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임대아파트 조기매각 추진에 임차인 ‘발동동’
민간임대아파트 조기매각 추진에 임차인 ‘발동동’
  • 이규영
  • 승인 2022.03.28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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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 분양가 2억5000만원 → 2년 만에 조기매각가 ‘4억8000만원’
2억3000여 억 원 차익에 입주민 “사업자 이익 추구에 주민 희생 안돼”
오송역동아라이크텐 입주민 비대위가 집회를 벌이고 있다. / 비대위

 

최근 전국적으로 민간임대아파트의 조기매각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민간임대아파트와 관련 사업자가 ‘중산층 주거 안정기여’라는 사업 목적은 외면하고 이익을 최대로 늘리기 위해 조기 분양을 추진하면서 임차인들의 고통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충북 오송바이오폴리스지구(오송제2생명과학단지) B6 블록에 위치한 오송역동아라이크텐 또한 4년간의 단기임대 기간을 두고 약 2년 여 만에 초기 분양가보다 2배 높은 가격으로 조기매각가가 책정돼 입주민 사이에서 잡음이 불거지고 있다.

오송역동아라이크텐 단지 전경.
오송역동아라이크텐 단지 전경.

 

◆ 오송역동아라이크텐 논란 이유는

오송역동아라이크텐이 입주한 충북 오송바이오폴리스지구는 산업시설, 주거시설, 상업시설 및 지원시설로 구성된 유상공급부지와 공공시설용지, 공원 및 녹지로 구성된 무상공급부지로 구성됐다. 인근 보건의료 기관과 연계한 바이오관련 산업시설들이 다수 유치되면서 사업초기부터 분양이 활발했다.

현재는 다수의 건설이 진행 중으로 1산단에 비해 주변 기반시설은 무척이나 부족한 상황이다.

오송역동아라이크텐은 지난 2017년 2월 3일 분양아파트로 주택건설사업 승인을 받았다. 최초 분양가는 평당 818만원(84㎡ 기준 2억7000만원)으로 입주자를 모집했지만 계약자가 미달돼 공급방식을 4년 단기 민간임대아파트로 변경했다. 이를 통해 2020년 5월 입주를 진행했다.

그러던 중 지난 1월 시행사인 SM대한해운(주)는 조기매각을 추진하게 됐다는 공문을 발송, 다음 달인 2월에는 입주자 의견청취서를 각 세대에 발송했다.

입주민들은 의견청취서 내용에 반박하고 나섰다. 5번 문항의 ‘우리 아파트의 2년 후 매매가격은 얼마 정도로 예상하십니까?(33평형 기준)’ 질문의 보기가 최소 6억원(평당 1800만원)부터 시작했기 때문이다.

입주민 김경희씨는 “인프라 구축이 완료된 1산단 아파트가 현재 4억5000여 만 원에 거래되고 있는데 한참 공사가 진행 중인 이곳에 근거도 없이 높은 가격을 희망가로 제시하는 것은 맞지 않는 처사”라고 말했다.

임차민 대표회의는 시행사를 상대로 2회에 걸친 조기매각 산정 근거 및 선 제시 요구와 협의를 요청했지만 시행사인 SM대한해운에서는 ‘법적 협의대상이 아니’라는 통보와 함께 ‘조기 매각가 근거 자료 제공 불가’를 통보했다.

오송역동아라이크텐 매각사무소에서 안내한 민원문(왼쪽)과 NH농협은행 세종조치원금융센터 대출한도 안내문. / 비대위
오송역동아라이크텐 매각사무소에서 안내한 민원문(왼쪽)과 NH농협은행 세종조치원금융센터 대출한도 안내문. / 비대위

 

이후 3월 조기매각가를 포함한 안내문을 공개하며 조기매각금액을 4억8000만원(84㎡ 기준)으로 제시했다. 이에 동아라이크텐 임차인 대표회의는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를 구성하고 대응에 나섰다.

김재석 비대위원장은 “최초 입주시점, 앞으로 2년 후에도 기반시설은 전혀 없고 먼지와 소음만이 가득한 위치로서 기대심리만으로 최초 분양심의 금액에서 터무니없이 올라버린 매각가 산정은 후안무치한 처사”라며 “임대아파트를 투기판으로만 생각하는 임대사업자 행태를 고발하며 제재와 중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최근 시행사 측에서 아파트의 각 세대별로 현관문에 부착한 ‘오송역 동아라이크텐 대출한도’ 안내문도 논란이다.

