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된 여인숙이 젊어졌다
30년 된 여인숙이 젊어졌다
  • 이규영
  • 승인 2022.02.09 09: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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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형 로컬크리에이터를 찾아서 ⑤ 평정
게스트하우스‧카페 운영… 고요한 충주 담아내

작곡가 차이콥스키가 남긴 가장 밝고 쾌활한 곡 ‘현을 위한 세레나데’. 그는 후원자인 폰 메크 부인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 세레나데는 내면적 충동에 따라 작곡했고, 자유로운 사고에서 비롯됐으며, 진정한 예술적 가치를 지닌 작품”이라고 묘사했다.
내면의 열정, 틀에 박힌 사회생활에서 벗어나 자유에서 진정한 자신의 가치를 찾는 사람들은 이곳에도 있다. 충북형 로컬크리에이터는 그들의 진짜 가치를 찾아 도심을 벗어난 낙후상권에 발을 내딛고 미래를 설계한다. 세종경제뉴스는 연재물을 통해 이들이 개척한 삶의 발자국을 따라간다.

평정 이준영 대표.
평정 이준영 대표.

 

“대림여인숙은 1989년에 생겼어. 아주 튼튼하게 지어진 집이야. 오래 됐어도 무너질 일 없어, 튼튼하니까! 옆집은 그 뒤에나 생겼어. 여기가 오래된 데야.”

기나긴 동네의 역사를 기억 속에 간직한 어르신들은 이렇게 말했다. 30여 년 전 충주 대림여인숙의 시작부터 함께한 사람들이다. 

오랜 세월 자리를 지켜온 충주 성남동 대림여인숙이 묵은 때를 시원하게 벗고 게스트하우스 겸 카페 ‘평정’으로 새롭게 탄생했다. 지역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채다.

 

대림여인숙의 간판(왼쪽)과 현재 평정.
리모델링 전 대림여인숙(왼쪽)과 현재의 평정.

 

충주라는 도시는 아늑하고 한적한 곳이에요. 제 고향이기도 하고요. 골목골목 볼거리도 많아요. 군대 제대 후 고향으로 내려왔는데 친구들이 충주에 놀러오면 직접 안내도 해줘요. 그런데 이 친구들이 잘 곳이 없었어요. 숙박업소를 찾으려면 번화가로 나가야하는데 당장 이 주변에는 편하게 잘 곳이 마땅치 않았어요.

평정의 이준영 대표는 여행을 무척 좋아했다. 학생 신분이었던 그에게 고가의 숙박업소는 부담이 됐고 숙박공유 주택인 에어비앤비 등을 이용했다. 여행을 다니면서 그는 자신이 꾸밀 수 있는, 여러 사람과 소통할 수 있는 게스트하우스를 상상했다.

‘이왕 차리는 거, 내 뜻대로 내 고향에서 시작해보자’ 생각이 든 이유도 마찬가지다.

한적하고 평온한 도시 충주, 이곳에서 그는 ‘바쁘지 않게 멍하니 시간을 허비할 수 있는 곳’을 만들었다.

특히 성남동은 충주시에서 운영하는 시내버스가 꼭 한 번씩은 거쳐 가는 곳으로 충주 여행 후 자연스럽게 일정을 마무리할 수 있는 위치다.

 

리모델링 전 대림여인숙(왼쪽)과 현재의 평정.
리모델링 전 대림여인숙(왼쪽)과 현재의 평정.

 

충주 카페 ‘세상상회’에서 일하면서 사장님의 지역 활성화 활동을 보게 됐어요. 자연스럽게 저도 함께 참여하면서 흥미를 느끼고 많이 배웠죠. 또 이제껏 바라왔던 게스트하우스 설립 계획도 ‘내가 좋아하는 충주’라는 동네에서 시작해보고 싶었어요.

그의 도전에는 귀향 후 시작한 아르바이트가 큰 힘이 됐다. 마침 카페 세상상회가 위치해 있는 곳은 성내동 골목길. 충주시의 도시재생사업지구로 선정된 곳이었다. 다양한 분야의 청년들이 모여 그들의 역량을 뽐내며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소통하는 공간이 조성된 곳이다.

카페 알바를 하면서 이 대표는 일반 가게에서 배울 수 없었던 다양한 교류 활동을 경험했다. 로컬크리에이터로서의 성장도 당연한 이유였다. 

최근에는 이곳 동네에서만 구매해 마실 수 있는 맥주를 개발하기 위해 회의도 진행했다. 앞으로 구상단계를 거쳐 실물로 출시하기 위해 도전할 계획이다.

또 이 공간의 가치에 대해 알고 있는 어르신을 대상으로 큐레이터 이벤트를 실시, 보다 상세하고 편안한 역사 길라잡이 역할도 맡을 계획이다.

 

리모델링 전 대림여인숙 복도(왼쪽)와 현재의 평정.
리모델링 전 대림여인숙 복도(왼쪽)와 현재의 평정.

 

‘나도 하는데 다른 사람이라고 못할까’ 생각해요. 정말 많은 분들에게 도움을 받았어요. 관아골목에서 물리적으로 떨어지고 싶지 않았기에 이곳 여인숙을 사업부지로 선택했고, 전 주인을 설득하는 과정부터 인테리어를 마치기까지의 전 과정을 진행하면서 ‘돈’ 보다는 다른 가치를 찾는 것이 정답이었다고 생각해요.

‘평정’은 1층 카페와 2층 게스트하우스로 운영된다. 1층에서는 행사, 소통 창구, 회의공간 등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네트워크의 장을 마련할 계획이다.

게스트하우스는 ‘힐링’과 ‘명상’을 모토로 하얀색 벽지와 은은한 조명을 인테리어로 조성했다. 이 과정에서 보탬플러스협동조합의 멘토들이 모두 뛰어들었다.

이 대표는 그들의 응원과 도움에 힘입어 앞으로 충주로 찾아올 창업자들에게도 같은 도움을 주리라 다짐했다. 가족처럼 신뢰를 쌓아나가겠다는 결심이다. 

이제 날갯짓을 시작한 이준영 대표. 앞으로 그와 그의 네트워크가 만들어낼 작당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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