 변화는 불확실성을 심화시키고 있다. 
특히 2019년 시작된 코로나19는 블랙 스완(Black Swans)급으로 예상치 못한 극단적 상황과 경제적·사회적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그로인해 우리 시대는 코로나19를 기준으로 BC(Before Corona)와 AC(After Corona)로 구분 지어졌으며, 코로나 장기화에 따라 이제 WC(With Corona) 시대의 시작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한국의 중소기업이 든든한 뿌리 경제의 주체로 기능하는 기술장인(技術匠人)으로 혁신하고, 기술융합의 토대 역할을 수행하는 명문 장수기업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

‘장수기업 대국’이라고 불릴 만큼 세계적으로도 업력이 긴 기업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일본의 경우 2013년 중소기업기본법을 재정립하여‘소규모기업에 대한 중소기업 시책’을 수립하고 중소기업의 성장을 돕고 있다. 이 방침은 소기업들의 성장발전뿐만 아니라 사업의 지속적인 혁신을 기본원칙으로 하고 있으며, 지역 내에서 소규모사업자가 가지고 있는 경쟁력을 최대한 펼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러한 지원으로 일본의 장수기업들은 일본의 미래경제를 주도할 기술력을 바탕으로 국가 경제의 버팀목이 되고, 동시에 지역사회의 고용창출 및 안정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중소기업법(Small Business Act)을 바탕으로 경쟁력프로그램(COSME), 금융지원, 중소기업의 국제화, 표준화 등의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들은 유럽연합 역내 중소기업의 재정적·인적 자원을 지원함으로써 이들의 성장 잠재력을 실현하는 환경을 조성하고, 중소기업 성장을 방해하는 각종 장벽을 철폐하는 등 중소기업 지원정책의 기반이 되고 있다. 유럽연합은 각국의 장수기업 유지 및 성장을 위해 고유한 문화와 역사적 특성을 적극적으로 고려하여 정책을 수립하고 운영함으로써 독일 1,563개, 영국 315개, 네덜란드 292개 등의 200년 이상의 장수기업을 보유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중소기업의 육성시책 방향을 제시한 1966년「중소기업기본법」을 기반으로 주체별로 광범위하게 중소기업 육성 및 지원을 추진하고 있다. 2019년 기준 1,650개를 상회하는 중소기업 지원 사업을 통해 약 22조원의 정책자금이 투입되었다. 

모든 중앙 부처에서 중소기업 지원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지방자치제의 확대로 지차제의 지원 프로그램 또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중 장수기업 육성정책으로는 가업승계지원센터, 명문 장수기업 확인 제도 등이 있다. 정부는 이러한 제도들을 통해 지속적인 성장이 기대되는 중소기업을 선정하여 기업 홍보, 자긍심 고취 및 사회적 롤 모델로서의 우대, R&D, 수출, 인력, 정책자금 등 전 방위적인 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하지만 정책자금 투입 및 각종 지원에도 불구하고 기업생멸행정통계 결과에 따르면 신생 기업의 1년 생존율은 2016년 65.3%, 2017년 65.0%, 2018년에 63%로 매년 감소하고 있어 장수기업의 꿈보다 당장 내년 기업의 영위를 걱정해야 하며, 코로나19가 장기화 되면서 앞으로의 전망조차 어두운 상태이다. 

정부의 다양한 정책과 지원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생존을 위한 힘겨운 사투를 벌이고 있는 중소기업이 지속가능한 성장과 고용창출이 가능한 장수기업으로 나아가길 바라며 몇 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 중소기업의 보호 및 육성정책에서 탈피하여 경쟁력 향상 및 강화를 위한 정책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특히 소규모 개인 기업의 지속성장 기반을 확충하여 소규모 기업들이 안정적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고, 기업의 지속적 성장을 위한 단계별·맞춤형 지원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둘째,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중소기업이 비즈니스 활동을 영위할 수 있도록 향토기업 지정·육성 제도를 확대하고, 지역별로 시행하고 있는 장수기업 육성 정책을 정부차원에서 일원화하여 포괄적 지원체계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지역별 백년가게의 관광 프로그램 개발 또는 도시재생사업 등과 연계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고 이를 국가 전체로 확대할 수 있도록 국가차원의 계획수립과 시행이 필요하다.

끝으로, 장수기업에 대한 지원 확대를 통해 기업의 존속가치를 높일 필요가 있다. 현재 정책자금, 수출, 인력 등 중소벤처기업부 지원 사업 참여 시 가점 부여 등의 우대 조치를 하고 있지만 이보다 기업들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혜택인 가업상속공제제도의 공제 한도 및 대상을 우대하는 등의 조세지원제도의 검토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길지 않은 산업화의 역사와 급변하는 외부 환경 속에서 장수기업으로의 성장은 쉬운 여정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다양한 정책과 지원을 통한 정부의 노력과 한국인 특유의 장인정신을 기반으로 하여, 현재와 미래를 이어줄 백년기업, 명문장수기업의 탄생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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