해당 안내문은 NH농협은행 세종조치원금융센터에서 작성된 것으로 감정평가금액(예상한도)별 대출한도가 작성된 ‘평형별 대출한도’로 84㎡ 기준 서민‧실수요자에게 대출한도의 70%인 1층 3억1200만원, 1층 외 모든 층 3억3600만원을 제시했다.

안내문 하단의 유의사항에는 ‘본 안내는 매각사의 요청에 의해 작성된 것으로 정부정책 및 농협은행 규칙 변경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참고용으로만 사용하시기 바랍니다’라는 글귀가 남겨져있다.

이에 임차인 측이 농협은행 측에 항의하자 농협은 ‘매각사에서 분양가격이 이 금액일 경우 대출금액은 얼마가 가능한지 참고사항으로 알았으면 한다는 요청이 있었다’며 ‘현재 매각사에서 당센터의 의도와 다르게 임의로 자료를 세대마다 붙여놓았다고 해 매각사에 강력히 항의했다’고 답변했다.

비어있는 오송역동아라이크텐 상가 건물.
비어있는 오송역동아라이크텐 상가 건물.

 

◆ 민간임대아파트 조기매각, 왜 문제인가

지난 2015년 민간임대주택은 무주택자의 주거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도입됐다. 서민들이 집 살 돈을 모을 때까지 시세보다 저렴한 임대료로 거주하도록 장기(8년)와 단기(4년)로 운영됐다.

하지만 임대업자가 일정 기간 임대수익을 얻은 뒤 조기 분양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분양가상한제'를 피해 임의로 분양가를 책정할 수 있다는 점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임대기간에 내 집 마련을 준비하던 실수요자들이 분양전환 시 사업자가 일방적으로 제시할 경우 과도한 분양가 부담을 그대로 떠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분양가가 확정된 후 소유주에게 등기가 넘어가면 해당 아파트의 가격 상승분은 소유주에게 돌아간다. 

정부는 지난해 7월 4년 단기 민간임대주택 제도를 폐지하는 등 제도를 개선했지만, 임차인이 동의할 경우 조기분양을 할 수 있게 해줘 오히려 임대업자가 서둘러 원하는 값에 분양전환을 할 수 있게 됐다. 민간임대아파트를 활성화하기 위한 법이 허술하게 제정되면서 사각지대가 생긴 것이다.

실제 오송역동아라이크텐의 경우 임대사업자 측의 의견대로 84㎡ 기준 4억8000여 만 원에 분양이 이뤄지면 세대 당 약 2억3000여 만 원의 시세차익을 임대사업자가 갖게 된다. 이를 거부하는 임차인은 임대기간이 종료되면 집을 떠나야 한다.

오송역동아라이크텐 입주민 비대위가 집회를 벌이고 있다. / 비대위

 

◆ 청주시 “관련 법령 없어”… 충북경자청 “협의는 시도 중인데…”

이에 비대위는 충북도, 충북경제자유구역청(이하 충북경자청), 청주시 등 관계기관에 중재를 요청했다. 하지만 관계기관들도 중재에 나설 방법이 없어 난색을 표하고 있다.

충북경자청 관계자는 “매각 사무실에 방문해 주민 입장을 전했지만 조기매각금액을 본사에서 결정한다고 해 조정은 어렵다고 말했다”며 “법적으로 제재할 근거가 없다보니 협조 요청 공문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청주시 또한 “법령에 관련 규정이 없다”면서도 “개인적으로는 임차인에게 공감하지만 매매가 책정 자체는 규정된 바가 없고 사경제 주체끼리 임대차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시에서는 중재하기 어렵다. 국토부 등에서 법령이 개정되면 시에서도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김재석 비대위원장은 “지난 2017년 청주시는 미분양 아파트를 대상으로 공급방식을 민간임대로 전환하길 적극적으로 권유했다”면서 “시행사는 주택도시기금이라는 금융기관에서 세대당 9000만원 씩 보증을 저금리로 대출받고, 계약금과 중도금을 입주자에게 받아 이 금액으로 성공적으로 건설을 마무리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의 권유에 따라 모든 혜택을 받아 아파트를 건설하게 됐는데 시에서는 법적 근거가 없다고만 하며 중재도 어렵다는 것이 이해가 안된다”고 강조했다.

SM대한해운은 기자의 인터뷰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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