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0년 시모니스 아성에 도전하는 ‘클라쏜’
330년 시모니스 아성에 도전하는 ‘클라쏜’
  • 박상철
  • 승인 2022.03.24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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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설립...지난해 UMB 대회 당구대 천 공급사로 선정
업계 최초 방탄섬유 활용한 ‘블랙 천’ 개발로 큰 호평 받아

‘9988’ 우리나라 기업의 99%, 일자리 88%를 담당하는 중소·벤처기업이야말로 우리 경제를 이끄는 근간이다. 세종경제뉴스와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충북본부(이하 중진공)는 중진공의 각종 지원 사업으로 성장 가도를 달리는 도내 중소기업 성공사례를 집중 조명하고자 한다.

블랙제품(아라미드 사용)

2021년 7월, 세계캐롬연맹(파룩 엘 바르키 회장, UMB)이 클라쏜㈜(김대영 대표)의 손을 잡았다. UMB 창립 이래 63년간 바뀌지 않던 당구대 천 공급을 클라쏜이 맡게 된 것. 그동안 UMB 주최 대회엔 벨기에산 시모니스 외 다른 당구대 천을 사용한 적이 없다. 클라쏜은 독보적 입지를 확보해 질주하던 시모니스 아성에 제동을 걸며 다크호스로 급부상했다.

충북 청주에 본사를 둔 당구대 천(라사지) 제조사 클라쏜은 설립(2018년) 4년차 신생기업이다. 이제 막 출발한 기업이 330년 전통의 당구계 큰 손 시모니스에 도전장을 냈다. 흡사 다윗과 골리앗 싸움으로 비칠 수 있지만 클라쏜은 끊임없는 연구개발을 무기로 자사 경쟁력을 한층 끌어올리고 있다.

클라쏜 주력 제품은 캐롬(쓰리쿠션)대대용 당구대 천 ‘Classone-TP5’다. 약 2년간 노력 끝에 탄생한 이 제품은 최고 품질로 알려진 뉴질랜드산 순종 메리노 양모가 주원료로 사용된다. 여기에 ‘방적-직포-염색-가공’ 등 공정 일원화를 통해 100% 국내 생산 시스템을 갖춰 표준화된 규격의 원단을 생산한다. 아울러, 연구개발 전담 부서를 꾸려 차별화된 기술력 확보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김대영 클라쏜 대표
김대영 클라쏜 대표

덕분에 클라쏜 ‘TP5’ 품질은 전 세계 당구대 천 시장 기준으로 불리는 시모니스 제품과 견줄 만하는 평가를 받고 있다. ‘TP5’는 안정된 스피드 컨트롤 및 마모 허용 범위를 최소화해 최적의 공 구름을 구현해 냈다. 또한, 강한 마찰이나 열에도 쉽게 손상되지 않는 높은 내구성을 자랑한다.

이를 기반으로 클라쏜은 국내 다양한 당구용품 유통사에 제품을 공급한다. 최근에는 베트남 수출을 시작으로 해외시장 공략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김대영 대표는 “최상급 원료 사용과 지속적인 연구로 시모니스 제품에 버금가는 품질을 확보했다”라며 “현재 국내 시장 점유율이 20%에 그치고 있지만 빠른 시일 내 5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클라쏜은 당구대 천 생산업체 중 국산 섬유 인증을 받은 국내 유일의 기업으로 문체부 우수체육용구 생산 업체로 지정된 바 있다.

블랙제품(제품명 classone B2)
블랙제품(제품명 classone B2)

 

글라쏜의 기술 혁신
방탄섬유 활용한 ‘블랙 천’

지난해 클라쏜은 국가지원 연구개발 사업에 선정돼 섬유시험연구원(FITI)과 함께 신기술이 접목된 혁신 제품 블랙 당구대 천을 개발·출시했다. 결코 바뀌지 않을 것이라 인식되던 당구대 천 색깔을 검은색으로 바꾸는 과감한 도전이었다.

클라쏜이 개발한 블랙 천은 ‘2021년 호텔 인터불고 원주 월드 3쿠션 그랑프리' 공식 당구대 천으로 사용되며 시장에서 호평을 받았다. 블랙 천은 500℃에서도 녹지 않는 아라미드 원료 혼합으로 개발됐다. 섬유임에도 불구하고 총알이 뚫지 못하는 강도를 갖고 있다는 아라미드는 방탄복과 낙하산 생산에 사용되는 특수 원료다.

이를 통해 기존 당구대 천보다 찢김·늘어짐·마모 현상을 최소화해 내구성을 3배 이상 끌어올렸다. 또한, 올해부터는 원단에 정전기 도전사를 삽입, 자체에서 발생하는 정전기를 없애는 실험도 완료하는 등 혁신에 혁신을 거듭하고 있다. 블랙 천으로 가능성을 확인한 클라쏜은 앞으로도 획기적인 제품 개발에 힘쓸 계획이다. 한발 더 나아가 ‘당구대 천=시모니스’라는 공식을 깨겠다는 목표다.

김 대표는 “제품 연구개발과 함께 중요한 것이 바로 천 품질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라며“주재료 울은 생물과도 같아 변화가 심해 같은 데이터를 넣어도 결과가 달라지는 경우가 많아 품질 유지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클라쏜도 시모니스처럼 천을 직접 가공할 수 있는 자가 공장을 확보해 품질을 꾸준히 유지하는 게 목표”라며 “이를 기반으로 시모니스의 오랜 독점을 깨고 한국 당구용품 세계화에 기여하고 싶다”고 포부를 전했다.

 

“중진공과의 인연은 행운”

김대영 대표는 중진공과의 인연은 행운이라 말한다. 그는 “사업초기 약 2년간 제품 연구와 투자에만 집중하다보니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었다”며 “때마침 중진공 지원으로 사업을 포기하지 않고 계획대로 추진할 수 있다”고 감사함을 표했다.

클라쏜은 지금까지 2차례 중진공 운전자금(창업·신시장진출) 지원을 받았다. 지난해 첫 창업자금은 제품 경쟁력 강화를 위한 연구개발 비용으로 활용됐다. 올해 초 신시장진출자금지원은 베트남 시장 수출 물꼬를 트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

끝으로 김 대표는 “많은 중소기업 지원 기관 중 중진공의 매력은 저렴한 이율”이라며 “사업 초창기부터 매출이나 특허 등 세부 계획을 세워 그에 맞춰 진행한다면 적재적소에 중진공 지원을 활용할 수 있다”고 귀띔했다.
 
◈ ‘캐롬’이란? 구멍(포켓)이 없는 당구대에서 두개 이상의 적구를 연속해서 맞히는 경기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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